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9, 2024

따사로운 어느 봄날


‘사람은 사계절은 만나봐야 좀 안다.’ 고한다. 사계절 이상을 알고 지낸 사람도 만나지 않으면 멀어지다가 타인이 된다. 줌으로 진행하는 북클럽을 한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새 회원은 잘 모른다. 구 회원들도 가물가물하다. 우리는 의기투합하기 위해 사계절마다 소풍 간다. 맨해튼에 사는 회원들은 조지 워싱턴 다리만 건너가면 뉴저지에 사는 회원의 차로 이동한다. 나는 소풍만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차 창밖을 내다봤다. ‘겨울이 정말 간 것일까?’ 겁먹은 듯 의심하는 몸짓으로 살짝 삐져나온 새순을 뒤집어쓴 나무들이 무성한 시골길을 죽 올라갔다가 한참을 내려갔다. 멀리 좁아져 사라지는 길을 보며 아득한 애잔함에 빠졌다. 아카시아 냄새 맡으며 시골길을 걷던 어린 시절, 시골집 개울가에서 놀다가 젖은 옷을 말리던 커다란 바위의 따사로움이 떠올랐다. 차가 멈추자 다시 뉴욕의 건물 안에 갇힌 잔인한 암울함 속으로 떠밀려 들어가듯 기억의 필름이 끊겼다.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톨맨 마운틴 주립공원(Tallman Mountain State Park)에 차를 주차했다. 한국 사람 이름이 새겨진 벤치가 서너 개 있었다. 고인이 평소에 즐겨 찾던 곳에 기부한 것이다. 구글링했다. 센트럴 팍 벤치는 $10,000 달러 기부로 채택될 수 있다. 리버사이드 공원은 7,500달러다. 기부한 의자에 앉아 절벽 아래 강을 내려다보다가 

“우리 햇볕 받아 따뜻해진 의자에 등을 기댈 수는 봄이 오면 만나자.”

라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고치려고도 하지 않고 평생 함께한 버릇이다. 친구, 자매, 아이들 남편에게까지 아주 급하지 않으면 전화하지 않는 버릇이다. 전화가 걸려 오면 상냥하게는 받는다. ‘왜 내가 이렇게 반가운 사람을 잊고 살았지?’ 깨닫고 만나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 내 불통화 버릇 때문에 사람들에게 핀잔받는다. ‘연락 하지 않는 게 자랑이냐? 잘 놀다가도 헤어지면 감감무소식이냐?’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부정적 특징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내며 섭섭하다고들 한다. 


칼바람을 휘두르며 협박하듯 뺨을 치던 겨울이 힘에 겨웠는지 따사로움에 외투를 벗어 던지고 가버렸다. 봄이 약속처럼 찾아왔다. 큰맘 먹고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녀가 감질나는 말, ‘따뜻해진 벤치에 등을 기대고’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만나자고 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버사이드 공원, ‘매기 스미스’(Maggie Smith)라고, 쓰인 벤치에 앉아 의자에 등을 기대고 그녀를 기다렸다. 따스하다. 어릴 적 엄마 침대에 들어가 엄마 냄새를 맡으며 느꼈던 그 따뜻함이다. 

“잘 지냈어? 네 얼굴 한번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집안에 뭔 일 있는 건 아니지? 생전 전화 한번 하지 않는 네 전화 받고 놀랐잖아.“

“햇빛 받아 따뜻해진 벤치에 등을 기댈 수는 봄날에는 만나자. 고 네가 한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A warm spring day

It is said, A person knows the four seasons only after meeting them. Even people you've known for more than four seasons grow distant and become strangers if you don't meet them. It's been several years since we've had a book club held over Zoom. I don't know much about the new members. Old members are also gradually being forgotten. We go on a picnic every season to keep our spirits up. I always attend picnics.


I looked out the car window. ‘Has winter really gone?’ With a scared and doubtful gesture, As I watched the road narrow and disappear into the distance, I fell into a state of wistfulness. When I was a child walking down a country road, smelling acacia, I remembered the warmth of a large rock that I used to dry my wet clothes while playing by the stream at my country house. When the car stopped, the film of memories was cut off, as if I was being pushed back into the cruel darkness trapped inside a New York building.

 

Parked the car at Tallman Mountain State Park overlooking the Hudson River. There were three or four benches with Korean names engraved on them. It was donated to a place the deceased often visited. I googled it. A Central Park bench can be adopted with a donation of $10,000. Riverside Park is $7,500. Sitting on a donated chair and looking down at the river below the cliff

“Let’s meet when spring comes when we can lean back on chairs warmed by the sun.”

My friend’s words came to mind.


I have a bad habit. It's a habit that's been with me all my life and I've never tried to fix it. I don't call my friends, my sisters, my kids, my husband, unless it's really urgent. When the phone rings, I answer it graciously. I'm often criticized for my non-calling habit. They send me YouTube videos of negative characteristics of people they don't call often..


Spring has arrived like a promise. I made up my mind and called her. I wouldn’t have called to meet her if she hadn’t said those tantalizing words, ‘leaning back on a warm bench.’


Riverside Park, a bench marked 'Maggie Smith,' I leaned back in the chair and waited for her. It's warm. It's the warmth I felt when I was a child, going into my mother's bed and smelling mother's scent.

"how have you been doing? Why is it so hard to see your face? Why are you calling me? Isn’t there something going on at home? “I was surprised to get a call from you, who you’ve never called."

“Let’s meet on a spring day when we can lean on the bench warmed by the sunlight. I couldn’t ignore what you said."

Friday, April 5, 2024

하와이는 멀었다


나는 미국에 가면, 제일 먼저 하와이에 여행 가려고 했다. 하와이가 뉴욕에서 유럽 가는 것보다 거의 두 배나 걸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가기를 미루다가 미국 생활 43년 만에 갔다. 남편이 이민 오던 70년대는 하와이에서 입국 수속하느라고 공항에 잠깐 머물렀다고 한다. 


온 세상을 쑤시고 다닌 곳 중에서 하와이 날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가 잠시 뿌리다 그친 말끔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 이사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하와이 언어는 폴리네시아어로 현재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암기력이 없는 나로서는 하와이어로 써진 길 이름을 읽기도 외우기도 힘들었다. 와이키키 해변도 듣던 소문과는 달리 별로다. ​​물가도 비싸다. 살짝 좋았다가 ‘뉴욕이 최고지.’ 하면서 마음 접었다.


하와이에 가기 위해서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크루즈를 탔다. 올 적 갈 적 거의 10일 정도 망망대해에 떠 있었다. 유럽 크루즈 여행처럼 자고 나면 내리지 않아도 바다에 떠 있는 동안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려고 탔다. 그런데​​ 웬걸​​​​! 파도가 너무 세서 배가 부서지는 소리를 계속 냈다. 어쩐지 식당 들어가는 입구에 생강 캔디를 내놓을 때부터 뱃멀미는 시작했다. 승객들은 패치를 붙이고, 푸른 사과를 먹고, 크래커를 먹으며 벌벌 기다시피 다녔다. 언젠가 본 안소니퀸이 나오는 흑백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풍랑을 뚫고 크레타섬으로 향하는 뱃속에서 이리저리 쏠리는 정신 나간 승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크루즈 좋아하다가 바닷물 속에서 죽는 것 아니야?” 

남편에게 말하는 순간, 식당 접시들이 떨어지고 구조원들이 넘어진 노파 주위에서 웅성거렸다. 파도와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춤을 추지 않으면 걷기 힘들었다. 다행히 매일 추던 춤솜씨로 나는 잘 돌아다녔지만, 노인네들이 엎어지고 쓰러지고 룸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었다. 나도 몸이 하도 들썩거려 자꾸 토하려고 했다. 오피스에서 약을 받아먹고 수영장에 올라갔다. 배 중간에 자리 잡고 선탠 하며 낮잠을 네다섯 시간씩 잤다. 물론 밤에도 잠이 쏟아졌다. 하와이 가까이 가자 파도가 줄었다. 파도가 줄자 흔들리는 요람이 멈춘 듯 너무 잔잔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육지를 밟아도 몸이 흔들거렸다. 돈 내고 쌩 고생하다니! 


하와이에서 그냥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부부도 정 힘들면 여행을 포기하고 비행기로 돌아오려고 했다. 세상만사 다 겪은 대다수 노년 승객은 그 와중에도 느긋했다. ‘모진 역경을 견디어 온 이민자인 우리가 포기할 수야 없지.’라고 마음먹자 편해졌다. 하와이 여행을 즐겁게 마치고 멕시코를 거쳐 롱비치로 돌아왔다. 


‘두 다리 성할 때 돌아다녀야지.’ 라며, 쏘다니는 나와는 달리 외국인들은 다리가 성치 않아도 용감하게 여행한다. 부부가 한 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다른 한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밀고 끌고 다니는 노인들도 있다. 함께한 세월이 65년 된 부부도 있지만, 네 번째 결혼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점잖고 스윗하다. 세상은 내가 아는 것 말고도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산다. 나는 그들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여행을 멈출 수 없다.

Hawaii is far away

having to get off after sleeping, like on a European cruise. But  the waves were so strong that the ship kept breaking sounds. For some reason, the seasickness started with the offering of ginger candies at the entrance of the restaurant, and soon after, I began to feel seasick. Passengers were sticking patches, eating green apples, and munching on crackers while trembling with fear. The image of passengers tossing and turning in the boat as they braved the stormy sea journey to the island of Crete in 'Zorba the Greek' came to mind. 


"Don't we just love cruises and then die in the water?" 

As soon as I said this to my husband, the dishes in the restaurant fell, and the rescue crew stumbled around the fallen elderly passengers. It was difficult to walk without dancing to match the waves and maintain balance. Fortunately, with my dancing skills practiced every day, I was able to move around well, but the elderly stumbled, and meals were delivered to the room to be eaten. I also felt restless and nauseous. I took medication from the onboard clinic and went to the swimming pool. I lay in the middle of the ship, sunbathed, and took four-hour naps during a day. Of course, I slept at night either. As we approached Hawaii, the waves calmed down. With the waves subsiding, the cradle-like rocking stopped, then it was too calm to fall asleep. Even when stepping on land, my body still felt shaken. It was a tough journey despite paying so much money!


Some people said they would just fly home from Hawaii. Most of the elderly passengers, who had experienced everything in life, remained calm amidst it all. We thought to ourselves, 'As immigrants who have endured harsh hardships, we can't give up.'  After a pleasant trip to Hawaii, we traveled through Mexico and back to Long Beach. 


Unlike me, who wanders around and says, ‘I should travel when my legs are strong,’ foreigners, who travel courageously even without strong legs, there were many elderly people who pushed wheelchairs or walked with canes. There was even a couple who had been married for 65 years, and others who were on their fourth marriage. Most of them were polite and sweet. The world is full of diverse people living in diverse ways beyond what I know. I cannot stop traveling as I observe, feel, and learn from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