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이불 속에서 옆으로 누워 무릎을 한껏 구부리고 눈을 감으면 엄마 품에 안긴 듯 스르르
잠이 든다. 어쩌다 눈을 뜨면 옆에 잠든 남편의 커다란 얼굴을 보고 잠이 확 달아난다.
나는 자식과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엄마한테서 받았던 그런 애절하고 포근한 사랑은 없다.
엄마는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무척 애쓰셨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뭘 함께 하자고 하면 일단 뒤틀며 ‘NO’로 대답한다. 웬만해선 남편의 그런 성질을 알기에 참다가도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내가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YES’로 바꾸기도 하지만, YES로 바뀌는 과정에서 큰소리가 나서 지쳐 포기한다.
바닷가에서 혼자 산책 했다. 뒤에 남겨진 남편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가 보이지 않았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며 남편을 찾곤 했는데 오히려 홀가분 해 지는 게 아닌가!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걸어온 길로 되돌아가지 말고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이렇게 남편과 멀어져 계속 간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되돌아올 수 없을 때까지 가 볼까? 아니면 망망한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영원히 사라질까?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가 나를 삼킬 듯 점점 가까워졌다.
어린 시절, 다 저녁에 길을 가다가 갑자기 맞은편에서 오던 아저씨가
“너 어딜 가니?
하는 게 아닌가! 동네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남이 어딜 가든 말든, 별 미친 사람이 다 있네.’
빠른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획 뒤 돌아다 보며
“아저씨, 나 알아요?”
물었다.
“밤늦게 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어딜 자꾸 멀리 가니?’
하며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다. 뒤 돌아 무거운 발걸음을 타박타박 옮겼다. ‘NO’만을 외치는 남편을 향해서.
가을이라 그런가, 글에서 오는 느낌도 뭔가 쓸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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