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12, 2020

이웃이 땅을 사야만 되는 이유

좁은 산책길 맞은편 네 사람이 죽 늘어서 걸어온다. 내가 뚫고 걸어갈 틈이 없다. 전혀 비켜줄 기세가 아니다. 길가 쇠 난간에 붙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나쁜 인간들 같으니라고! 바이러스나 걸려라.” 
 홧김에 중얼거렸다.  
“잠깐, 저것들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그 주위 사람들도 걸릴 것이고 또 그 주변 사람에게 옮기다 보면 결국, 같은 동네에서 산책하는 나도?” 
괜한 걱정에 이르자 고약한 마음보를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말고 건강해라. 차라리 내가 쇠 난간에 잠깐 붙어 있을게.” 

 사촌이 망하면 나에게 나쁜 에너지가 올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돈 꿔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밥도 술도 얻어먹을 확률이 높다. 이웃도 마찬가지다. 내 콘도 이웃은 언제나 나에게 친절하고 환하게 대한다. 특히나 왼쪽 이웃은 상당한 이력을 지닌 재즈 음악 매니저이며 그림 수집가다. 우리도 모르게 갤러리를 찾아가 남편 그림 두 점이나 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형편이 좋아졌는지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갔다. 

 그 유닛에 새로운 이웃이 얼마 전에 이사 왔다. 그런데 이 이웃은 문을 쾅쾅 여닫으며 드나든다. 게다가 남녀가 수시로 큰 소리로 싸운다. 여자 목청이 남자 소리를 압도하며 질러 되는 데야 어이가 없다. 둘이 싸우는 내용을 어슴푸레 들어보니 쩐의 전쟁인 듯하다. 

 주말에 온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남편도 그들과 똑같이 문을 쾅쾅 서너 번 여닫고 그 집 벽을 향해 그 큰 목청을 더욱더 높여 질러댔다. 얼마 동안은 조용했다. 그러나 싸우는 것도 습관인지 우리 유닛과 경계를 이루는 벽면에서 벗어난 다른 방에서 여전히 악다구니를 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 앞에서 그 커풀과 처음 마주쳤다. 싸우는 쉰 목소리만 듣고 내 나이 또래 늙은 여잔 줄 알았는데 젊은 뚱보 여자와 말라깽이 남자다. 손을 들어 인사했다. 여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떠든다. 심술꾸러기 싸움닭이다. 그나마 지친듯한 인상의 남자가 손을 쳐들어 마지못해 대꾸했다. 허구한 날 소리를 질러 여자 목소리가 늙어버렸나 보다. 

 평화로웠던 내 삶에 웬일이란 말인가! 이 악다구니 이웃을 어찌 상대해야 할지가 나의 과제다. ‘싸우다가 언젠간 쪼개지고 갈라져 건물을 떠나지 않을까?’ 아니면 ‘돈을 많이 벌어 쩐의 전쟁을 종식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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