Saturday, July 24, 2021

살랑살랑 물결 따라

코비드 환자만큼이나 조심조심 피곤하게 살았다. 코비드가 제 역할을 다 하고 물러가는 분위가 돌자 나는 쏘다니기 시작했다. 왜 이리도 산과 들과 바다로 바람 따라 떠돌고 싶은지. 

 바닷물 속에서 수영은 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제자리 뛰기를 했다. 뱃살을 빼기 위함이다. 줌바 댄스보다 효과가 있다. 물 밖에 나와서도 주위를 둘러보다 딱히 구경할 것이 없으면 누워 선텐한다. 

 아이스박스는 물론 햇살 가리개나 의자가 없다. 얼린 물과 간단한 요깃거리와 깔개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관찰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남녀불문하고 농구공만 한 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 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뭄에 콩 나듯 몸매 좋은 사람도 눈에 띈다. 역시 지적이며 매력적이다. 

 이삿짐을 나르듯 메고 이고 끌고 온 뚱뚱한 남녀가 내 가까이에 기둥을 박고 천막을 치느라고 끙끙댔다. 결혼식 연회를 해도 될 정도의 천막이 세워졌다. 바닷가를 수없이 다녔어도 이렇게 천정이 높고 거창한 것은 처음 봤다. 두 남녀가 의자 속에 푹 꺼지듯 앉아 커다란 아이스박스에서 이것저것을 꺼내 먹었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인상을 쓰며 투덜대더니 낑낑거리며 지은 천막을 허무느라 다시 용을 썼다. 그 많은 짐을 질질 끌고 떠나는 그 둘의 뒷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천막이 떠난 자리에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가 둥근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텐트를 펴 놓고 그 위에 긴 쇠막대기를 십자 모양으로 놓았다. 펼쳐 놓은 텐트가 바람에 흩어지면 다시 펼치고를 반복했다. 긴 쇠막대기를 이리저리 끼어보지만, 텐트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여자가 거들다가 화를 내며 자기가 혼자 해보겠다며 막대기를 후다닥 모두 뽑아 뺐다. 넣고 빼고를 반복하지만, 모양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바닷물에 들어가겠다며 보챘다. 오랫동안 진땀을 빼더니 드디어 텐트가 세워졌다. 

 수영팬티만 입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여자가 몽글한 젖가슴을 내놓고 물에 들어갔다 나와 활보했다. 멋진 몸매를 옷으로 가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듯한 자세다. 쳐다봐주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부러운 시선으로 여자의 거동을 살폈다. 나라도 저 정도의 몸매라면 따라 하겠다 싶다. 

 텐트를 치며 티격태격했던 부부의 근황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없다. 꽤 시간이 흘러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도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와 아이만 남겨졌나? 남겨진 두 모녀의 씁쓸한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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