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11, 2024

마지막 버스


나는 로드트립에 관한 영화를 즐겨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다. 

‘마지막 버스’(The Last Bus)라는 영화를 봤다. 한 병든 노인이 죽은 아내의 유골을 들고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인 존 오 그로츠(John o' Groats)를 떠나 잉글랜드 남서부, Land's End (850마일)로 여정을 떠난다. 지금은 노인이 되어 부인의 유골을 들고 가지만, 1950년대 이 부부는 어린 시절 비극의 아픈 기억에서 가능한 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를 원해 잉글랜드 집을 떠나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인 존 오 그로츠로 향했다. 


나도 한국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신혼생활로 바빴다. 나는 남자 친구조차 없었다. 그나마 교사 임용고시로 선생이 된 후, 결혼하자는 남자들이 서너 명 나타났다. 교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좋다는 남자와 결혼한다면 직장과 남편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다. 노예해방의 돌파구로 유학을 선택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병든 노인은 죽은 아내의 유골과 무료 버스 승차권과 지도를 들고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면서 고향 아닌 고향을 향해 힘들게 여행한다. 여정 중 노인은 무슬림 여성을 괴롭히는 인종차별주의자인 술에 취한 사람과 용감하게 대항 하는 등 여러 사건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국적인 이야깃거리가 된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 노인은 유명 인사가 되었다.


로드트립 영화를 보면 힘든 여정일지라도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제자리에 고인 물로 남고 싶지 않다. 파도가 치대며 거품을 놓고 떠났다 다시 오듯 다리 성할 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


친정 식구가 모두 차 운전이 서툰 DNA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지 난 차 운전에 서툴러 여러 번 사고를 냈다. 하지만, 걷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나도 플로리다까지 걸어서 가 볼까? 


Google 지도로 뉴욕시에서 플로리다까지 보행자 경로의 길이가 1,500마일이다. 맞는 계산인지 확실치 않지만, 한 시간에 2.5 마일 속도로 걷는다고 치면 600시간 정도 걸린다. 주머니에 크레딧카드와 신분증을 넣고 하루에 여섯시간씩 걸으면 4개월 정도 걸린다. 걷지 않는 휴식 시간을 더하면 일 년이 걸릴 것 같다. 가다가 힘들면 버스도 타고 옷과 신발이 낡고 더러워지면 버리고 사 신고 입으면 된다. 날이 저물면 쉴 곳을 찾아 들어가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 앉아 쉬었다가 간다. 당장이라도 그냥 남쪽으로 걸어가면 어느 아늑한 해안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 


영화 ‘마지막 버스’에서는 노인의 여행이 감상적으로 단조롭고 평탄한 길처럼 느껴진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과연 내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져 객사하지 않고 플로리다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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