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를 따라 최북단 노르웨이로 향하는 배 안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내려 째는 땡볕 아래 반짝이는
하얀 택시가 구호의 천사인 양 나타나지 않았다면 길게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어색한 분위기를 어찌했을꼬? 를
생각하느라.
뉴욕에서 밤 비행기로 아침 7시에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노르웨이 가는 크루즈를 타려고 구글에서 찾은 정보를 철석같이 믿고 찾아간 곳은 터미널이 아니었다.
공항에서 배를 잡아탈 동안 1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가능하면 새로운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현지인들 살아가는 모습을 슬금슬금 살펴보면서 우리
뉴욕 삶을 오버랩하는 것을 즐기고 싶어서다. 그러나 힘들게 시도하다 재미있는 일도 생기지만,
뜻밖의 일로 당황한다.
수많은 배가 들락거리는 기차 종점인 부둣가에서 1시간을 기다려 페리를 탔다. 그러나
우리를 내려놓은 곳은 한때는 터미널이었지만, 지금은 공사판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비게이터만 믿고 따라가다 눈 속에 파묻혀 죽었다는 신문기사와 다를 바 없었다.
건물이 여기저기 올라가는 공사판에 허탈하게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일요일이라 인적이 끊긴 공사장은 고요했다. 다행히 멀리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자가 보였다. 손짓하며 세웠다. 택시를 타고 우리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 강 건너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럴
때 당연히 열 많은 남편은 벌써 씩씩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황무지에서 방황하는 자그마한 아시안 여자의 사정이
안타까웠는지 낯선 남자는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렀다. 그러나 택시도 낯선 장소를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다시 전화하니 더 기다리란다. 미안해서 알아서
타고 가겠다고 했다. 그는 인적이 없는 곳이라 좀 그렇다며 우리가 떠나는 것을 보고 가겠단다.
강한 아침 햇살 아래 멀리 떨어져 짜증 내는 남편,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택시를 기웃거리는 낯선 남자 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나. 오죽했으면
“네 남편이 화가 난 것 아니냐?”
고 남자가 물었을까?
“내 호기심 많은 잘못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어 너 만나기 전부터 화가
나 있었다.”
고 얼벼무리자
“남자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며 그는 휑한 표정으로 내가 가엾다는 듯 쳐다본다.
“왜 짜증 내고 난리야?”
낯선 남자와 헤어지고 난 후 바가지를 긁었다.
“짜증이 조상 내력인 걸 어쩌겠냐.”
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답하는 남편. 그냥 머리통을 한 방 날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