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인숙 언니가 긴 생머리에 가무잡잡한 얼굴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에 가면 화려하고 멋진 모습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언니의 모습은 흰 얼굴이 햇볕에 탄 것 말고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소박하고 수수했다.
인숙 언니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미국에 사는 사람과 펜팔을 하다 LA로 시집갔다. 어릴 적 나는 편지를 잘 쓰면 언니처럼 미국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잘 써 보려고 애를 썼지만 쉽게 써지지 않았다.
내가 글이라고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국군장병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였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군인에게 쓰는 편지 숙제가 많았다. 난 ‘국군 장병에게’라고 제목만 써 놓고는 다음을 이어 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어린 내가 고민을 처음 시작한 것도 아마 위문 편지 숙제 때문이었을 거다.
집 밖에 나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한숨을 쉬며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글이라고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국군장병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였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군인에게 쓰는 편지 숙제가 많았다. 난 ‘국군 장병에게’라고 제목만 써 놓고는 다음을 이어 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어린 내가 고민을 처음 시작한 것도 아마 위문 편지 숙제 때문이었을 거다.
집 밖에 나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한숨을 쉬며 고민하고 있었다.
“조그만 게 한숨은, 뭐가 문젠데”
인숙 언니가 물었다.
“국군 위문 편지를 쓰지 못해서.”
“야, 내가 부르는 대로 받아 적어”
편지 내용을 불러주었다. 군인 아저씨로부터 답장이 왔다. 옆집 언니는 답장을 읽고 또 불러주는 대로 적으라고 했다. 편지 내용은 신경 쓰지 않고 하얀 종이 위를 까만 글씨가 메꾸어져 가는 것만이 신이 났다. 이렇게 편지가 여러 번 오가다가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다.
어느 날 휴가를 나온 군인 아저씨가 커다란 크레파스를 들고 우리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크레파스를 주며 언니를 찾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다. 아저씨는 편지를 내 손에 쥐여주며 언니에게 꼭 전해 달라고 했다. 군인 아저씨가 떠난 후 나는 창밖으로 내다보는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 귀퉁이에 서서 언니에게 전해 줄 편지를 구겼다.
군인 아저씨가 왔다 간 후 선생님은 나를 ‘글 잘 쓰는 아이’라며 글짓기 대회에 반 대표로 내보냈다. 난 글짓기 대회에서 군인 아저씨를 속이고, 선생님을 그리고 반 아이들을 속였다는 반성문을 썼다. 그 이후 난 반성문 형태의 글을 쓰곤 했다.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느끼지 못하고 지나친 일들을 내가 왜 그때 그랬었나? 하며 깨닫는.
인숙 언니 덕분에 반성문은 잘 쓰게 됐지만 반성문 말고도 창조적인 멋진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 잘 쓰는 친구에게 물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나.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에 친구의 노트를 흘깃 들여다봤다. 길고 멋진 문장이 막힘없이 쓰여있는 게 아닌가. 집에 돌아와 나는 그 친구처럼 길고 멋진 글을 쓰려고 노트를 펼쳤다. 그러나 그날 내가 쓴 것은
어느 날 휴가를 나온 군인 아저씨가 커다란 크레파스를 들고 우리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크레파스를 주며 언니를 찾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다. 아저씨는 편지를 내 손에 쥐여주며 언니에게 꼭 전해 달라고 했다. 군인 아저씨가 떠난 후 나는 창밖으로 내다보는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 귀퉁이에 서서 언니에게 전해 줄 편지를 구겼다.
군인 아저씨가 왔다 간 후 선생님은 나를 ‘글 잘 쓰는 아이’라며 글짓기 대회에 반 대표로 내보냈다. 난 글짓기 대회에서 군인 아저씨를 속이고, 선생님을 그리고 반 아이들을 속였다는 반성문을 썼다. 그 이후 난 반성문 형태의 글을 쓰곤 했다.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느끼지 못하고 지나친 일들을 내가 왜 그때 그랬었나? 하며 깨닫는.
인숙 언니 덕분에 반성문은 잘 쓰게 됐지만 반성문 말고도 창조적인 멋진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 잘 쓰는 친구에게 물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나.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에 친구의 노트를 흘깃 들여다봤다. 길고 멋진 문장이 막힘없이 쓰여있는 게 아닌가. 집에 돌아와 나는 그 친구처럼 길고 멋진 글을 쓰려고 노트를 펼쳤다. 그러나 그날 내가 쓴 것은
‘나도 내 친구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다’
라고 쓴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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