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85도만 넘으면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다.
오래전, 처음 선탠을 시작할 때는 몸을 될 수 있으면 많이 감출 수 있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그러다가 조금은 들어내는 수영복으로. 결국엔 비키니로
바꿨다. 조금 들어내는 비키니에서 이제는 아예 라인만 있는 비키니를 입는다. 몸매가 좋아져서 대담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출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수영복의 노출 모양새에 따라서 몸의 색깔도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으로 옷을 벗으려는 포즈를
취한다.
“좀 가려. 가리라고.”
잔소릴 해되던 남편도 이제는 아예 포기했는지 전혀 말이 없다. 친정 식구 모두 물을
좋아하는 집안 내력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인정했나 보다.
나는 7월 하순 매우 더운 날 LA에서
결혼식을 했다. 서울과 뉴욕에서 친정 부모와 여동생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LA에 왔다. 시집 뒤뜰의 수영장을 보던 친정아버지가 거침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엄마보고 들어 오라고 했다. 다음은 동생이 물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시집 식구들은 물 밖에서 모두 이외라는 듯 슬그머니 야자나무를 바라보는 척했다. 시아버님이 뒤늦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물에 들어오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동생과 시아주버니 빼고는 집안
식구 누구도 수영할 줄 모른다. 그리고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는단다.
시어머니는 평소 빈 어항처럼 수영장 물이 출렁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돈 많이 든다며 엎어버리자는 말씀만 하셨다.
선탠하면 노화 현상이 확실히 빨라진다. 짠물에 절인 몸을 햇볕에 노출 시키고 다시 바닷물에 절이고 햇볕에 말리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마치 동해 북단 겨울철 덕장에 매달려 차가운 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뒤틀리다 쪼그라드는
명태와 같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겨울에도 따뜻한 곳으로 가서 또 태우고 싶을 정도니, 중독이 아니랄 수 없다.
선탠하면 몸이 건강해질 뿐 아니라 성격도 밝아진다. 그리고 대담해진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행동도 편한 대로 한다. 굳이 남의 시선 신경 쓰며 피곤하게 살 이유가
없다는 엉뚱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해야 할지?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 따뜻한 모래밭에 누우면 옴 몸이
모래에 파묻히는 듯 무너진다. 한잠 자고 일어나면 피곤이
싹 없어진다. 잠든 사이 햇볕이 움직이지 않은 몸을 집중적으로 투하해 검게 한다. 잘 때 가장 많이 타는 것 같다.
“엄마 제발 발바닥과 귀 뒤까지 선탠 크림 좀 발라요. 그렇지 않으면 피부암 걸려요.”
아이들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하고 또 한다.
아무래도 난 선탠 중독증을 타고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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