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14, 2018

새벽 풍경

저녁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누워 책을 펼친다. 9시경만 되면 졸다가 잠이 든다. 가끔은 8시부터 잠에 빠지기도 한다. 새벽 4시경이면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생각으로 뒤척이다 눈을 뜬다.

일어나 서성이며 창밖을 내다본다. 맞은편 그리고 주위 건물에 불 켜진 아파트가 몇 개인가 센다. 길가에 사람들이 눈에 띄면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고정한다. 그 시간엔 공항 가려고 콜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 커다란 가방을 끌고 나와 길에 서 있다.

여행 가방 들고 서성이는 백인을 보면 폴란드 고향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폴리쉬 터전인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살 적에 그 큰 가방을 끌고 새벽에 공항 가는 사람들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옆집 사는 폴리쉬 친구는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 물건을 많이 가져간다. 공항에서 가방 여러 개를 좁은 화장실 안으로 다 끌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맡기자니 불안해서 참고 참다가 큰일 날 뻔했다며 웃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한때 미제물건에 환장했을 때의 이야기다.

땅땅하니 잘 달궈진 사람이 큰 가방 서너 개를 끌고 콜택시를 기다리면 중남미 고향 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며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중남미 우거진 밀림 작은 마을에 방 한 칸 만한 납작한 지붕 밑 지푸라기 위에서 개, 돼지, , 거위, 그리고 온 식구들이 함께 사는 이웃이 있단다. 아침에 일어나 동물은 동물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누가 누구에게 먹을 것을 주며 돌보는 것이 아닌, 각자 알아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 저녁에는 귀소 본능으로 돌아와 좁은 공간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일 없이 평화롭게 산다는.’

함께 살던 남자가 떠나도 원망하지 않고 또 새로운 남자가 찾아와 남겨진 아이들과 더불어 서로의 필요 때문에 살아가는. 한 아들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낳은 또 다른 아들은 큰아들과의 관계에서 낳았다는 소리를 듣고 어찌 인간이 그럴 수 있냐?’고 반박하니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필요로 인한 행동에 대해 인간이 만든 규율이나 유교적 도덕 잣대로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을 한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10%만 쓸모 있는 것이고 나머지는 쓸데없는 것이란다.’ 나는 새벽부터 쓰잘데없는 생각으로 동이 훤하게 틀 때까지 창가를 서성인다. 얼마나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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