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19, 2012

과메기와 홍어회

어제의 일이다한국에서 갓 온 과메기와 홍어회를 안주 삼아 과음했다.

홍어는 흑산도 특산이라는 말만 들었고 과메기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다대구출생인 친구가 한국서 갓 공수한 것이라며 긴 설명을 할 수 없는 맛으로 일단 와서 맛을 보란다.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과메기라는 말이 생소해 
"생선회 먹으러 오라는데." 
그 옛날 겨울철 새끼줄에 말려 얼어 비틀어진 공미리를 연상하는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입맛을 다셨다그 틈을 이용해 바쁘다는 남편을 롱아일랜드 친구 집으로 끌고 갔다.

술상이 예사롭지 않다약간 말린듯한 꽁치 옆에는 생미역배추초고추장이 있다홍어회 옆에는 김치돼지고기 수육이 한 상 그득하다뭔가 예상치 않은 생선을 보고는 인상을 쓰는 남편으로부터 친구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배추 위에 생미역 그 위에 초고추장을 듬뿍 묻힌 과메기를 얹어 입에 넣고는 소주 한잔을 비우며 
쥑인다쥑여.”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고 홍어회를 싸서 입에 넣는 나에게 친구가 
잠깐재래식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찌를 텐데.” 
나 생긴 건 이래도 못 먹는 음식 없어.” 
찡그리고 있는 남편의 눈치를 살짝 보며 입에 넣고는 막걸리를 한잔 쭉 들이켰다.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맛이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맛인고!’ 하며 또 한 점을 먹고는 옆에 있는 맥주를 한잔 쭈윽~. 알 수 없는 요상한 맛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 또 한 점 그리고 또 한 잔

생긴 것과는 달리 비위가 약한 남편은 안주가 마땅치 않은지 옆에서 술만 들이켜고 있다된장찌개에 밥이라도 챙겨줘야겠지만 취기가 오른 나인지라 남편과 눈 마주침을 피했다과메기 한 점에 소주 한잔홍어회 한 점에 청주(정종한잔 그리고 막걸리도.

술상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보니 아직도 하늘은 훤하다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오면 창밖을 내다보며 얼마나 어두워졌나를 확인하는 버릇은 여전하다밖이 훤하면 집에 갈 시간이 아주 멀었다는 생각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보면어둠에 눌려 기분은 누그러들며 술맛은 농도를 더해간다.

친구 남편은 부지런히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느라 CD 갈기에 바쁘다그러다 
"커피 어때?" 
모두 고개를 저으며 
“No, No.” 
커피를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집으로 가야 한다는 묵계가 있는지라수시로 친구가 커피?’ 하면 우리는 술 취해 숙인 고개들을 좌우로 흔들며 밤은 점점 깊어갔다.

속이 쓰리다. 목이 쉬고 칼칼해 침대에 온종일 누워있다. 왜 늙음을 인정하지 않고 술만 보면 예전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 영광 봐야 하는데. 아이고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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