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8, 2024

12시간의 딸꾹질


새벽 5시다.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 나지 않게 살살 남편이 잠든 건넌방으로 갔다. 평상시에는 항상 열려 있는 방문이 닫혀있다. 방문에 귀를 기울였다. 

“따알꾹” 

‘딸꾹’이 아닌 바람 빠지는 ‘따알꾹’이다

소리가 멈췄나 하고 기다리면 또 한다. 조용히 문 열고 들어가 남편 가까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움직거린다. 

“아직도 하네. 일어나요. 안 되겠어. 이러다 사람 잡겠어.” 


어제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난 후 딸꾹질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 멈출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남편에게 다른 방법을 다시 해 보자고 재촉했다. 브라운 봉투를 두 손으로 입 가장자리에 틀어막고 숨 쉬라고 했다. 효과가 없다. 허리를 90도 숙이고 차가운 물이 든 종이컵에 입을 박으면 컵 바깥쪽으로 물을 마시게 된다. 내가 먼저 종이컵에 주둥이 처박고 물 마시는 시범을 보였다. 잘 안된다며 물을 서너 번 엎지르더니 남편은 내가 했던 대로 따라 했다. 딸꾹질이 멈췄다.  

“드디어 멈췄다! 얼굴이 핼쑥하네. 그럼 푹 자요.”

등을 두들겨 주고 나도 잠에 빠졌다. 


어제 저녁 먹고 딸꾹질하기 시작해서 거의 12시간 만에 멈췄다. 헛구역질하고, 숨을 쉬지 않고, 찬물 마시고, 놀래주고, 콧속을 간지럽히고, 설탕을 한 수저 먹고, 바나나를 먹어도 멈추지 않던 것이 드디어 멈췄다. 구글에 있는 딸꾹질 해소 방법은 죄다 했다. 구글이 있는 세상이 고맙다. 


아침 먹는 남편의 커다란 얼굴이 작아 보인다. 그 사이에 사람이 훅 갔다.

‘딸꾸욱’

“아이고 깜짝이야! 또 해. 질기네. 다시 하자.”


남편은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물이 든 종이컵에 입을 처박고 컵 바깥쪽으로 물을 마셨다. 그런데 종이컵 안에 처박힌 입이 빠지지 않았다. 오리주둥이로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봤다. 나는 종이컵을 냅다 잡아당겼다. 남편의 주둥이가 빠지며 뒤로 자빠질 뻔했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다시 ‘딸꾹’ 소리가 날 것 같아 불안했다. 귀를 기울이며 나는 생각했다. 맞는 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한다는데. 특히나 양심에 반하는 큰 거짓말을 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데. 남편이 나에게 뭔가 잘못한 일로 찔리는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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