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은 손재주가 많다. 팬데믹 때는 재봉틀에 앉아 마스크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연말에는 스카프도 받았다. 집수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정원에 허브를 심어 허브티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자상한 남편을 둔 내 친구는 얼마나 좋을까?”
남편에게 말했다.
“나도 만들 수 있어. 재봉틀만 있으면.”
“정말?”
“내가 총각 시절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특히 백투스쿨 시즌에는 재봉틀이 불이 나도록 청바지 아랫단을 줄였다고. 옷가게 주인도 내 실력에 감탄 했다니까. 대신 드로잉 테이블 만들어 줄까?”
“또 홈디포 가려고?”
“스튜디오에 나무판이 있어. 가지고 와서 만들게.”
며칠 후 남편이 쓴 카드 명세를 들여다보다가 홈디포에서 널빤지 산 기록을 봤다. 자그마치 나 102달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 돈이면 차라리 이케아에 가서 디자인 테이블을 사지.
“널빤지 스튜디오에 있다고 했잖아. 그냥 굴러다니는 것 있으면 만들랬지. 왜 새 나무를 샀어.”
“이왕 만드는데 질 좋은 재료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이케아에서 사고 싶은 테이블 봐 둔 게 있다고.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남편 별명은 ‘그린포인트 이 목수’다. 가구를 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냥 만들겠다고 난리 쳐서. 한번 만들겠다고 마음먹으면 내 발끝에서 허리 높이, 키 재느라 자를 들고 쫓아다닌다.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고집부려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도 간혹 있지만, 이케아에 점 찍어 놓은 가구가 눈에 아른거려 실망한다. 하지만 만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둔 내 팔자니 어쩌겠는가.
“그것마저 못 하게 하면 남편은 무슨 재미로 살까?”
얼마 후, 부셔서 다른 것으로 활용할망정 결국에는 내가 포기한다.
나무 판때기를 아예 그린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재단하고 프라이머를 칠해 핸드카로 끌고 왔다. 오자마자 내 얼굴 볼 틈도 없이 만들기가 급했다. 다 만들어 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서 만져본다.
“와! 잘 만들었는데. 수고했어요.”
저녁 식탁에 앉아서 다시
“너무 잘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남편 얼굴을 슬쩍 보니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근데 내 친구 남편은 친구 머리도 염색해 준다는데. 그 집 남편처럼 내 머리 염색 좀 해줄래?
“아주 나를 머슴으로 부리시네. 내가 마당쇠냐? 그건 못해. 미장원에 가서 해. 돈 줄 테니.”
남의 남편 장기 자랑 열거해서 드근로잉 테이블 생기고 싸지 않은 미용실 비용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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