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9, 2009

머리가 큰 우리 아이

창문을 통해 신생아실을 들여다봤다. 멀리서 봐도 동양 아이는 한 명이라 쉽게 내 아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얼굴이 넓적한 게 머리가 컸다.

옆에 덩치가 나의 서너 배나 되는 백인 여자도 간호사가 아이를 들어 보여주니 반가워했다. 그녀는 내 큰 아이를 보더니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놀라는 표정이다.
"네가 낳은 아이니?” 
너무 크게 낳아 창피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 
몇 파운드야?” 
“9파운드 8온스.” 
그녀는 놀라서 다시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너의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아이가 나올 수 있니?” 
제왕절개 했어.” 
네 아이는 몇 파운드니?” 
“6파운드.”

나의 첫 아이는 그 병원에서 그 주에 가장 큰 아이로 태어났다. 간호사가 아이를 데려와 내 품에 안겨주며 떠나지 않고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서 있었다내가 안고 일어나려고만 하면 아이를 떨어뜨린다며 침대에 앉아서 안으라고 성화다. 100파운드도 안 되는 내가 아이를 가누는 것이 불안했나 보다. 
네가 아이의 보스가 돼야지 아이를 너의 보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퇴원하던 날 간호사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크게 난 아이가 자라면서 키가 안 큰다고 한다. 물론 엄마 아빠가 둘 다 작으니 클 리도 없겠지만, 아무튼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다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토하기 시작했다. 키는 작고 얼굴은 크고, 볼에 살이 너무 많고 다리가 굵다고 불평불만이다. 엄마 아빠의 나쁜 점만 닮았다며 원망했다. 9학년이 되자 아이 얼굴엔 여드름이 쫙 깔렸다
생긴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난리니 공부나 해
타일러도 화를 내며 투덜대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내내 옷, 장난감 등등 많은 것을 얻어다 키웠지만, 이제야말로 아끼고 아껴 모은 쌈짓돈을 풀 때가 아닌가 싶었다아이와 나는 부지런히 인터넷으로 여드름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좋다는 여드름약은 이것저것 사다 써보게 했다. 치아교정도 했고, 수영팀에도 넣었다. 아이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려고 여름 방학마다 국외 봉사활동도 보냈다아이는 갑자기 자기를 위해 돈을 펑펑 쓰며 평상시와는 달리 행동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 괜찮아? 우리 집 망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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