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15, 2009

어항 밖의 금붕어


노란색 방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팔딱팔딱 뛰던 주홍색 금붕어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어린 나이에도 산다는 것은 어항을 잃고 물이 없어 헐떡이는 금붕어 같은 절박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중학교 삼 학년, 사월로 기억된다. 내게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언니가 있다. 그날은 대학을 졸업한 언니의 결혼식었다혼식에 참석하고 집에 돌아간 줄 알았던 이모 둘이 집 문을 부수듯이 들이닥치며 헐레벌떡 엄마와 나를 찾았다. 항상 아파 누워 있던 엄마는 아픈 몸을 일으켜 단장하고 맏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와 누워 었다.
언니 일어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엄마를 일으키고 나를 앞세워 어디론가 가자며 법석이었다. 나는 극성스러운 이모들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네가 맏딸이니 앞장서야 한다

우리 집에 일이 터지면 자기 일인 듯 흥분하는 이모들이 오늘따라 극도로 흥분했다. 엄마를 끌고, 나를 밀며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엄마와는 달리
 건강하고 성질이 불같은 이모들은 우리 집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아픈 엄마를 돌본다. 엄마 일이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극성부리며 살았다.

그다지 아파트 단지는 아니었다. 건물 1 오른쪽 아파트부터 벨을 누르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는 울상이 되어 벨을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아파트 벨을 눌렀을 때 몸이 마르고 착하게 생긴 여자가 내다보며 
누구니?
물었. 리빙룸 안을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빼는 순간 
누구야?” 
아버지 목소리였다.
나는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여기지.” 
이모들이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갔다. 엉거주춤 아버지가 일어났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엄마는 아버지를 보자 체념한 상태로 의자에 주저앉았. 
뭐야!” 
이모들이 여자를 밀쳤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뭔가 말하려다 획 하니 나가버렸다비쩍 마른 여자는 
자들이 무슨 짓이에요.” 
대들었다
?” 
작은이모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다. 큰이모가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어항이 넘어져 깨지며 파도에 쓸려나가듯 금붕어들이 어항 밖으로 순간에 쓸려나갔다.

금붕어들이 깨진 유리 조각 틈에 흩어져 죽을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뛰는 금붕어들이 어디로 튀는가를 살피며 멍하니 서 있었다. 금붕어들은 이리저리 뛰며 싸우는 발밑에서 살겠다고 난리 쳤다. 나는  그릇을 찾아 
금붕어들을 하나씩 담았다. 혹시나, 가구 밑으로는 들어간 것은 없을까?  마리의 금붕어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보이는 대로 그릇에 담아 아파트 복도에 나와 들고 서 있었다.
어린 것이 불쌍하기도 하지”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   아줌마가 나를 그녀의 아파트로 끌고 들어갔다나는 그릇 바닥에 깔려 펄떡이는 나와 같은 신세인 금붕어들을 ‘하나, 둘 셋…’ 세며 소리죽여 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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