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3, 2016

개 소리지만, 한마디

서울에서 갓 온 듯한 얼굴이 뽀얗고 명품으로 짝 뽑아 걸친 젊은 처자 둘이 우리를 힐긋힐긋 보다가 끝내는 한마디 하려는 듯 째려봤다. 흥분한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계속 떠들었다. 귀가 근질거린다. 그녀들이 지금 내 욕을 하는가 보다.

그들이 지겨운 눈으로 째려보게 만든 내 수다 내용인즉슨, 두 명의 개 주인의 개 키우는 방법을 비교하던 중이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나만 보면 반가워 꼬리를 흔들던 사랑스러운, 입양한 후부터 지켜봤던 두 지인의 강아지들이 나이 들어 최근 몇 달 사이로 둘 다 저세상으로 갔다.

개는 개다.’라는 태도로 담담히 키우는 친구는 개가 식탁 가까이 오려고 하면 개답게 행동하라는 듯 혼을 내면서도 사랑으로 키우던 것이 지난달 죽었다. 아침에 기침을 심하게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기에 들여다보니 소풍 갔단다. 아프지 않고 죽어서 다행이라며 어린 시절을 함께한 두 딸의 눈물을 받으며 뒤뜰 베리 나무 밑에 묻었단다.

강아지를 딸이라 부르며 키우는 지인이 있다. 애지중지 이상으로 키우던 따님 개도 암으로 죽었다. 화장해서 뼈 담은 상자를 끼고 앉아 울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 눈에 딸내미 강아지의 존재가 그녀의 남편과 아이의 존재 이상이었기에 슬픔은 대단하리라.

딸 강아지 생전에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헤어지려고 돌아서면 자기 따님 개가 섭섭해 한다며 인사하고 가라고 불러세우지를 않나! 우리집에 와서도 뒤뜰에 개를 놓아두지 않고 엄마를 찾는다.’며 집안으로 들여 우리 딸!' 밥상에 발을 올려놔도 내리라고 못할 정도로 '우리 딸내미!'

주위 사람들이 자기 강아지처럼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따르지 않으면 화를 벌컥벌컥 내니! 아니 자기 개나 자기를 반기고 따르지 내가 왜 그녀에게 꼬리를 흔들며 순종해야 하느냐고~ 그녀는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다.

나이 들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LA 사시는 시어머니에게 손아래 동서가 강아지를 사 드렸더니 예전처럼 조용하시다. 강아지가 우울증 환자 치료에 효력이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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