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9, 2009

밥만 먹는 당신


어느 길로 가야 남편과 아이를 만날 있을까? 먼지 낀 뽀얀 길을 방황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남편과 여자가 한 명 그리고 남자는 세 명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린다. 음식은 나오지 않고  식탁에서 이야기만 하고 있다

화가 남편이 나보고 잠깐 밖으로 나오라며 먼저 획 하니 나가버린다. 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따라가다가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도 찾지 못했다. 뽀얀 먼지 나는 길을 헤매다 꿈에서 깨어났다.

내가 만약 밥하기 싫어서 이혼한다면 이 꿈과 같은 상황으로 살아가겠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결혼생활 25년이 됐는데도 나에게 변하지 않는 있다. 음식 솜씨가 전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지 않았을뿐더러 점점 하기 싫어 밥할 시간만 되면 답답하고 우울하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없다. 남편과 둘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싶었
" 먹을까?"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밥.
" 말고 딴 거 먹으면 안 돼?" " 알잖아. 저녁에는 먹어야 하는 ." 
얄밉게 말하는 남편에게 
"밥하고 ?" 
물어보려다가 그만 짜증이 났

때가 되어도 거들어주지 않고 신문만 보는 남편을 노려본다. '노려보면 어찌할 건데아무리 네 밥을 안 하려고 발버둥 쳐도 밥하는 너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표정으로 남편은 신문을 본.

아이들은 미국식, 남편은 한국식 식단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들이 집 나면 밥순이로부터 어느 정도는 해방 알았다그런데 남편은 더욱 한국식을 주장한다. 특별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입에 맞는 음식을 해주지도 못하면서 밥까지 하기 싫다는 것이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먹는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밥이 없으면 빵도 먹고 라면이라도 먹어 배만 채우면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이 많으면 손수 해 먹으시던지. 절대로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돛단배에 몸을 싣고 흐르는 물살에 흔들리며 어디론가 먼, 아주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런데 뽀얀 먼지가 풀풀 나는 길에서 방황하는 속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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