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비가 결혼할 것 같다!”
“갑자기 결혼이라니요?”
7년 전에 상처한 아주버님은 소극적인 성격으로 번번한 데이트
한번 못하고 외롭게 지냈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도 여자가 적극적으로 서둘러서.
사연을 들어 보니, 결혼할 여자가 영주권이 없단다. 집안 분위기가 ‘영주권 때문에 시민권자인 아주버니를…’ 하는 의심으로 감돌았다. 집안 대소사에 무심한 나지만 이번 혼사만은 양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연을 들어 보니, 결혼할 여자가 영주권이 없단다. 집안 분위기가 ‘영주권 때문에 시민권자인 아주버니를…’ 하는 의심으로 감돌았다. 집안 대소사에 무심한 나지만 이번 혼사만은 양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 절대 집안 식구 누구도 그 여자 앞에서 영주권 얘기는 꺼내지 못하게 하세요.”
나도 유학 와서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받았다. 물론 내가 서둘렀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LA에 사는 시집으로 결혼한다며 갔을 때였다. 어른들께 인사드린 후 식구들과 식사하러 다이닝 룸으로 가는데, 작은 시아버지가 나를 잠깐 불러 세우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LA에 사는 시집으로 결혼한다며 갔을 때였다. 어른들께 인사드린 후 식구들과 식사하러 다이닝 룸으로 가는데, 작은 시아버지가 나를 잠깐 불러 세우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아가씨, 사회 경험이 많아 보이는 게 보통 아니겠어. 영주권 때문에 우리 조카와 결혼하려는 게 아닌가?”
권투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자마자 한 방 맞고 뻗듯이 온몸이 마비되는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부모 떠나 멀리 낯선 땅에 와 혼자 있으니 이런 대우를 받는구나. 과연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결혼을 해야 하는가? 생각 같아서는 다 집어치우고 끝내고 싶은 걸 참다가 저녁에 샤워하며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전형적인 이북 여자들의 투박하고 거친 메너에 늘 혀를 차던 과묵한 함경도 출신 시아버지의
전형적인 이북 여자들의 투박하고 거친 메너에 늘 혀를 차던 과묵한 함경도 출신 시아버지의
“나는 서울 아가씨가 상냥해서 좋아요. 변변치 못한 우리 아들과 결혼한다니 고마워요.”
라는 말씀이 없었다면 아무리 영주권이 급해도 결혼했을까?
어떻게 같은 시할머니 뱃속에서 나온 두 형제분이 그리도
달랐는지. 작은 시아버지의 거칠고 모진 말투에 본인 며느리도 아들과 이혼했다.
미국인과의 결혼이 못마땅하다고 딸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LA에 갈 때마다
“안녕하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유도 없이 또 다른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끔은 시아버지가 옆에서
“왜 쓸데없는 소리를 애한테.”
하냐며 방어를 해주기도 했고 못 들은 척하며 피하기도 했다.
작은 시아버지는 6.25전, 북어 한 짐을 지고 걸어서
38선을 넘어 서울에 와 모진 고생을 하다 70년대 초 이민 와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말년엔 라스베이거스에 투자한 것이 잘못 되 속을 썩이다 불면증으로 한밤중에 가라지에 앉아서 돌아가셨다. 지금은 네바다주의 뜨거운 모래밭에 뭍이셨지만, 어찌 그리 수많은 모진 소리를 할 수 있었는지?
“영주권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해주면 안 되나요? 결혼은 상대방이 없는 것을 서로 보충해 주며 잘살아가는 것이 아닌가요? 혹시라도 그분이 영주권만 받고 도망간다 해도 2~3년은 함께 살 것이고,
불쌍한 사람 도왔다 치면 안 되나요? 저도 잘살잖아요.”
시어머니에게 그동안 가슴에 묻어둔 한을 토했다.
“아이고 작은 아버지가 먼젓번에 너희 왔을 때도
‘화가는 죽어야 이름이 난다.’며 쓸데없는 소리를 하더니.”
물론 영주권이 없으면 불편하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오직 영주권만을 위해서 결혼하겠는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성적으로도 끌리고 영주권 해결도 할 수 있어 좋은 게 좋은 것 아닐까. 상대가 없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감사함으로 너그럽게 베풀면 지나가던 복도 편하게 누울 자리 보고 올 텐데.
우리 부부는 열 일을 제쳐 놓고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형님 될 분이 착한 우리 아주버님을 울리는 일 없이 남은 삶을 함께 잘 살아 주길 바라며.
우리 부부는 열 일을 제쳐 놓고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형님 될 분이 착한 우리 아주버님을 울리는 일 없이 남은 삶을 함께 잘 살아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