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하필 여름에 바람이 날까? 하염없이 낙엽이 떨어지는 로맨틱한 가을에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다. 태양이 지글거리는 한여름,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풀어헤치다가 눈이 맞는 걸까. 땀이 흐르는 불쾌지수 높은 여름에는 오히려 짜증이 나서 금세 헤어질 것도 같은데. 그렇다면 가을이 오면 식어버린 날씨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던 그 바람기도 함께 가라앉을까?
주변의 한 유부녀와 유부남이 '운명적 만남'이라며 올여름 바람이 났다. 문득 왜 같은 한국 사람끼리 눈이 맞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늘 겪어본 문화라 지겨워서라도 다른 인종에게 눈길을 돌릴 법도 한데 말이다. 매일 먹는 한국 음식처럼 익숙한 편안함이 좋아서일까? 영어도 연애를 속삭일 만큼은 하면서도 말이다.
불륜은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섭다. 아무리 떼어놓으려 말려도 한동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남녀가 눈이 맞으면 도덕과 신의, 의리와 양심 따위는 칼로 베어낸 듯 외면한 채 서로에게만 무섭게 집착한다. “남들이 알든 말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아요.” 그 당당함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바람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지, 평소 얌전하고 교양 있던 모습은 간데없고 뻔뻔함만 남는다. 그들은 불륜이라는 부도덕을 '짜릿하고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포장지로 감싼 채 큰소리를 친다. 그들에게는 배우자도, 자식도, 동료도 그저 두 사람의 애타는 사랑을 가로막는 방해꾼일 뿐이다. 오직 자신들만이 세상의 중심인 양 행동한다. 게다가 그들 주변에는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이 암묵적인 응원을 보내며 동지애를 구축한다. 서로의 불륜을 합리화해 주며 적극적으로 서로를 돕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이 과연 있을까. 그토록 애틋하고 뜨겁던 불륜도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감미로운 말과 행동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 한쪽의 집착이 시작되고 결국 불화가 싹튼다. 마침내 서로의 가장 밑바닥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과 마음이 식고 나면, 불 꺼진 아궁이 속 칙칙하고 검은 재만 남은 듯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고는 이내 지루함을 느끼며 또다시 새로운 자극을 줄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불륜도 결국 습관이자 삶의 패턴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두 가정이 깨지고, 아이들은 깊은 상처를 입으며, 주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간혹 "왜 이 천생연분을 이제야 만났냐"며 기존의 배우자를 매정하게 내치고, 마치 영원히 행복할 것처럼 재혼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남의 것을 훔쳐 와서 제 것처럼 행복하게 잘 누릴 수 있을까?
저만치 여름이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살며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불륜 남녀들은 집착에 괴로워하면서도, 혹은 또 다른 흥미진진한 파트너를 찾아 눈을 빛내며 또다시 옷깃을 세우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