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와 우리 내외만 단출하게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한때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친구의 롱아일랜드 집 뒤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직장 잡아 떠났다.
우리는 아들 둘, 이 집은 딸 둘. 갓난이 때부터
친하게 놀며 자랐다. 오랜 세월 함께 한 사이다.
엄마 아빠의 예쁜 점을 닮은 이 집 딸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 아이들의 파트너로 어떨까? 하는 마음이 움텄다.
친구 부부는 젊은 시절 음악 활동을 하다 만나 결혼한
사이다. 우리 남편은 평소 좀 팍팍한 집안 분위기에 음악 공부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구나 이 집 두 딸은 첼로 연주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 우아한 연주복을
입고 첼로를 끌어 앉고 찍은 사진에 눈길이 멈춘 남편의 모습이 기억난다. 서로가 정확히 어찌하자는 이야기는 없다.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겹사돈 어쩌고 하니 친구도 선뜻 대답은 하지 안 했지만, 굳이 반대하지도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멀리서 찾지
말고 엄마는 진이가 예쁜데 사귀어보지 않을래?”
넌지시 친구 딸들 이야기를 아들에게 했다.
“엄마는, 진이는 아기 때부터 봐서 친형제 같아 필(feel)이 없어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친구 딸들도
“말도
안 돼, 어떻게 친형제 같은데 사귀어?”
한다는 것이 아닌가!
예상치 못했던 아이들의 반응에. ‘아이고 우리 며느릿감!’ 하면서
아이들 어릴 때부터 반기던 남편의 외침이 점점 잦아들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바빠지자 함께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다. 부모인 우리가 맨해튼에서 만나자고 했다. 토요일 7시, 8명 예약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예약하고 우리는 가자는 데로 따라다녔다.
두 가족이 모인 테이블에서 막걸리와 소주 칵테일, 입맛에 맞는 다양한 안주가 놓였다. 식사하며 정신없이 떠들고 있는 다 큰 아이들을 힐끔힐끔 바라보니 지나간 시간의 감회가 새롭다. 우리 넷이었던 세상에 없던 것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다 컸다고 전화기 두들겨 가며 부모를 안내하며 데리고 다니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겹사돈을 맺지 않아도 이대로도 좋으니 각자 좋은 사람
만나 행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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