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0, 2017

챈들러 방식

남편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고 남은 멸치 볶음과 오이지에 밥을 먹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배가 고프다. 빵 위에 치즈를 깔고 사과와 아보카도를 얹어 입에 쑤셔 넣었다. 티도 한잔 가득, 포만감에 러그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오늘은 무엇을 그릴까? 를 생각한다.

어젠 흔적이라는 작품을 끝냈다. ‘흔적웃긴다. 사춘기 소녀 같은 제목이지만, 그냥 그렇게 붙이고 싶었다.

흔적이란 무엇일까? 지나간 기억, 머물렀던 시간, 남겨진 자국. 캔버스 위에 하얀 물감으로 긁적거렸었다. 조금 어두운 바탕 위에 그려야 드러날 텐데. 아니지 굳이 분명할 필요는 없다. 흔적이란 흐지부지하다 사라지는 것이니까.

갑자기 가스, 전기, 전화, 크레딧 카드, 인슈런스 그리고 시어머니 상조회비, 내야 할 빌이 작업 구상 중에 불현듯 떠올랐다. 붓을 놓았다. 빌을 정리하고 나니 이미 해는 떨어졌다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다. 부지런히 도마질한다. 오이지는 빨리 정확한 간격으로 잘도 써는데 왜 그림은 안 되느냐고! 떡 썰던 한석봉 모친이 아들을 구박하듯 자신을 탓한다. 먹고 사는 일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 안 되지.’라며 위로하지만, 언제까지 변명만 하다 죽으려는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에서 읽은 챈들러 방식으로 작품에 몰두해 볼까?

우선은 책상 하나를 딱 정하라고 챈들러는 말한다. 그리고 그 위에 원고지며 만년필 자료 등을 갖춰놓는다. 언제든 일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일정시간 예를 들어 두시간이면 두시간- 그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는 것이다. 물론 그 두시간 동안 슬슬 글을 쓸 수 있다면야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나 글이란 그리 쉬이 써지는 것이 아니니 한 줄도 못 쓰는 날도 있다. 쓰고 싶은데 도무지 제대로 써지지 않아 짜증이 나서 내던질 때도 있고 처음부터 글 따위 조금도 쓰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또는 직관적으로 오늘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게 좋다고 깨닫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설령 한 줄도 못 쓴다 해도 아무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고 챈들러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있어도 된다. 대신 딴청을 피워서는 안 된다. 책을 읽거나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해서는 안 된다. 쓰고 싶어지면 언제든 쓸만한 태세를 갖추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러고 있다 보면 당장은 한 줄도 쓸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글이 써지는 사이클이 돌아온다. 초조하게 굴면서 불필요한 일을 해봐야 얻어지는 건 없다. 이것이 챈들러 방식이다. 나는 이런 방식을 비교적 좋아한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그래, 나도 챈들러 방식을 작업에 도입해 보자. 그런데 오늘은 일단 저녁 밥상을 차려야 하니까. 내년부터는 꼭 정말 꼭 하자.’ 작심 3일로 끝나지 않아야 할 텐데….

Friday, December 29, 2017

Chandler method

I'm already hungry for how long it has been since breakfast. I put cheese, an apple and an avocado on the bread, and put it in my mouth. I drank a cup of tea. Lying on the rug at the fullness, looking up at the ceiling, what will I draw today?

Yesterday I finished a work called 'The Trail'. What is the 'trail'? Past memories, time spent, left marks. I was scratching with white paint on the canvas. It would have to be drawn on a little dark background. No, It does not have to be clear. The trail is faded and disappearing.

Suddenly, during the work, the bill that gas, electricity, telephone, credit card, insurances, and mother-in-law’s expenses popped into my mind. I put the brush. The sun has gone down since bill was cleared.

It is time for my husband to return. I diligently cut the pickled cucumbers well at precise intervals, but why can’t I make a good piece of work? I blame myself as the mother of Han Seok-Bong, whose job was cutting rice cakes, was blaming her son to do well. I make an excuse that I can't make a good piece of work because eating and living followed me like a shadow. 

Let's immerse in the work with the Chandler method read by writer Murakami Haruki essay.

"First of all, Chandler says to fix a desk. And on top of that, there are manuscripts and fountain pens. You have to keep a position to work at any time. And then sit in front of the desk for a certain amount of time for example, in two hours. Of course, if you can’t write for the last two hours, there is no problem. However, writing is not a very easy, and sometimes you can’t write a line. Sometimes you want to write but you do not write properly, you get irritated and you do not want to write anything from scratch. Or intuitively, there are days when you realize that it is better not to write anything today. What should you do in such cases? Chandler says to sit in front of the desk anyway, even if you can’t write a line. You can just be idle without doing anything. Instead, you should not smoke. Do not read books, rummage through magazines, or listen to music. If you want to write it, you should be ready to write it at any time. If you keep doing so you may not be able to write a line at the moment, but it will come back someday. There is nothing to be gained by doing irrational and unnecessary work. This is the Chandler method. I like this method relatively,” said Haruki Murakami.    

'Yes, let me introduce the Chandler method to my work. But I have to prepare dinner tables for my husband right now. Let's do it from next day.

I hope it doesn't end in three days.

Saturday, December 16, 2017

물풀처럼

오랜 세월 아침마다 읊던 꿈 타령이 멈췄다. 지난밤 꿈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다 현실도 서서히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는지?

서울에서 고등학교 친구 7명이 미국을 방문했다. 내가 저 멀리 아담한 집을 가리키며 우리 집이라고 설명하며 함께 가자고 했다. 마음속으로는 왜 그 집 안에 들어 선적도 내부구조도 알 수 없는지?’를 궁금해하면서.

갑자기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중 한 인디언이 서부영화에서처럼 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재빨리 헛간으로 숨어 들어가 문틈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친구들은 인디언들과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혼자가 되어 산길을 헤매다 꿈에서 깨어났다.

남편이 나의 꿈 타령을 싫어하며 들어주지 않아 20145 22일 아침에 적어 놓은 꿈 내용이다.

요즈음은 전날 밤 꿈을 떠올리려고 해도 꿈을 꾸긴 꾼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꿈자리가 사납다.’며 해몽을 찾아보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주의 주며 신경 쓸 일이 없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친구에게 상처 준말을 기억해 내 밤새워 뒤척이며 고민할 일도 없어졌다. 물론 남들에게 들은 언짢은 소리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물며 남편과 방금 토닥거리던 말다툼조차도 잊어버리고 히히대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사과를 차 안에 그리고 실내 곳곳에 놔둔다. 오래 두면 물기가 빠져 쭈글쭈글해지며 향내가 진동하다 말라 비틀어지면 버린다. 나이 든다는 것은 사과의 형체가 소멸하듯 나라는 물체에서 모든 기가 빠지고 기능을 서서히 잃어가며 신경도 느슨해져 평화로워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늙는다는 것은 사과의 붕괴 과정과는 다르다. 영원히 살 것 같았던 삶이 병과 투쟁한다. 한숨의 낮과 꺼져 드는 긴긴밤이 이어진다. 외로움에 뒤척이다 서글픈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다.

쓴맛을 삼키고 나니 세상이 멋지고 달달한 이 나이에 애집과 섭섭함을 버리자. 정답은 정답이 아닐 수 있으니 굳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건강할 때까지 놀랄 때 깨어나고 깨어날 때 창조하자. 썩힘과 삭힘을 구별하며 물풀처럼 나타날 듯 말듯 숨겨진 듯 살자. 자유롭게.

Friday, December 15, 2017

Like water and grass

I can’t tell the dream what I had the night before because it is hard to remember.
Maybe I forget the reality just like don’t remember the dream.

Seven high school friends from Seoul visited the United States. I pointed to a small house in the distance and explained that it is my home and asked to come with me. But in my mind, I wondered, "Why is the house unfamiliar.

Suddenly, the Indians rushed on horseback. One of the Indians started shooting like a Western movie. I quickly hid in the barn and looked through the door. But my friends are enjoying fireworks with Indians! In the end, I was alone, wandering the mountain path. It is a dream.

I can’t remember my dream these days,  I don’t have to look for the interpretation and there is nothing to pay attention to with caution to the husband and children.

Not only that, but I have no need to think about it while tossing and turning all night over my injuries to friends. Of course, I do not remember the unpleasant sound I heard from others. Even the argument I just had with my husband is forgetting and laughing. Not remembering is not all bad.

Leave apples that rolling in the refrigerator in the car and the room. If kept it for a long time, the water will drain, wrinkles and withered. How good it would be to be old if the body was losing energy, gradually losing functions, and nerves became loose and peaceful, just like the shape of an apple would disappear.

Aging is different from the process of the collapse of apples. The life that seemed to live forever struggles with the disease. A sigh of the day and a long night of disappearance follow. Loneliness is overtaken to the sill of death.

The world is wonderful after I have swallowed bitter taste. The correct answer may not be the right answer. Let's create when we wake up and when we are surprised. Let 's distinguish between rot and fermentation, and let' s live to be hidden like a water and grass. Fre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