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온 시어머니가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을 보더니, 남편이 철없이 한마디 한다. 시어머니는 내 가는 팔뚝을 슬쩍 본 후 거북이 등 같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어한다.
함경도 함흥 출신 시어머니는 시아버님이 젊은 시절부터 외국에 나가셔서 시할머니 모시고 아이 다섯을 키우느라 무진 고생을 했다. 오죽하면 미국 이민 절차를 밟으면서 찍은 지문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으니. 다시 찍으러 갈 때마다, 직원이 되돌려 보내며 당분간 손빨래를 하지 말라고까지 했단다. 물론 세탁기가 없던 70년대 초 이야기다.
시어머니는 우리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부엌에 있는 냄비란 냄비는 모두 꺼내 놓고 닦기 시작한다.
“이것 봐라. 스테인레스는 닦으면 닦을수록 새것처럼 광이 난다. 옛날엔 구멍 난 양은 냄비를 때워 쓰곤 했다.”
반짝거리는 냄비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다.
눈에 보이는 곳, 내가 앉을 자리만 열심히 닦는 나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곳, 내가 앉을 자리만 열심히 닦는 나와는 달리
"구석 청소를 잘해야 집안이 깨끗하다"
쓰다 팽개친 붓으로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끌어내어 쓸고 닦는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 그리고 싱크대에 클로락스를 발라
놓고 기다렸다가 윤이 나게도 한다.
장에 가서 잔 가자미를 사다 소금에 절이고 좁쌀밥을 넣고 삭힌 가자미에 무채를 넣어 식혜도 담근다.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빗물을 받아 흰 빨래도 한다. 시어머니의 일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빨래는 빗물에 빨아 방망이로 두들겨야 하얘진다.”
장에 가서 잔 가자미를 사다 소금에 절이고 좁쌀밥을 넣고 삭힌 가자미에 무채를 넣어 식혜도 담근다.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빗물을 받아 흰 빨래도 한다. 시어머니의 일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빨래는 빗물에 빨아 방망이로 두들겨야 하얘진다.”
방망이를 찾지만 있을 리 없다.
“뉴욕은 비가 자주 와서 얼마나 좋냐. 빗물에 차를 닦으면 광이 나는데.”
밖에 세워 놓은 차를 닦고 싶은 걸 꾹 참으며 비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쉬는 것이 고작이다.
없는 부엌살림을 보고 프라이팬도 주전자도 그리고 마이크로 오븐도 사줬다. 이렇게 아들 집에 와서 일하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LA로 돌아갈 때가 된다. 시어머니에게 콧바람이라도 씌어 드리려고 센츄럴 파크에 모시고 갔다. 시어머니는 벤치에 앉아 쉬지 않고, 냉이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저녁에 된장찌개에 냉이를 넣고 끓이자며.
이웃 사람들이 인사라도 할라치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No English’ 말하곤 다른 한 손으론 내 손을 꽉 잡는다. 시어머니와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집 밖을 나서기 무섭게 손을 잡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아들 집에 와서 힘들게 일하고도 또 오시겠다니 내 손을 잡고 싶으신가 보다.
없는 부엌살림을 보고 프라이팬도 주전자도 그리고 마이크로 오븐도 사줬다. 이렇게 아들 집에 와서 일하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LA로 돌아갈 때가 된다. 시어머니에게 콧바람이라도 씌어 드리려고 센츄럴 파크에 모시고 갔다. 시어머니는 벤치에 앉아 쉬지 않고, 냉이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저녁에 된장찌개에 냉이를 넣고 끓이자며.
이웃 사람들이 인사라도 할라치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No English’ 말하곤 다른 한 손으론 내 손을 꽉 잡는다. 시어머니와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집 밖을 나서기 무섭게 손을 잡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아들 집에 와서 힘들게 일하고도 또 오시겠다니 내 손을 잡고 싶으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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