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8, 2024

재봉틀 밟는 남자


친구 남편은 손재주가 많다. 팬데믹 때는 재봉틀에 앉아 마스크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연말에는 스카프도 받았다. 집수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정원에 허브를 심어 허브티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자상한 남편을 둔 내 친구는 얼마나 좋을까?”

남편에게 말했다. 

“나도 만들 수 있어. 재봉틀만 있으면.”

“정말?”

“내가 총각 시절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특히 백투스쿨 시즌에는 재봉틀이 불이 나도록 청바지 아랫단을 줄였다고. 옷가게 주인도 내 실력에 감탄 했다니까. 대신 드로잉 테이블 만들어 줄까?”

“또 홈디포 가려고?”

“스튜디오에 나무판이 있어. 가지고 와서 만들게.”


며칠 후 남편이 쓴 카드 명세를 들여다보다가 홈디포에서 널빤지 산 기록을 봤다. 자그마치 나 102달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 돈이면 차라리 이케아에 가서 디자인 테이블을 사지.

“널빤지 스튜디오에 있다고 했잖아. 그냥 굴러다니는 것 있으면 만들랬지. 왜 새 나무를 샀어.”

“이왕 만드는데 질 좋은 재료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이케아에서 사고 싶은 테이블 봐 둔 게 있다고.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남편 별명은 ‘그린포인트 이 목수’다. 가구를 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냥 만들겠다고 난리 쳐서. 한번 만들겠다고 마음먹으면 내 발끝에서 허리 높이, 키 재느라 자를 들고 쫓아다닌다.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고집부려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도 간혹 있지만, 이케아에 점 찍어 놓은 가구가 눈에 아른거려 실망한다. 하지만 만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둔 내 팔자니 어쩌겠는가. 

“그것마저 못 하게 하면 남편은 무슨 재미로 살까?”

얼마 후, 부셔서 다른 것으로 활용할망정 결국에는 내가 포기한다. 


나무 판때기를 아예 그린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재단하고 프라이머를 칠해 핸드카로 끌고 왔다. 오자마자 내 얼굴 볼 틈도 없이 만들기가 급했다. 다 만들어 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서 만져본다.

“와! 잘 만들었는데. 수고했어요.”

저녁 식탁에 앉아서 다시 

“너무 잘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남편 얼굴을 슬쩍 보니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근데 내 친구 남편은 친구 머리도 염색해 준다는데. 그 집 남편처럼 내 머리 염색 좀 해줄래?

“아주 나를 머슴으로 부리시네. 내가 마당쇠냐? 그건 못해. 미장원에 가서 해. 돈 줄 테니.”

남의 남편 장기 자랑 열거해서 드근로잉 테이블 생기고 싸지 않은 미용실 비용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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