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27, 2018

쓰잘데없는 생각이 자꾸

해부하기 위해 네다리를 핀으로 고정해 놓은 개구리가 허연 배를 불룩거리면서 몸체를 바둥거렸다. 눈을 가리고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향한 생물 선생님의 질책에 복도로 쫓겨났다. 교실 안을 기웃거리며 불안에 떨던 나는 생물 수업에 흥미를 잃었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세상도 모르는데 지구 멀리 떨어진 우주를 공부한다는 것이 뿌연 안갯속을 헤매는 듯 확실치 않아 물리 시간도 꺼렸다. 파가 바뀔 적마다 반대파를 모조리 도륙 내는 당파싸움의 연속인 역사 시간은 질색이었다. 요즘도 이어지는 반대파 싸잡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는 죄인으로 태어났다.’로 시작한 성경 시간은 아예 멀리했다.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해 불안해하는 꿈을 꿀 정도로 수학은 내가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었다. 암기 능력이 없던 내가 외국어 시간을 좋아할 리 없었다. 그러나 책 읽기를 즐겨 한번 붙들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국어 시간만은 늘 기다려지곤 했다.

음악 시간도 좋아했다. 불행히도 시원찮은 목소리를 대신해서 피아노 렛슨을 일 년 넘게 받았지만, 악보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하늘로 뻗은 손가락에 긴장을 풀라며 손등을 툭툭 치던 음악선생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포기하기를 권했다.

생각다 못한 아버지는 미술 선생을 찾아갔다. ‘딱히 소질이 있다기보다는 내 그림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는 선생 말에 렛슨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경복궁의 향원정을 그리려고 자리 잡는 나에게 선생님은 고궁 화장실을 가리켰다.  밝고 화사한 공간만 고집하지 말고 어둑하고 눅눅한 분위기를 화면에 넣어보라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아버지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미술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여학교 졸업이나 했을지 모르겠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던 나는 학교는 열심히 다녔다. 채플 시간엔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나무 그늘에 누워 소곤소곤 수다 떨다 혼났다.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어둑해질 때까지 십자가 놀이를 즐겼다. 십자 안에 있는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친구에게 맞서 버티다 교복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교복 팔을 휘두르며 깔깔거리고 떡볶이집으로 달려가곤 했으니.

특히나 생물 선생님이 정자와 난자를 설명하던 수업 중, 내 짝이 갑자기 선생님, 정자와 난자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하는 질문에 시장에 가면 살 수 있지.’ ‘그것도 몰라.’하는 투의 엉뚱한 나의 대답에 모두가 발을 구르며 배꼽을 잡고 웃던 수업시간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불필요한 기억은 줄이라는데 옛일이 어제 일보다 더 선명히 꼬리를 물고 자꾸 떠오른다. 쓰잘데없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저물었다.

Friday, January 26, 2018

A useless thought

To dissect, the frog, pinned by four legs. The frog struggled with its bare stomach. I was thrown out into the hall in response to the biology teacher's criticism of my restless self. I was anxious about snooping in the classroom and I lost interest in the biology class.

I do not know the world I'm stepping on, how can I know the faraway universe? I was reluctant to study physics too because it was not sure as if it was wandering through a fog.

The history of the fighting, which is a series of factional fights that all sorts of opposition slaughter every time the wave is changed, was sad. Nowadays, there is no interest in the politics. I was far away from the Bible class, which began withHuman beings were born sinners."

Mathematics was the subject I hated the most. I couldn’t solve my math problems even in my dreams. I couldn't have liked a foreign language class because I did not have the ability to memorize, However, I always looked forward to Korean language class, which I used to enjoy reading books.

I also liked music class. Unfortunately, I got piano lessons for over a year on behalf of my poor voice, but I could not read music note properly. The music teacher, who was tapping the back of my hand to relax my fingers, said I should give up.  

My father went to see an art teacher. I started the lesson at the teacher who said, 'I could feel something in your daughter’s paintings rather than being so talented.' The teacher pointed to the old palace bathroom to me as I sat down to paint Kyungbok Palace with my friends. And he said “Try to put a dim, damp atmosphere on the screen instead of insisting on a bright and cheerful space” in outdoor class.

I went to school hard because I liked to hang out with my friends. During the chapel time, I was scolded for lying in the shade of a tree on the backside of the school. After class, I enjoyed playing the cross until it is dim in the playground with my friends. The one arm of the school uniform fell out against the friend who pulled me out in the cross. And then I used to run to the snack stand with my broken school uniform arms swinging.  

Especially during a class when my biology teacher was explaining sperm and egg, my partner suddenly asked, "Teacher, where can I buy sperm and egg? "You can buy it in the market." In my strange answer, everyone was rolling their feet and laughing. I can't forget as easily as the class.

Saturday, January 13, 2018

울 코트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에 입고 갈만한 두텁고 따뜻한 코트가 없는 남편은 그래도 가야지.’하며 친정아버지가 입다 준 검정 코트를 걸쳤다.

부고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선배님 부인의 장례식을 장지에 모여 간소하게 치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매서운 날씨에 차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웅크리고 앉아 백미러를 들여다보며 두리번거렸다. 영구차 손님 석에 훤칠하고 잘 생긴 선배님이 회색 울 코트를 입고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주변에 모인 조객들도 야릇한 미소로 답례했다. 누군가는 어 웃어!’ 하는 분도 있었다. 남자들은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고 했던가!

주변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깔끔하게 구성된 언덕 위 장지를 향해 거센 바람이 불었다. 모두가 웅크리고 관 주위에 둘러섰다. 고인이 원했다는 자연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관 위에 하얀 백합 한 송이씩을 얹으며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는 애도의 시를 낭송하는 간략하나 품위 있는 장례식이었다.

여느 이민사회의 장례식과는 달리 흰 봉투도 없었다. 게다가 장지에 온 모든 분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한 가까운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강추위에 떨다 갑자기 따뜻한 벽난로 가에 옹기종기 모여 와인을 들이키자 얼어붙었던 얼굴이 벌게졌다. 특히나 얇은 코트를 입고 떨던 남편은 이렇게 따듯하고 포근할 수가!’ 하는 조객들에게 베푼 감사의 표정이 역력했다.

장지에서 추위에 떨던 남편 모습이 되살아나 그럴싸한 울 코트 하나 사 주려고 남자 매장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좀처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포근하면서도 오래 입은 옷처럼 작은 키에 어울리는, 까다롭기까지 한 남편 마음에 드는 울 코트가 과연 세상에 존재하기라도 할는지? 포기하기를 여러 번.

가난한 어린 시절 명절에 엄마가 오랫동안 입으라고 사준 커다란 옷과 신발에 대한 침울한 기억 탓인지 남편의 패션은 엄청 까다롭다. 그냥 이것저것 입다 보면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되어 자연스럽게 멋을 낼 수 있을 텐데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발품 팔아 사다 주면 입지 않고 처박아 두니 아예 울 코트는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코트 어때? 입어 봐. 싫으면 당장 리턴하게.” 
쇼핑도 싫어하고 내가 사 온 옷도 입어보라면 나중에하던 평소와는 달리 눈이 번득이더니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친다
맘에 들어. 좋아.” 
정말? 한 번 더 입어봐.” 
세상에 태어나 처음 입어보는 울 코트야.”
라는 게 아닌가! 측은지심에 눈물이 고인다.

모양은 둘째치고 따듯한 옷을 입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김장 끝내고 월동 준비하고 난 듯 마음이 편안하다.

Friday, January 12, 2018

A wool coat

My husband who doesn't have a warm coat to wear in the suddenly cold weather, said, We have to go." He wore a black coat that my father gave him.

Although we did not receive obituary, we have heard news that our favorite senior is having his wife funeral.

We did not get out of the car in bad weather. We crouched and looked around in the rearview mirror. A strapping, handsome senior sat in a hearse and smiled. Visitors gathered around him with a strange smile. Some said, ' Oh, laugh! ' Men say they laugh in the bathroom when their wives die!

There was a strong wind blowing toward the well-constructed burial site on the hill with a clear view. Everyone cowered around the coffin. They placed a white lily on the coffin and prayed for her soul. It was then a brief but elegant funeral to recite the poem of mourning.

Unlike the funerals of other Korean immigrant communities, there were no white envelopes. In addition, we were guided to a nearby restaurant to serve lunch to everyone. People who were shivering in the cold were gathered in a warm fireplace, and when they drank wine, their faces grew. In particular, my husband, wearing a thin coat, expressed his gratitude of 'being warm and cozy'!

Every time I think of my husband, who was shivering with cold at the funeral, I snuck at the men 's store to buy a nice wool coat for him. But there is nothing that comes to the eye. I wonder if the short husbands' favorite wool coat ever exists in the world? Give up many times.

My husband's fashion is very picky, probably due to his gloomy memories of big clothes and shoes that his mother bought for him to wear for a long time on a poor childhood.

If you just put on any cloths, you will find the right style and you will be able to dress naturally. Whenever I bought his clothes, he did not want to wear it. So how am I supposed to buy a wool coat?

"How do you like this coat? Try it on. If you don't like it, return right away.” Unlike usual, his eyes flash, and then he gets up and puts on the coat. "I like it." "Really? Try it on one more time." "It's my first wool coat in the world!" I feel tears in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