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사실 사람 말을 알아듣지만, 일을 시킬까 봐 모르는 척한다.’라는 인도네시아 속담이 있다.
“너 어디 가서 뭐 잘한다고 말하지 마라. 사람들이 일 시킨다.”
친정 엄마가 늘 나에게 하던 말과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절대 먼저 나서서 일을 벌이지 않는다. 누군가 동참을 권유하면 깊이 생각한다.
‘과연 이 사람이 잘 리드할 능력이 있는가? 일하다가 싫증 나면 잠수 탈 인간인가? 본인이 꺼낸 말에 책임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 끈질기게 일할 사람인가? 남을 배려하는 공감 능력이 있는가?”
왜냐하면 이일 저일 다 끼어들었다가 낭패 보기 싫고 내가 원하는 일만 꾸준히 하고 싶어서다. 나는 일단 하기로 마음먹으면 쫓아낼 때까지 리더가 하라는 대로 따르며 질기게 붙어있다. 물론 이따금 푼수를 떨어 비난받을 때도 있지만, 내가 내 푼수 짓을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내가 속한 ‘수’ 북클럽 회장은 위 조건들을 다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더 질긴 질경이다. 나는 그녀의 남편을 1995년에 그녀보다 먼저 만났다. 내 남편이 한국에서 교수하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그는 서울로 나는 킨더 가든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학군 좋다는 뉴저지 클로스터로 이사 갔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파트타임 직장을 구하려고 찾아간 곳이 북클럽 회장님의 남편 회사였다. 면접 볼 때 경험도 없고 나이가 많다니까 사장님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일하라고 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서 나는 사장님의 사모님을 북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는 뉴저지 노스버겐 카운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20년 동안 선생 하다가 은퇴했다. 선배 전시회 오프닝에 갔다가 그녀가 내 예전 직장 사장님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했더니 부부라는 것이다.
옛 직장 사장님 부인은 내가 속한 북클럽과 글 클럽의 회장으로 모임을 오랫동안 리드하고 있다. 나는 리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그녀를 잘 따르는 것이 그녀를 돕는 것이라며 일상의 한 단면으로 습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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