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5, 2011

화가의 아이

사람들은 화가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어디서 시작하고 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서 끝나는가가 중요하다. 시작과 끝 사이는 다만 세도우만이 있을 뿐이라고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온 화가 마를렌 뒤마 언급하고 있다.

“캔버스 자체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coffin()”이라고 주장하는 '마를렌 뒤마의 자기 자신의 무덤 측정기 (Marlene Dumas Measuring Your Own Grave) 전시회를 아이와 함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봤다.

엄마 아빠가 그리면 아이도 그렸다. 붓으로 그리면 붓으로 그리고 싶다며 붓을 빼앗아 그렸다. 색을 쓰면 아이도 색을 쓰겠다며 마구 칠을 했댔다. 아이는 집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그렸다. 식당에서 그리면 우리 부부는 조용히 식사할 수 있어 좋았다. 난 재료를 항상 가지고 다녔지만, 재료가 없어도 볼펜으로 냅킨에도, 영수증 그리고 봉지에도 그렸다.

선으로만 그리던 그림이 원, 사각형 등의 형태를 띠더니 룡을 그리기 시작해서 바닷속 상어로, 숲 속의 호랑이로 옮겨갔다. 부드러운 선은 거친 선으로 탱크, 비행기 등 전쟁 모습을 그리느라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침을 튀기며 폭격 소리, 총소리 등의 사운드를 첨가하며 격해져 갔다.

아이에게 그림을 가르친 적도, 아이가 어떻게 그리느냐고 물어본 적도 없다. 아이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고 나는 재료를 다양하게 옆에 놔 주기만 했다. 커가며 자기주장이 생기자 내 그림 한 귀퉁이에도 그려 합작도 했다.

틴에이져가 되자 만화로 옮겨가더니 아이는 예술 고등학교 입학허가를 받았다. 연필을 잡을 줄 아는 순간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예술 고등학교 시험까지 보고 입학 허가를 받았으니 당연히 미술을 전공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그림은 교육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별 볼 일 없는 일이야요. 예술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어요." 
너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니?”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난 화가들이 싫어요. 화가들은 실속 없이 폼만 잡는 루저(loser)들이에요.”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학도 예술과는 거리가 먼 전공을 택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서는 드로잉, 사진 등 예술에 관한 과목을 듣기 시작했다. 부전공도 영화에 관련된 과목을 선택했다. 그림을 그려 블로그에 올리느라 새벽까지 잠을 설쳤.
화가가 가장 쿨(cool)한 직업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어느 날, 아이의 입에서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왜 내 입에서는 
그래서 어쩔 건데? 인제 와서 전공을 바꾸겠다는 거야. 뭐야?”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방황하는 아이를 보며 과연 마들렌 뒤마의 말대로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끝나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이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줘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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