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30, 2022

한국 사람이세요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이었다. 남편 손에는 빨간 우산이 들려있었다. 나는 독일 쾰른 대성당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줄 서 있는 사람 중 한 동양 여자가

“‘한국 사람이세요?”

“어머 한국 사람을 만나다니. 반가워요. 혹시 바이킹 크루즈에 타지 않았나요?”

내가 물었다.

“네. 배에서 봤는데 하도 조용히 두 분만 식사하기에 말 걸지 않았어요. 우리 함께 식사해요” 

“저는 한국 사람이 아니신 것 같아 말 걸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날 그녀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녀는 앨라배마에서 왔고 남편은 미국 사람이다. 

“어디서 왔어요?”

“뉴욕에서.”

“무슨 장사 하세요?’

“장사하지 않아요. 우리 둘다 화가예요.”

“뉴욕의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장사하는 줄 알았는데.”

“네 먼젓번 배에서도 미국 할머니가 직업이 뭐냐고 물어서 아티스트라고 했더니 네일 아티스냐고 해서 웃었어요. 외국인 대부분도 코리언은 다 장사하는 줄 알아요.”


“이 배 안에서 가장 젊은 분 같아요.”

내가 말하자 

“제 얼굴 다 뜯어고친 거예요. 얼굴에 페인트칠도 엄청나게 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성형한 줄 몰랐어요.”

성형도 자연스럽고 화장도 티 나지 않게 잘했다. 톡 나온 뒤통수에 질끈 묶은 풍성한 머리숱이 부럽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다, 배도 나오지 않고 날씬하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얼굴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나도 갈아엎고 싶다. 


“당신도 확 보수공사 하지 그래.”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왜 자꾸 얼굴을 보수공사 하라는 거야. 나 쳐다보기가 그렇게 역겨워?”

“한국에 가서 눈 좀 크게 해. 그 작은 눈으로 잘 보여?”

“눈이 나빠져서 보이지 않지.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고. 눈 성형보다 급한 것이 백내장 수술이야.”


“내 남편 무뚝뚝하게 말이 없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자랑 많이 해요.”

내가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가 덧붙인다. 

“내 남편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걸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조잘조잘 시작해서 종일 조잘거려요.”

그녀의 남편이 내 남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로채서 떠든다. ‘자기 집 크기가 7000 스케어 핏에 포르쉐 차 컬렉터로 한 때는 9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4대가 있다나. 그 많은 차가 다 들어갈 수 있는 차고가 있고 차를 올리고 내리는 리프트까지 있단다. 


그들과 저녁을 두 번 먹은 후 남편이 말했다. 

“나 그 팀과 밥 먹기 싫어"

“그러지 마! 평생 먹는 것도 아닌데. 난 그 여자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어. 내숭 떨며 고상한척하지 않잖아.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 다 하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하네. 그들이 우리를 싫어해서 밀어내지 않는 한 함께 저녁 먹자. 크루즈에서 내릴 때까지만이라도. 부탁이야.”

Are you Korean

It was a gloomy day that looked like it was going to rain any minute. A red umbrella was in my husband's hand. I went into the bathroom next to Cologne Cathedral in Germany. An Asian woman among the people in line asked me

“Are you Korean?”

“Oh, to meet a Korean. Nice to meet you. Are you on the Viking Cruise?”

I asked.

"Yeah. I saw you on the cruise, but you are so quiet so I didn't talk to you. Let's have the dinner together”

“I didn’t say hello to you because I didn’t think you were Korean.”


We had dinner with her and her husband that day. She came from Alabama and her husband is American.

"Where are you from?"

“In New York.”

“What kind of business do you do?”

“I don’t do business. We are both artists.”

“I thought most Koreans in New York were doing business.”

"Yes, on the last cruise, an American old waman asked me what my job was, so I said I am an artist, and I laughed when she asked me if I am a nail artist. Most Americans also think that Koreans do business."


"I think you are the youngest person on this cruise.”

I said to her.

"I've had a lot of plastic surgery on my faceI and put on a lot of makeup."

“I didn’t know you had plastic surgery because you look so natural.”

Her plastic surgery was natural, and the makeup was well done. I'm envious of her thick hair tied up on the back of her head. She is younger than me, her belly is not protruding and she is slim. If I could have plastic surgery on my face naturally like her, I would want to do it too.


"Why don't you do some renovations your face , too?"

My husband told me.

"Why do you keep telling me to repair my face?" Are you so disgusted to look at me?”

"Go to Korea and make your eyes bigger. Can you see well with those little eyes?"

"Even if my eyes are small, I can see everything. Cataract surgery is more urgent than eye plastic surgery."


“My husband is blunt and doesn’t talk, but when he gets drunk, he brags a lot.”

I tell her and she adds.

"My husband brags more. He starts talking as soon as he wakes up in the morning and chatter all day."

Her husband intercepts my husband before my husband finished talking. 

‘My house size is 7000 scarce fit, and as a Porsche car collector, I once had 9 cars, but now I have 4 cars. There is a garage that can fit all that many cars, and there is even a lift to raise and lower the car.


After having dinner with them twice, my husband said,

"I don't want to eat with that team"

"Don't do that! I like her honesty. She doesn't pretend to be arrogant. It's refreshing to say everything she wants to say without paying attention to other people's eyes. Let's have dinner together unless they push us away because they don't like us. Just until we get off the cruise. Please."

Friday, December 16, 2022

한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와 나

나는 집에서 다운 조끼를 입고 있다가 더우면 벗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방을 옮길 때도 끼고 다닌다. 잠자리에도 조끼를 앞으로 입고 껴안고 잔다. 

지난밤 자다가 몸이 으스스했다. 내 가슴에 조끼가 없다. ‘그냥 자자.’며 나를 다독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났다. 다운 조끼를 찾아서 앞에 걸치고 부드러운 촉감을 만지다가 옛 생각에 빠졌다. 

작은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드러운 하늘색 담요를 항상 끼고 놀았다. 어딜 가든 그 담요를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 담요는 색이 바래고 낡아졌다. 아무리 유사한 새것을 줘도 막무가내였다. 감추고 주고를 반복하다가 촉감이 같은 갈색곰 인형을 사줬다. 한동안은 그 담요를 찾다가 포기했는지 곰 인형을 끼고 조용해졌다. 

곰 인형도 낡고 더러워졌다. 삐져나온 속살 꿰매기를 서너 번. 더는 수리가 불가능해져 벽장 속에 감췄다. 아이는 찾고 나는 주기를 반복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몇 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지며 곰 인형을 찾는 아이를 보며 무척 후회했다. 

그 이후 곰 인형 대신인지 아이는 겨드랑이의 보드라운 살을 수시로 만졌다. 
“또 만져. 너 혹시 겨드랑이 만지작거리는 것이 엄마가 곰 인형을 버려서니?” 
“형이 하도 난리 쳐서 엄마가 형에게만 집중했잖아요. 그래서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곰 인형하고 조용히 있었어요.” 
“저런 미안해라. 곰이 너무 낡아서 위생상 안 좋아서 버렸어. 엄마 아빠는 너를 형과 똑같이 사랑했잖아?” 
“네 알아요.”

아이의 말이 맞는다. 큰아이는 수시로 먹겠다고 울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아 키울 때 무척 힘들었다.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말라서 움푹 팬 내 쇄골도 잡고 매달렸다. 계속 뛰고 달리는 아이가 다칠까 봐 온 정신은 큰아이에게 있었다. 

작은아이는 배 안에서 발길질도 하지 않고 얌전하더니 태어나서도 보채지 않았다. 아이가 보챈 것은 담요와 곰 인형을 감추고 주지 않았을 때뿐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애교 섞인 유머로 집안 식구를 웃긴다. 

“엄마는 네가 화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니?” 
“엄마, 화를 내서 돈이 생겨요? 쓸데없이 왜 화를 내요.” 
무언의 반항인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 인형 사줄게. 엄마를 용서해라.” 
“아니에요. 이젠 괜찮아요. 나이키(프렌치 불도그)가 있잖아요. 나이키는 예전에 내 곰을 닮았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나는 나이키만 있으면 돼요.”

내가 다운 조끼를 입고 매만지며 자듯이 아이도 나이키를 배 위에 올려놓고 살살 만지면서 잔다. 그때 내가 왜 아이의 소중한 담요와 곰 인형을 버렸을까? 후회한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잠을 설쳤다.

A child and I who are obsessed with one thing


I carry a down vest at home and wear it when it's cold and take it off when it's hot. Even in bed, wear the vest forward and sleep hugging it.

I felt empty in my sleep last night. I don't have a vest on my chest. I comforted myself by saying, "Let's just sleep," but I couldn't sleep. I got up. I found a down vest, put it on the front, and touched the soft touch, and fell into old thoughts.

Since birth, the younger child has always played with a soft sky blue blanket. He tried to drag the blanket out wherever he went. The blanket faded and worn out. No matter how similar a new one was given, he didn't like it. After repeating the give-and-take blanket, I gave him a brown teddy bear with the same tactile feel. He looked for the blanket for a while, and gave up. He held the teddy bear and was quiet.

The teddy bear has also become old and dirty. I sewed up a bunch of protruding inner flesh of the bear. It could no longer be repaired, so I hid it in the closet. The child looked for it, and I gave the teddy bear and hid it repeatedly. And then I threw it in the trash. Day after day, the child rummaged through the trash can to find the teddy bear.

Since then, the child has frequently touched the soft flesh of his armpit instead of the bear doll.
"Are you touching your armpits because I threw away the teddy bear?"
"My brother was so fussy that mom was only focusing on the brother. So I kept quiet with the teddy bear so that I wouldn't give you a hard time."
"Oh, I'm sorry. The bear was so dirty that I threw it away because it was not hygienic. I loved you the same as your brother, right?"
"Yes, I know."

The child is right. It was very difficult to raise my eldest child because he didn't leave my side crying to eat from time to time. He grabbed my collarbone and hung on to it, which was dry and dented. I was in fear of getting hurt by the child who kept running.

The younger child was quiet without kicking even when he was in my belly. Even after he was born, he didn't bother me. The only time the child bothered me was when he hid the blanket and the teddy bear and didn't give it to him. As the child grows up, he moves silently and made the family laugh with his charming humor.
"Mom didn't see you angry. How can a person not be angry?"
"Mom, do I get money from being angry? Why am I angry for nothing?"
Is it a silent rebellion?

"I'll buy you a teddy bear for this Christmas present. Forgive me."
"No, I'm fine now. There's a Nike (French bulldog). Nike looks like my bear. It's so lovely. All I need is Nike.”

Just as I sleep while wearing a down vest,, my child puts Nike on his stomach and sleeps touching it gently. Why did I throw away my child's precious blanket and teddy bear then? I regret it. I was so sorry for my child that I couldn't sleep.

Friday, December 2, 2022

사랑한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낙엽이 갈 곳을 찾아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질 자리를 찾아 헤매듯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옛날 영화를 봤다. 리처드 버턴과 소피아 로렌이 나오는 밀회​​​​​​(Brief Encounter 1974년)다. 기차 플랫폼에서 눈에 무언가 들어간 것을 꺼내주며 도와준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해서 아이들이 있다. 한 번의 만남은 여러 번으로 이어지며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친구의 아파트에서 육체적 결합을 시도하려다 갑자기 친구가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 둘은 점점 불륜의 행각이 들킬까 봐 두려워하다가 아쉽게도 끝난다. 

내친김에 이미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를 다시 봤다. 남편과 두 아이가 잠시 집을 떠난 일상이 지루한 여자가 길을 잃은 사진작가와 만나 나흘간의 사랑을 나눈다.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마을을 떠나자고 한다. 결국 그는 혼자 떠난다. 여자는 남편과 함께 타고 가는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떠나는 그를 애처로운 아쉬움으로 쳐다본다. 그녀가 그에게 갈까 말까 차 문 핸들을 잡고 망설이던 장면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이왕 꼭지가 돈 김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 ‘그와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로 시작하는 자막이 미리 시작과 끝을 말해 주는, 왕조위와 장만옥 주연인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를 또 봤다. 

홍콩의 비좁은 공간에서 말없이 부딪치는 남녀 그러나 어떤 신체 접촉도 보여주지 않고 음악만이 이들의 간절한 사랑을 대변한다. 정지된 순간 속의 외로운 남녀의 기다림과 스치는 장면들은 대도시의 한산한 공허감을 조용히 그려낸 화가 Edward hopper의 화폭 같다. 

비 내리는 초겨울, 나는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며 송골송골 유리창을 타고 내리는 창밖을 내다본다. 바닥에 뒹구는 빗물에 젖은 낙엽을 보며 화양연화 주제곡(Yumeji's Theme)을 듣는다. 나도 모르게 리듬에 취해 고개를 떨군다.
 
세 영화 모두 이루어질 수 없는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로 기억에 진하게 남아 다시 찾아봤다. 사랑하는 이들의 애타는 행각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불륜임에도 너그러워진다. 사랑한다는데 어쩔 건가? 애타게 함께 하고 싶어 안달하는 그들을 오히려 나 같은 조강지처가 포기하고 떠나주는 쪽을 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사랑하고 있는 감정을 사랑해서 끊임없이 상대를 찾아 방황하는 것이 아닐까? 결혼은 사랑보다는 의리, 약속, 책임감, 신뢰 그리고 동료 의식으로 산다. 조강지처는 남편의 변하지 않는 끊임없는 사랑의 기대를 접고 역경을 함께 이겨내고 참고 기다려서 차지하는 자리가 아닐까?

Even though it's an affair

As if the fallen leaves are wandering in search of a place to fall,  my mind is also wandering.

I watched the movie Brief Encounter (1974). Doctor Alec Harvey (Richard Burton) helps Anna Jesson (Sophia Loren) get something out of her eye at a train platform. Both are married and have children. One meeting leads to many times and they fall in love. They attempted to bond physically at a friend's apartment, but failed when the friend returned home early. The two of them are afraid that their affair will be discovered, and unfortunately it ends.

I re-watched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starring Clint Eastwood and Meryl Streep. A boring woman whose husband and two children have left home for a while meets a lost photographer and shares four days of love. The man asks the woman to leave the village together. Eventually he leaves alone. The woman looks pitifully at him who leaves the village through the car window on a rainy day. The scene where she hesitated holding the car door handle whether to go to him or not is clearly revived.

I re-watched my favorite movie, In the Mood for Love (2000), starring Wang Jo-wi and Jang Man-ok, where subtitles that 'when she met him, she lowered her head shyly and left because of his timidity,’ start with tells the beginning and end in advance. 

A man and a woman collide silently in a cramped space in Hong Kong, but no physical contact is shown, and only music represents their earnest love. The scenes of lonely men and women waiting and passing by in a still moment are like the canvas of Edward Hopper, a artist who quietly painted the quiet emptiness of a big city.

In early winter when it rains, I look out of the window where raindrops knock and fall on the window. I listen to the theme song of In the Mood for Love while looking at fallen leaves wet with rainwater rolling on the floor. Unknowingly, I get drunk with the rhythm and lower my head.
 
All three movies are stories of mature love that cannot be achieved. Watching their earnest love makes me generous even though it's an affair. I even think it would be better for them to give up my position as a wife and leave because they are anxious to be together. 

Aren't those who commit adultery constantly wandering in search of a partner because they love the feelings they are in love with? Marriage lives on loyalty, promise, responsibility, trust and fellowship rather than love. Isn't Jo Kang-ji's position occupied by giving up the expectation of husband's unchanging and unending love, overcoming adversity together, and waiting patien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