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 앉아 소주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며 만사가 해결되는 고국이 그리웠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 갈 일이 생겼다.
갈 일이 없어도 만들어서 가는 고국이다. 호텔을 알아보니 7월 중순에는 방이 없었다. 성수기도 성수기지만 이틀 전에 예약하려니 어려웠다. 그래도 내가 살다 온 곳인데.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갈 일이 없어도 만들어서 가는 고국이다. 호텔을 알아보니 7월 중순에는 방이 없었다. 성수기도 성수기지만 이틀 전에 예약하려니 어려웠다. 그래도 내가 살다 온 곳인데.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딱히 정해 놓은 숙소도 없으니 종로 방향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일단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갔다. 해장국 특’에 소주를 시켰다. 한산한 이른 아침에 마시는 소주는 비행기 안에서 먹은 알량한 음식을 밀어내며 뱃속을 마구 휘저으며 몸을 달구었다. 뉴욕에서 바둥거리던 어제와 전혀 다른 주위 환경 속에서 모처럼 늘어진 내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취기가 올라 종로거리를 걸었다. 걷다 보니 대학 시절에 들락거리던 YMCA 건물이 보였다. 거리 대부분이 변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눈에 익은 먼지 낀 유리 벽의 YMCA 건물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들어가니 호텔이 8층에 있다. 빈방도 있고 게다가 20% 할인까지 받았다. 지겹게 부엌에서 밥만 하던 나로서는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을 기회다 싶었는데 마침 인사동 골목 주위에 식당이 많아서 오는 첫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동부이촌동에서 급한 볼일을 보고 나무그늘 버스정류장에 앉아 용산역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나무에서 쏟아져 내리는 매미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어릴 적 시골 대청마루에 누워 뒤뜰 감나무에 달린 선명한 주황색 감을 하나 둘 세듯 고개를 잔뜩 젖히고 정신 놓고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버스 서너 대가 지나치는지도 몰랐다.
용산역에서 고속 열차를 타고 3시간 만에 목포에 갔다. 달성 공원 정자에 앉아 목포시를 내려다보니 고국 땅을 한눈에 다 본 느낌이었다. 사방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고국이 나를 반기는 둣했다.
내려오는 길가 노적봉 바위산 앞 모퉁이 식당에서 나오던 술 취한 취객과 택시 운전사가 싸움이 붙었다. 취객은 유턴하자, 운전사는 유턴할 수 없다며 시작한 싸움이었다. 말로 시작한 싸움이 서로 몸을 부딪치는 싸움으로 이어지며 엉겨붙어 길바닥을 뒹굴었다. 기세가 등등하던 기사 양반은 술 취한 사람을 얕보고 덤비다 힘이 부치는지 기세가 꺾이며 누가 말리지도 않았는데 화해했다. 두 사람은 툴툴 털고 한 번 더 언성을 높이더니 함께 택시에 올라 유턴을 하고 사라졌다. 싱겁기는, 마치 재미있는 지옥의 한 단면을 구경하려고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내려오는 길가 노적봉 바위산 앞 모퉁이 식당에서 나오던 술 취한 취객과 택시 운전사가 싸움이 붙었다. 취객은 유턴하자, 운전사는 유턴할 수 없다며 시작한 싸움이었다. 말로 시작한 싸움이 서로 몸을 부딪치는 싸움으로 이어지며 엉겨붙어 길바닥을 뒹굴었다. 기세가 등등하던 기사 양반은 술 취한 사람을 얕보고 덤비다 힘이 부치는지 기세가 꺾이며 누가 말리지도 않았는데 화해했다. 두 사람은 툴툴 털고 한 번 더 언성을 높이더니 함께 택시에 올라 유턴을 하고 사라졌다. 싱겁기는, 마치 재미있는 지옥의 한 단면을 구경하려고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싸움 시작도 잘하고, 화해도 잘하는 정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풋풋한 모습이 나의 목젖을 자극했다. 서서히 빈속을 파고들며 휘감는 소주 생각에 군침을 삼키며 어디 소주라도 마실 곳이 없나 해서 두리번 거렸다. 입술을 붉게 공들여 화장한 아줌마가
“이리 들어오셔 잉.”
짙은 남도 소리가 들렸다.
내친김에 쾌속정을 타고 홍도로 갔다. 대학 시절 홍도를 가겠다고 목포까지 갔다가 폭풍에 배가 뜨지 않아 지나쳤던 곳. 언젠가는 다시 와야지 했던 곳. 기대를 잔뜩 품은 나를 실은 배는 물 위에 잔잔히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는 섬들을 지나 선착장에 닿았다. 내리기도 전에 갑판 위에서 얼핏 본 선착장은 거무튀튀하고 어수선한 것이 깊고 어두운 호수 속으로 잡아 끄는듯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숙박 시설 또한 열악했다. 경관 보호차원에서 증축허가가 나오지 않아 호텔을 짓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주민이 나서서 말끔히 청소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나의 목젖을 또 자극했다.
부둣가에서 초고추장에 멍게를 깊숙이 담가 입에 넣고 먼바다를 보며 천천히 씹으며 소주를 원샷으로 들이키니 지저분하던 풍광이 서서히 눈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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