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8, 2013

열리지 않는 뚜껑

주말 이른 아침, 아무도 걸어간 흔적이 없는 이스트 강가를 걸었다. 강가 모래밭에 오리와 갈매기의 발자국만이 이어졌다 흩어지며 물결에 희미한 자국을 남긴다.

오리와 갈매기들이 흩어진다. 체념하듯 움직이지 않는 갈매기가 있다. 다리가 하나뿐이다. 날기를 포기한 듯 아무런 동요도 없이 나를 응시한다.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해 재빠르게들 날아가는데 어쩌다 다리를 잃고 이 험한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승객을 나르는 선착장 난간에 기대어 배가 들어오고 떠나는 소리, 산책로 다리 밑을 치는 물결소리,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북쪽 롱아일랜드 시티로 가는 배와 남쪽 덤보로 가는 두 배가 떠나면 나도 자리를 뜬다.

틱틱 틱틱틱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터에서 요란하고 탁한 소음이 이어진다. 조급한 소리가 아침 고요를 깬다. 갈매기 한 마리가 속이 들여다보이는 테이크 아웃(Take out)용 플라스틱 통 안에 남아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애태우고 있었다. 뚜껑이 닫혀 있다. 당장에라도 먹을 수 있는 듯 훤히 보이나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초조하다. 오랫동안 애태웠는지 허기지고 초췌한 모습이다뚜껑을 열어주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빈 공터를 둘러친 철망 때문에 공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갈매기도 나도 답답한 마음은 매한가지다. 내가 접근했을 때 잠깐 멈췄던 소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작아지며 끊임없이 들렸다.

다음 날 아침 산책길에 요란하게 쪼아대던 장소에 다시 눈길을 던지니 텅 빈 플라스틱 통이 철망 코너에 와 있다. 끊임없이 쪼아대는 부리 힘에 통은 철망 울타리 쪽으로 밀렸고 뚜껑은 열렸나 보다. 지금쯤 갈매기는 어디선가 부른 배를 안고 유유히 날고 있겠지?

열리지 않는 뚜껑을 열려고 애쓰는,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애태우는 나의 모습이 저 갈매기의 모습과 엇비슷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 헤매는 심정으로 열려고 애쓰지만….

나의 뚜껑은 언제나 열릴는지?

Friday, September 27, 2013

The unopened lid

On the early morning of the weekend, I walked by the East River, where no one had walked. Only the footprints of ducks and seagulls continued to scatter on the sand by the river, leaving a faint mark.

Ducks and seagulls were scattered. There's a gull that won't move.  He has only one leg. He stared at me without any agitation, as if he had given up flying. How can you lose your legs and live differently in this rugged world?

I heard the sound of a ship coming in and leaving, the sound of waves hitting under the bridge of the promenade, and the sound of the wind shaking against the railing of the dock that carries passengers. When the ship to Long Island City in the north and another to Dumbo in the south leave, I leave, too.

A loud, murky noise was heard in the vacant lot on the way back to the home. A hasty sound broke the morning silence. A seagull was struggling to eat the food left in a plastic take-out pail. The lid was closed. It was frustrating that cannot eat. He looked hungry and haggard.

I looked around to open the lid. The fence surrounding the vacant lot prevented me from entering the vacant lot. I was as stuffy as a seagull. When I approached, the sound stopped for a moment, then constant throughout my return home.

The next morning on the walk, I went back to the place where the seagull had been pecking loudly yesterday. The empty plastic can was in the corner of the fence. The constant pecking force pushed the barrel toward the fence and the lid must have opened. By now, the seagull is flying smoothly with a ship he called from somewhere.

Wouldn't my eagerness to make a decent piece of work is like a seagull that wants to open a lid?

Saturday, September 21, 2013

브루클린에서 온 여자

바다로 달렸다. 파이얼 아일랜드까지. 2013년 9 11일은 화씨 92도를 웃도는 날씨로 어찌나 찌는지 가는 여름이 아쉬워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 내내 데워진 물은 따뜻했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 뛰고, 물에 들어가고를 반복하며 모래밭을 뛰었다. 하늘을 나는 듯 기분이 상쾌했는데.

물가 언덕에 카메라 케이스 같이 생긴 가리개로 주요 부분만을 가린 초 늙은이들이 팔짱을 낀 채 두리번거린다. 아마도 짝을 찾는 것일까? 
"하이" 
중년 남자가 반긴다. 멀리서 오며 보긴 했지만,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거시기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이"
대꾸했다
"잠깐 쉬며 이야기하자." 
추근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계속 달렸다.

동성애자가 이곳에 와서 벗고 선텐 하는 줄만 알았는데, 동성도 아닌 나를?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오늘은 유난히도 많다. 가는 여름을 붙잡고 싶은 마지막 이별이 벗어 던지게 한 것일까? 파이얼 아일랜드 끝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며 한적해졌다. 앞에 뛰던 여자가 돌길래 나도 덩달아 되돌아 뛰었다.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 전에 하이했던 남자가 앞을 막으며 
이야기 좀 나누자. 너 어디서 왔니?” 
또 다가왔다. ‘왜 하필이면 나냐고? 앞에 가는 아줌마는 키도 훤칠한 같은 인종인데. 아시안이 쉬워 보이나.’ 
브루클린에서 왔다. 어쩔래?” 
냅다 달렸다.

너 어디서 왔니?’ 내 대답은 항상 준비된 브루클린이다. 아주 터프한 곳에서 온 거친 여자일 것이라는 그들의 움찔한 반응을 기대하면서.

건강이것이 나의 관심사지 알몸의 남자는 관심도 없다. 신문을 잔뜩 싸들고 와서 예습에 복습까지 하고 모래에 뒤범벅된 채 잠에 빠진 남편도 귀찮은데.

모래가 아주 뜨거워. 누워봐. 마누라가 좋아하는 찜질방이야.” 
남편은 내가 뛰는 동안 움푹 팬 기다란 구릉, 바람을 피해 햇볕을 더욱 받아 검 보라색으로 변한 모래밭을 찾아놓고 신이 났다. 모래밭에 누웠다. 찜질방이 따로 없이 피곤해진 몸이 슬슬 모래 속으로 녹아내렸다.
나 아직 늙지 않았나 봐. 조깅하는 동안 남자 서너 명이 거시기를 보이며 이야기하자네.” 
제정신인 사람이 여름 다 지난 9, 그것도 수요일에 일도 안 하고 바닷가에서 알몸으로 어슬렁거려? 미쳤으니 마누라에게 말을 걸지.”
올해가 가기 전, 85도 넘는 날엔 또 오자.” 
글쎄 그런 날이 다시 올까?” 
남편도 나처럼 슬슬 바다에 미쳐가는구나.

Friday, September 20, 2013

A woman from Brooklyn

I ran to the sea. As far as Fire Island. On September 11, 2013 was over 92 degrees Fahrenheit. I couldn't help but run because I felt sorry for the summer leaving.

The water warmed up all summer. I went into the water and came out. And ran over the sand. I felt as if I were flying in the sky.

On the beach, old men, covering only the main part with a camera-shaped swim pants, were wandering around with their arms crossed. Maybe they're looking for a mate? A middle-aged man welcomed me. I saw him coming from afar, but with no swimsuit on, he proudly put out his penis and "Hi," "Let's take a break and talk."

There are unusually many people walking around naked today. Did they naked to catch the leaving summer?

As I approached the end of the island, the less people became. The woman who was running in front of me turned around. I turned too. The man as if he had waited for me to come, was blocking my way and saying, "Let's have a talk. Where are you from?" Why me? The lady in front of me is a white and younger than me. Asian looks easy. "I'm from Brooklyn. What are you going to do?" I ran away.

'Where are you from?' My answer is always 'Brooklyn'. Looking forward to their flaccid response that I would be a wild woman from a very tough place. 'Health' is my priority. I don't care about naked men.

"The sand is very hot. Lie down. It's wife's favorite sauna." My husband was excited to find a sand field that turned black purple after getting more sunburned while I was running. I lay down on the sand. My body melted away into the sand.

"I guess I'm not old yet. While jogging, three or four men talked to me naked." “Because they're crazy, they don't work on Wednesday and hang around naked at the beach. And talk to you. ”

"Before the year goes, come again on a day of over 85 degrees." "Well, will such a day come again?" My husband slowly goes crazy about the sea like me.

Saturday, September 14, 2013

시간의 흔적

노트르담
 꼽추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뒷모습이 문을 나선다
.

하이.” 하며 반겼는데도 대꾸가 없다. 그녀는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 귀찮은 듯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잠깐 들었다가 도로 숙였다. 나를 쳐다본 것인지 아니면 벽을 향한 눈빛인지 없는 비웃는 듯한 굳은 얼굴은 대꾸도 없이 무거운 문을 밀고 나간다.

영국 태생인 그녀는 달에 , 매월 1, 3시경 내가 사는 건물을 방문했다. 젊은 시절부터 살았던 그녀의 아파트 계약을 잃지 않으려고 오랫동 건물에 살지도 않으면서 집세를 러 온다. 그리고는 전깃불도 없는 아파트에서 한두 시간 머물다 바삐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감옥에 있는 그녀의 아들이 찾아와 횡포를 부리며 괴롭히다 다시 감옥에 가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아들을 피해 어딘가에 숨어 산단다. 본인보다 나이 많은 노인을 돌보며 입주 가정부를 한다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무 모른다.

어느 소셜워커가 찾아왔다. ‘그녀가 가정부 하기에는 늙고 병들어 돌아와야 같다.’ 그녀의 아파트 컨디션을 점검하러 . 여러 차례 소셜워커들이 들락거리며 이사 준비를 했지만, 온다던 그녀는 오지 않고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주인 없는 아파트 문이 열리고 가구들이 건물 으로 실려 나갔다. 예상치 못한 고급 가구들이다. 훗날, 나이 들고 돈이 모이면 돌아와 편안히 여생을 보내려고 남의 가정부로 일하며 하나둘 사들인 듯했다그녀는 가고 달에 전깃불도 없는 아파트에 들어가 미래를 함께 꿈꿨던 가구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수영장에서 만난 멕시칸 이웃이 있다. 좋은 길목에 나무로 지은 3층짜리 낡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건물에 세를 살다가 집주인이 나이가 들고 건물 관리가 힘들어지자 그녀에게 사라고 제의했다. 건물이 너무 낡아 것을 망설였다. 인스펙션하는 사람을 불러 알아보라고 해서 물었더니 네가 건물보다 먼저 죽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라.’ 했단다.

오랜 세월 애지중지 소유했던 것들은 남아 새 주인의 손길에 길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단지 다음 주인을 위해 잠깐 맡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죽음은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왜 그리 영원히 살 것처럼 소유에 집착하며 기를 쓰며 사는지 모르겠다.

Friday, September 13, 2013

Trace of time

She stepped out the door, her back reminding me of the Hunchback of Notre-Dame.I said “Hi” to greet her, but she didn’t answer. She covered her left eye with one hand and quickly turned her head to the right, then lowered it again. Her stiff face looked like it was sneering, but I couldn’t tell if she looked at me or just stared at the wall. Without saying a word, she pushed the heavy door and walked out.

She was British. Once a month, always on the first day, around 3 p.m., she visited our building. Even though she didn’t live here anymore, she came to pay rent for the apartment she had lived in when she was young. She didn’t want to lose her lease. She would stay for an hour or two in the apartment, even though it had no electricity, and then disappear quickly.

She said her son, who was in jail, sometimes came to see her. He would cause trouble, harass her, and then go back to jail again. To avoid him, she lived in hiding somewhere. She worked as a live-in housekeeper for someone even older than her, but no one knew exactly where.

One day, a social worker came to check on her apartment.
“She’s too old and sick to keep working as a housekeeper. She needs to come back and rest,” the worker said.
Many social workers visited and started preparing for her to return. But she never came back. Later, we heard she had died.

Her apartment, now empty, was opened. Furniture was carried out.
Surprisingly, they were all expensive and beautiful pieces. It seemed she had bought them one by one, working as a housekeeper, hoping to return someday and spend her old age in comfort. But she was gone.
Now only the furniture remained—waiting quietly in the dark apartment for a new owner.

I also know a Mexican neighbor I met at the local swimming pool. She owns an old three-story wooden building in a good location. She used to rent a unit there, and when the elderly landlord got too old to manage it, he offered to sell it to her. She hesitated because the building was so old. An inspector told her, “Don’t worry. You’ll die before the building does—just buy it.” So she did.

The things we love and take care of for years will someday belong to someone else. We are only temporary caretakers, keeping them safe for the next owner. Death comes closer each day, but we live as if we’ll live forever—clinging to our possessions, trying so hard to hold on. I don’t know why we do that.

Saturday, September 7, 2013

바다가 부른다

인간은 정녕 에서 왔을까? 남편은 나를 바다에 미친 여자.라고 한다.

롱아일랜드 존스(Jones) 비치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가면 로버트 모세(Robert Moses) 비치가 있다. 모세 비치에서도 화이어 아일랜드로(Fire island) 가는, 등대 가까운 바닷가에 나는 즐겨간다

바닷물이 여름 내내 데워진 늦여름 화창한 날, 바다가 부르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빈속에 소주 한잔이 들어가면 갑자기 붕 뜨는 기분과도 같다고 할까?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면 파도는 나를 살짝 들어 올렸다 사뿐히 내려놓는다. 몸이 들여 올려질 때 오는 희열, 떨어지면서 발끝에 닿는 모래의 포근함이 흥겨워 파도를 탄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길 기다리며 놓칠세라 준비자세를 취하면 순식간에 솜방망이에 맞은 듯 붕 떴다가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파도에 취한 몸은 축 늘어진다. 슴슴한 오이지 담기에 알맞은 바닷물에 절여져 여름 내내 모기에 물린 상처는 아물어가며 다음 여름을 기다린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백사장과 만나는 파란 하늘은 하얀 등대 곁을 지나가는 구름 위에 나를 태우고 멀리멀리 어린 시절로 끌고 간다. 채찍질처럼 들리던 파도소리의 반복적인 리듬은 엄마의 자장가로, 엄마의 손길 같은 따스하고 잔잔한 바람결에 나는 모래 팔베개를 베고 스르르 잠이 든다.

여름 내내 잘 구워진 갈색의 중년 여자가 옷을 홀딱 벗더니 V자 팬티만을 입고 우리 앞을 지나 바닷물에 들어간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알몸으로. 안경을 찾아 꼈다.

동성연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줄무늬 천 간이 막이 여기저기 보인다. 벌거벗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성거리고 담소하며 늦여름 바다를 즐긴다. 옆 망사 텐트 안의 아줌마는 아예 다 벗고 낮잠에 빠졌다

뭘 안경까지 끼고 열심히 보는데, 대학 시절 허구한 날 실기실에서 누드모델과 함께 보냈으면서. 새삼스럽게. 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듯 남편이 한마디 한다.

옷을 걸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은 자연스럽다오히려 화려한 색상의 수영복이 눈에 거슬린다벗겨진 인간이 파란 하늘 밑의 모래나 바람 그리고 파도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연의 한 일부분으로 시들해졌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생각에 잠긴다.

그런데 바닷물은 왜? 어떻게 이리도 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