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30, 2021

고맙다, 두 아들아

 “큰아들이야?” 
“아니 둘째.” 
“한국말 잘하네.” 
“한국말 잊어버릴까 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나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친구와 공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인덱스 펀드(Index fund)를 더 살까 말까 아들과 의논하는 나에게 친구가 물어본 대화 내용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영어로 말하면 한국말로 하라고 했다. 무조건 한국말만 사용한 덕분에 나는 영어가 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한국말을 곧잘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큰 아이는 아마존에서 정수기 워터 필터, 비타민 C와 D3, 선크림과 수분크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엔슈어(Ensure) 24개를 주문해서 보내준다. 쌀 사기가 무거워 힘들다고 지나가듯 말했더니 현미 쌀도 첨가했다. 대신 마더스 데이와 생일 선물은 생략하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우리 부부의 뱅가드 인덱스 펀드(S&P 500, 시장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를 투자 관리해준다. 재미없다고 투덜대면서 공부한 아이의 전공 덕을 보는 것 같다. 

 “엄마, 주식을 하려면 성격이 느긋해야 해요. 마음 편히 오래 가지고 있으면 벌어요. 그러나 개별 종목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을 많이 올릴 수도 있지만, 잃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사고팔고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받아 일상생활을 편히 살 수 없어요.” 라는 아이 말에 일 년에 두 번 정도 얼마나 올랐나, 내렸나만 물어보고 기록해 놓는다. 작은 아이도 재정관리를 해 주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은 생략했다. 오히려 무슨 날이면 두 녀석에게 음식 대접하며 고맙다고 한다. 

 두 아이는 주식투자 하는 것을 돕고 의논하며 함께 놀다 친구도 같아졌고 절친이다. 우리 부부는 전혀 아이들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장을 고만둔다고 해도, 어떤 여자를 사귀어도 무조건 격려한다. 식구끼리의 대화는 마찰 없이 잔잔히 물 흐르듯 평화롭게 이어진다. 

 만약 아이들이 결혼하면 어떻게 변할까? 그녀들이 잔잔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자며 평화를 깨는 것은 아닐까? 알아서들 잘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 아이들도 데이트만 하며 결혼할 생각이 없고 나도 아이들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Thank you, my two sons

 "Is he your eldest son?" 
"No, second." 
"He is good at Korean." 
“He was afraid he would forget Korean, so calling and talking to me once a week seems to be helpful.” 

 I was talking with a friend in the park. I got a call from my second son. This is the content of a conversation my friend asked me as I was discussing with him whether to buy more Index Funds. 

 I have told my children to speak in Korean since they were babies. Because I spoke only in Korean, my English did not improve, but my children speak Korean very well. 

 After they graduate from college and start earning money, the eldest son regularly orders and sends me a water filter, vitamins C and D3, sunscreen and moisturizing cream, and 24 Ensure per month from Amazon. He also added brown rice to a word that seemed to pass by saying that buying rice is heavy and difficult. Instead, I told him to skip Mother's Day and birthday presents. 

 The second son invests and manages our couple's Vanguard Index Funds (S&P 500, all stocks included in the market index). I feel like I'm benefiting from the major of the son who studied while grumbling that was not fun. 

 “Mom, if you want to do stocks, you have to have a relaxed personality. If you feel comfortable holding it for a long time, you earn. However, while investing in individual stocks can make a lot of money, you have a higher chance of losing it. And can’t live daily life comfortably because of the stress of buying and selling and worrying about it.” Following his words, I ask him how much it went up or down twice a year, and record it. Even he manage our couple's finances, so special day gifts were omitted. Rather, on special days, I treat them and say thank them. 

 The second son helped his older brother invest in stocks, and as they played together, his friends became the same. The two are best friends. 

 My husband and I do not interfere with their affairs at all. Even if they quit their jobs, we encourage them unconditionally no matter what kind of woman they date. The conversation between our family continues calmly and peacefully like water flowing without friction. 

 What will happen if the two sons marry? Could it be that their wives are breaking the peace by going up against the calm waters? They'll do well on their own, but I can't guarantee it. Is the reason why they only date and have no intention of getting married, and I don't even talk about their marriage is that I'm afraid of breaking the peace?

Saturday, October 16, 2021

대서양을 닮은 그녀

몇 년째 늦여름마다 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는 친구를 방문하고 나는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왔다.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무쇠 냄비에 불려 놓은 쌀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깻잎을 가득 채운 후 새우를 넣고 밥을 했다. 밥이 되는 동안 파와 빨간 고추를 다지고 아몬드 가루를 듬뿍 넣은 양념간장을 준비했다. 

 친구가 해준 된장찌개와 깻잎 김치를 곁들인 깻잎 밥을 먹었다. 우리 부부는 깻잎 향에 빠져 말이 많아졌다. “프랑스 유명한 주방장이 한국에 와서 깻잎 향에 반했다는군.” 
남편의 기분이 좋은 틈을 놓칠세라 나는 
“내일 또 깻잎 밥과 깻잎부침개 해도 돼? 싱싱할 때 다 먹어 치워야지.” 

 친구는 빨간 고추, 방울토마토와 호박도 줬다. 깜박 잊고 호박잎과 배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카톡이 왔다. 

 정확히 31일 년 전이다. 내가 작은 아이를 낳고 바로였다. 우리는 플러싱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만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끌려 친구가 되었다. 교인 모두가 집사였는데 우리 둘만 집사가 아니라서 ‘안 집사’라고 불려서였을까?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다툼이라던가 섭섭함이 없었다. 아마도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배려 때문이다. 친구는 작은 거인이다. 키는 작지만, 마음 씀씀이는 그야말로 그녀 집 가까이에 있는 대서양을 닮았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그녀의 집 뒤뜰에 나가서 깻잎 따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게 무장을 해야 한다. 내가 모기에 물릴 것이 걱정되어 아예 뒤뜰 나가는 방에다 깻잎 줄기를 통째 잘라다 쌓아 놓았다. 나는 방석에 앉아 조용히 깻잎을 따며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항상 내가 힘들지 않게 배려한다. 그러면 나는 어떤 배려를 그녀에게 했던가? 기억이 없다. 그녀에게 받은 기억만 있다. 

 우리는 각자 두 아이를 키우며 잘살아 보려고 산전수전 공중전을 하면서 이따금 만남을 이어왔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서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난다. 나는 수다를 떨고 친구는 내 수다를 마냥 들어준다. 다음 만남에는 수다를 꾹 참고 나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텐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이 엿 같은 코로나 역질 때문에 2년 가까이 입을 열 때가 없어서일까? 라고 변명하려다가 솔직히 나는 타고난 수다쟁이라고 인정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성당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이 열려있으면 항상 들어가 기도하며 쉬었다 나온다. 그녀와 헤어지기 전, 그녀가 다니는 교회에 들렀다. 작고 아담한 하얀 교회다. 순수하고 아늑한 교회 분위기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은 포근했다. 우리는 각자 조용히 기도했다.

She resembles the Atlantic Ocean

 Every late summer for several years, visiting a friend. And I diligently returned home. As soon as I entered the kitchen, I laid out the soaked rice in a cast iron pot, filled it with sesame leaves, and put shrimp in it, and cooked. While the rice was cooking, minced green onion and red pepper and prepared seasoned soy sauce with plenty of almond powder. 

 My husband and I ate sesame leaf rice with soybean paste stew and sesame leaf kimchi made by a friend. Our couple fell in love with the scent of sesame leaves and became talkative. 
“The famous French chef came to Korea and fell in love with the scent of sesame leaves.” 
I don't want to miss my husband's happy moments. 
“Can I cook sesame leaf rice and sesame leaf pancake again tomorrow? We should eat them all while they are fresh.” 

 My friend also gave me red peppers, cherry tomatoes, and zucchini. Kakaotalk came, regretting that she forgot not to give the zucchini leaves and pears. 

 It was exactly 31 days ago. It was right after I gave birth to the second child. The moment we met at a small church in Flushing, we were somehow attracted to each other and became friends. Was it because all the church members were deacons, but it wasn't just the two of us, so we were called 'Non-deacon'? So far, while being friends, there has never been a single quarrel or disappointment. Perhaps it was because of her consideration. She is a small giant. she is short, but her heart literally resembles the Atlantic Ocean near her house. 

 It's just like that today. To go out to the backyard of her house and pick sesame leaves, I must be armed to avoid mosquito bites. She was worried that I would be bitten by mosquitoes, so she cut and stacked the whole stems of sesame leaves in the room that goes out to the backyard. I sat on the cushion and quietly picked sesame leaves and fell into thought. She is always considerate of me so that I don't have a hard time. Then, what kind of consideration did I give her? I don't remember. I only remember receiving it from her. 

 We met occasionally while going through hardships to raise two children and live well. Now that the children are adults and we are growing old together, we see each other more often than before. I chatter and my friends listen to my chatter. At the next meeting, I should hold back my chatter and listen to her, but it's not that easy. Is it because I haven't been able to open my mouth for nearly two years because of this fucking COVID-19? I tried to make excuses, but to be honest, I felt more at ease when I admitted that I was a natural chatterbox. 

 I am not religious, but I do not pass by the cathedral. If the door is open, I always go in and pray. Before I broke up with her, I stopped by her church. It is a small white church. The pure and cozy atmosphere of the church relieved tension and made my heart warm. We each prayed quietly.

Saturday, October 2, 2021

빗속에서 뛰는 여자

“아이고머니나! 왜 이렇게 시원한 거야. 클로젯으로 와 봐요. 여기 너무 시원해요.” 
“옆집 에어컨 바람이 들어온 것 아니야. 벽에 구멍이 뚫렸나?” 
“그럴 리가. 벽이 두꺼워 옆집 소리도 안 들리는데. 아무튼, 미국 사람들은 에어컨을 틀어도 너무 세게 틀어. 추워서 건물에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남편은 클로젯 안에 혹시나 옆집 벽 사이로 갈라진 틈이라도 있나 살피지만, 없다. 

“생각나? 옆 가게와 구멍이 뚫려서 에어컨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웃었던 동내 아줌마 이야기.” 
“아! 옆 초콜릿 가게에서 에어컨 바람이 뚫린 벽으로 들어온다던 아줌마.” 

올해는 이상하게도 밤만 되면 서늘해서 한 번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대신 창문을 열어놓고 실링 펜을 노상 튼다. 실링 팬은 냄새도 없애주고 시원 섭섭지 않게 시원하다. 가만히 앉아 글을 쓰거나, 서서 붓질하다가 더우면 샤워한다. 90도가 넘는 날은 바닷가에서 놀다가 다 저녁에 돌아오니 물속에서 차가워진 몸이 덥지 않았다. 

“마누라 입에서 덥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네. 춥다는 말은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듣지만, 땀도 나지 않아. 아주 건조한 인간이야. 그래서 성격도 건조한가. 질척이는 인간관계를 싫어하다 못해 무 썰 듯 뚝 잘라버리잖아. 차가운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정도 주지 않는데 왜 그리 만나자는 사람들은 많은지. 비결이 뭐야?” 
뭐 난들 알아. 그러는 당신은 왜 그리 물(水)이 따라다니는데? 다 팔자소관이지.” 

용띠인 남편은 물이 따라다니며 자기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상수, 하수도 파이프를 고치느라 바쁘다. 최근 연달아 들이닥친 허리케인 때문에 무거운 타르를 들고 지붕을 때운다고 난리 쳤다. 물이 따라다니는 남편 팔자로 인해 나는 밖에 나갔다가도 소나기만 오면 빗속에서 뛰어야 한다. 비가 그치길 기다릴 수가 없다. 

콘도에 들어서는 흠뻑 젖은 나를 쳐다보며 도어맨들은 ‘와우’를 연발한다. 왜 비만 오면 저 여자는 허구한 날 뛸까? 궁금해 갸우뚱하지만, 나는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후다닥 문을 열고 들어가 창문들을 닫느라고 난리 친다. 창문을 빨리 닫지 않으면 비가 들이쳐 벽과 마룻바닥이 눅눅해진 것을 보는 남편의 일그러져 짜증 난 표정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놀랄 때 꼬이고 살필 때 풀린다.’라는 스님 말씀을 머리에 되새김질하면서 조심하다가도 빗속에서는 무작정 뛰는 습관이 몸에 밴 팔자가 됐다. 하도 개떡 같은 뉴욕 날씨 때문에. 가을이 점점 짙어진다. 이젠 소나기는 한동안 오지 않겠지? 당분간은 뛰지 말고 우아한 몸짓으로 맨해튼을 거닐자.

A woman running in the rain

 "Oh my gosh! Why is it so cool here? Come to the closet." 
"The air conditioner wind next door is blowing in. Is there a hole in the wall?” 
"No way. I can't hear the next door because the wall is thick. Anyway, Americans turn on the air conditioner too hard. I'm afraid to enter the building that is too cold." 
My husband looks inside the closet to see if there is a crack between the walls next door, but there is no gap. 

 "Do you remember the story of a local store woman? It is cool because the air conditioner wind blowing in from the next store. We laughed because she told us not to tell anyone." 
"Oh! The lady who said the air conditional wind coming through the wall from the chocolate store next door." 

 This year, strangely, it was not hot at night, so I never turned on the air conditioner. Instead, I left the window open and kept turning on the ceiling fan. The ceiling fan also eliminates odors and keeps me cool. Sit quietly to write, or take a shower when it's hot while making artwork. On a day above 90 degrees Celsius, I played on the beach and came back in the evening, so my body was not hot. 

 "I've never heard you say it's hot. I hear cold all the time, and you don't sweat in your body. You are a very dry person. Is that why your personality is dry? You hate clingy relationships, so you cut them off as if cut them like a radish. you have a cold personality and don't give affection to people, but why do so many people want to meet you? 
"What's the secret?” “What do I know? Then why is water following you around? It's fate.” 

 My husband, who was born in the year of the dragon, is said to have water following him and harassing him. He is busy fixing the water and sewage pipes. He raged about lifting heavy tar and fixing the roof over because of the recent hurricanes that hit in a row. Due to my husband's fate that the water follows, I have to run when it rains even when I go out. Can't wait for the rain to stop. 

 Looking at me soaked in water as I enter the building, the doormen shout "wow". Why does that woman run on a when a raining day? They are curious. I quickly take the elevator and go into my apartment and close all the windows. This is because if the window is not closed quickly, my husband's distorted and irritated expression is visible as he sees the walls and floors soggy due to rain. 

 Even though I was careful while reflecting on the monk's words, ''It gets messed up when surprised and it gets solved when looking carefully.'' the running recklessly in the rain has become a habit. Because of the terrible weather in New York. Autumn is getting darker. It won't rain for a while now, will it? Let's not run for a while and walk around Manhattan with graceful ges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