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날, 종로3가 인사동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먹으러 밖에 나갔다.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취해서 떠들어도 주변에 경찰 한 명 볼 수 없었다. 밤 문화를 활기차게 사고 없이 즐기는 그들이야말로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답다.
다음 날 새벽, 남편과 해장국 집을 찾아 나섰다. 그 많던 음식점 앞 포장마차가 포장을 내려서인지 완전히 다른 길거리로 보였다. 청소부 아저씨들이 전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를 치우는 고요한 고국을 걷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60년 된 후줄근한 국밥집에 들어가 막걸리와 국밥을 먹었다. 가격도 싸고 꽤 맛있다.
아이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 쪽으로 걸었다. 골목을 돌다가 아이들은 빵집으로 나는 그 옆 김밥집에 들어갔다. 김밥을 싫어하는 남편은 ‘김밥 먹으려고 한국에 왔냐?’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나 김밥, 오뎅, 떡볶이 먹고 싶어 한국에 왔다. 어쩔래.’ 하는 심사로 남편과 눈 맞춤을 피했다. 밖에 우뚝하니 서 있던 남편이 슬쩍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그렇게 맛있어?”
오뎅을 먹어보더니 김밥도 집어 먹었다. 아이들도 빵을 사 들고 와서 합세했다. 맛있다고 계속 주문했다.
“아들이 둘인가 봐요? 나는 셋인데.”
식당 주인아줌마가 물었다. 아줌마의 든든한 아들 셋이 주방과 홀에서 각자 일을 하다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선한 인상들이다. 맘씨 좋은 아줌마의 한마디가 왜 그리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따뜻하게 들리던지! 여행 중에도 아이들은 아들 셋 아줌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며 다시 한번 가자고 했지만, 시간상 인사동에는 갈 수 없었다.
저녁에는 호텔 앞, 힙(hip)하다는 익선동 골목을 걸었다. 익선동은 100년 전 서민을 위해 지어진 15평 미만의 조용한 한옥마을이었다. 2010년부터 한옥을 변경한 작은 카페들과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서서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가 되었다. ‘젊음이 좋긴 좋구나.’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우리 부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