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5, 2024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숲속에 있어요. 나에게 눈길을 줘요’ 
라고 반딧불이 나를 향해 반짝이는 듯하다. 나는 크리스마스트리 불꽃이 반복해서 깜박거리는 듯한 어두운 숲속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불빛을 쫓는다. 반딧불들이 내 검은 옷에도 앉아 불을 밝힌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머리는 핑크색이고 날개 부분은 검은색이다. 세련된 조합이다.

올여름은 더위가 일찍 시작했다. 무더위가 계속된다. 나는 일상 스케줄을 바꿨다. 새벽에 공원을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창문마다 커튼을 내린다. 실링팬을 틀고 가만히 앉아 일을 한다. 저녁엔 에어컨을 켜 놓고 공원에 간다. 벤치에 앉아 반딧불을 구경하다가 어둠이 땅속으로 스며들면 집으로 돌아온다. 다른 어느 해보다 반딧불이 왕왕 불빛을 발한다. 


나는 늘 혼자다. 남편은 아침 7시에 작업하러 스튜디오에 갔다가 저녁 7시에 돌아온다. 작업에 빠졌는지 일요일도 간다. 오히려 남편이 나가주면 나는 좋다. 우리는 각자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은 잘 맞는다. 내가 외롭다고 하면 그가 힘들 것이고 그가 외롭다면 내가 힘들어질 것이다. 서로 통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둘 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매슬로(Maslow's hierarchy of needs)의 5단계(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 소속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의 한 예로 학교 선생이었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따금 떠오른다. 이 여자는 50세에 퇴직하고 사이도 나쁘지 않았던 남편에게 이혼 조건으로 퇴직금 반을 줬다. 그리고 작은 백팩 하나 메고 한국을 떠났다.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배가 고프면 알바하며 자유인으로 혼자 산다. 게다가 자유인, 인도 애인도 있다. 둘이 가끔 우연히 만나면 하룻밤 함께 지내고 헤어지고 지금까지 떠돌아다닌단다. 


나는 남편과 함께 여행한다. 하지만 다른 어떤 일도 함께 하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동남아시아를 떠도는 이 여자처럼 살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나 여기 있어요. 나에게 눈길 주세요.’ 하는 외로운 몸짓으로 석양에 빠진 비행기 한 대가 하늘에 멈춘 듯 떠 있다. 혼자 있는 나에게 ‘나도 당신처럼 외로워요.’ 손짓하는 듯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다. 파트너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나는 저 멀리 떠가는 비행기처럼 서로가 방해 하지 않는 온전한 너와 나다. 우리는 떨어져서 각자 평정심으로 자유를 즐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