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30, 2023

우울하고 힘들 때


A 트레인 Dyckman St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가면
포트 트라이언 파크 안에 The Met Cloister 뮤지엄이 있다.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중세기 유럽 수도원의 건축물과 정원 분위기가 좋아 즐겨 찾는다.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갔다. 우리는 뮤지엄을 둘러보고 잔디밭에 부회장이 준비해 온 도시락, 수박, 커피, 마들렌, 베이커리를 꺼내 놨다. 친구의 며느리가 창업한 마쿠(Makku) 막걸리를  반주겸 건배했다. 달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깔끔하고 톡쏘는 시원한 맛이다. 소풍 온 아이들도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릴 때 소풍 가면 풀밭에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 식사하는 것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났다. 선생님들의 도시락 반찬과 비슷한 우리들의 도시락은 불고기, 돼지고기, 명태 코다리, 연근과 멸치조림, 무와 시금치나물이다. 

내가 부회장이었다면 김밥과 물 한 병씩 던져주고 말았을 텐데. 역시나 모임을 리드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리더십이 있다. 맛있는 도시락을 찾아 여러 곳에 둘러 맛보고 제일 맛있는 가게에서 사 왔단다. 잘 익은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왔다. 회장과 부회장이 리드하는대로 잘 따라 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며 잘 먹고 즐기고 집으로 향했다. 


Dyckman 스트릿에서였다. 그 동네가 생소한 우리는 4학년(40세) 회원을 따라 정류장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참고로 우리 북클럽엔 4학년(40세)부터 7학년(70세)까지 있다. 덩치가 큰 허연 남자가 우리를 불러세웠다. “영어 할 줄 알아?” 시골에서 온 관광객이 길을 물어보는 줄 알았다.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그 동네를 잘 모르는 우리는 길을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다. 우리 넷은 아무 말 못 하고 멍하니 그 남자 얼굴을 쳐다봤다. “어디서 왔어? 아시아에서 왔어?” 길을 물어보는 태도가 영 아니다. 그와 제일 가까운 곳에 서 있던 내가 “웨스트 엔드 에비뉴에서 왔다.” 왜 그러는데 하는 표정으로 내가 사는 동네를 말했다. 서로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보같이 쳐다보다가 우리는 자리를 떴다. 


이번 달 들어 두 번이나 길 가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수다를 풀고 싶어 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그동안 없던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상해서 길에서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그룹으로 있는 여자들 말고 혼자 있는 여자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쿨하게 다가가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접근하라. 이치에 맞는 편안한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스타일과 패션을 칭찬해라. 거절당하면 당황해서 몰아붙이지 말고 쿨하게 자리를 떠라.’ 이렇게 여러 번 연습하다 보면 성공할 확률은 점점 커진다. 싱글이라면 화창한 날 집에 웅크리고 앉아 우울증에 걸리지 말고 연습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자기 행복을 찾아서.

When you're down and troubled

Get off train A at Dyckman St stop and a short walk away is The Met Cloister Museum in Port Trien Park. I love the architecture and garden setting of the medieval European monastery overlooking the Hudson River. Went with book club members. We toured the museum and took out the lunch box, watermelon, coffee, madeleine, and bakery prepared by the vice president on the lawn. We toasted Makku Makgeolli, which was founded by a friend's daughter-in-law, as an accompaniment. It has a clean, refreshing taste that is neither sweet nor bitter. The children who came to the picnic were also sitting around and eating lunch.  When I was a kid, I remember snooping on the teachers sitting on the grass and having a meal when we went on picnics. Similar to teachers' lunchboxes, our lunch boxes are bulgogi, pork, braised pollock, lotus root and stewed anchovies, radish and spinach sprouts. 


If I were the vice chairman, I would have thrown a bottle of water and a kimbap. As expected, those who lead the meeting have extraordinary leadership. She looked around for delicious lunch boxes and bought them from the most delicious restaurant. The ripe watermelon has been cut into bite-size pieces. I ate well and headed home, saying that it was my duty to follow the lead of the chairman and vice chairman.


We were on Dyckman Street, unfamiliar with the neighborhood, and followed a fourth-year (40-year-old) member to a station. For reference, our book club has members from 4th grade (40) to 7th grade (70). A tall white man stopped us. "Do you speak English?" I thought he was a tourist from the countryside asking for directions. Even if we did speak English, we didn't know the neighborhood well enough to give him directions. The four of us stared blankly into his face, unable to speak. "Where are you from? Are you from Asia?" The attitude of asking is not good. I said, "I'm from West End Avenue." answered. He made a puzzled face that he didn't know about 'West End Avenue'. We looked at each other for a moment  and then we left.


This is the second time this month I've been stopped by a man on the street. I wondered if it was because there were a lot of lonely people who wanted to make small talk that they hadn't been able to during the pandemic, and I looked up the psychology of men approaching women on the street on YouTube. 


‘Approach a woman alone with confidence. Approach neat and tidy to look attractive. Continuing a comfortable conversation that makes sense and naturally compliments the other person's style and fashion. If you get rejected, don’t panic and leave your seat coolly.’ The more you practice like this, the more likely you are to succeed. If you're single, wouldn't it be nice to curl up at home on a sunny day and practice without getting depressed? find your own happiness.

Friday, June 16, 2023

나는 또다시


개나리꽃이 나오기 시작할 즈음 떠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벚꽃이 살랑대는 바람에 맥없이 쏟아져 내렸다. 따끈한 뉴욕이 사랑스럽다. 

여행 떠나기 전 나는 집 청소를 한다. 장을 보지 않고 깨끗이 먹어 치우며 냉장고를 비운다. 깍두기와 포기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모셔놓는다. 라면을 사다 놓는다. 밥을 냉동 칸에 넣어놓는다. 가끔은 잊고 준비하지 않을 적도 있지만 맥주도 쟁여 놓는다.   


여행은 피곤하다. 특히나 비행기 타는 것은 고역이다. 피곤한 몸을 끌고 돌아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왜 이렇게 포근한 집을 놔두고 떠돌다 왔을까? 후회한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에서 라면을 끓인다. 계란은 없다. 라면에 밥을 말아 김치를 먹고 여행을 마무리한다. 


다음 날, 남편이 그동안 쌓인 먼지를 쓸고 터는 동안 나는 된장찌개를 진하게 끓인다. 김치와 된장찌개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두고 떠돌았을까? 또 후회한다. 미국에 오래 살수록 한식을 더 찾는다. 여행 중에는 생각나지 않다가도 집에 오려고 비행기에 앉으면 그때부터 한식이 먹고 싶어서 안달이다. 


뉴저지에 사는 지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북적거리는 서울을 방문해서 바삐 지내다 어두운 밤 사막 같은 외곽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적막강산에 들어선 듯 썰렁하고 막막한 느낌을 견딜 수 없어서 또 짐을 꾸려 떠나나 봐.”

맨해튼에 사는 나는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적적하면 아파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활보한다. 교외에 나가고 싶으면 근처 리버사이드나 센트럴 공원을 거닌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싫어 아파트에 들어와 문을 잠그는 순간부터 나만의 세상이 된다. 문이 관 뚜껑 같다. 관을 열고 들어가 누우면 세상과 단절된, 문을 열고 나가면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다.


나는 뉴욕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무리 이곳저곳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뉴욕시티만 한 곳은 없다. 남미 여행에서 먼지 쌓인 쓰레기 더미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나무 한 구루 없는 산 중턱에 천막치고 사는 난민들이 많다. 빈부 차가 심하다. 세상 곳곳의 관광지에는 미국 관광객이 흘리는 팁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행이 피곤하지만 자주 하자고. 우리가 여행으로 돈을 풀어야 조금이나마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투명성 없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는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손에 직접 팁을 쥐여주는 것이 더 낫지.” 

팁 받는 사람들이 기뻐할 때 나도 생물학적으로 기쁨을 얻는다. 결국엔 나에게 이득이다.

I'm again

I left a trip just as the forsythia is starting to emerge. Upon my return, the cherry blossoms are fluttering in the breeze. I love warm New York. 


I clean my house before I go on a trip. Empty the refrigerator while eating without grocery shopping. I make kkakdugi and kimchi. I bought a pack of ramen. Put the rice in the freezer. Sometimes I forget and don't prepare, but I also stock up on beer.


Traveling is tiring. Flying is especially difficult. The moment I came back with my tired body and opened the door of the apartment, why did I leave my cozy house and wander around? I regret it. I cook ramen without changing my clothes. There is no egg. Wrap up the trip after eating kimchi with rice in ramen.


The next day, while my husband sweeps away the accumulated dust I make a thick soybean paste stew. The moment I took kimchi and soybean paste stew to my mouth, why did I leave such delicious food at home and wander around? I'll regret it again. The longer I live in America, the more I look for Korean food. Even if I don't remember it during the trip, when I sit on the plane to come home, I want to eat Korean food from then on.


It reminds me of something a friend of mine in New Jersey said.

“After visiting the bustling Seoul and staying busy, and when I came back to the U.S., and entered the house of the dark, desolate feeling as if I’ve stepped into a lonely mountain, so I pack my bags and leave again.” 

Living in Manhattan, I don't feel that way much. If it's lonely, open the apartment door and go out and walk. If I want to get out into the suburbs, I walk around Riverside or Central Park. If I don't like crowds, I walk into my apartment and lock the door, I'm in my own world. The door is like a coffin lid. When I open it and go in and lie down, I'm disconnected from the world, and when I open the door and go out, I'm connected to the world.


I love New York so much. No matter how many places I go, there is no place like New York City. When I traveled to South America, I saw a lot of poor people living in dusty garbage dumps, refugees living in tents on treeless mountain sides. There's a huge divide between rich and poor. Many tourist destinations around the world rely on tips from American tourists. 

"Travel is tiring, but let's do it often. Maybe we can help them a little bit by releasing money from our travels."

"That's a great idea. It's better to put tips directly into the hands of hardworking people than to give them to a charity with no transparency." 

When the tip recipients are happy, I am biologically happy too. In the end, it's to my benefit.

Friday, June 2, 2023

마치 어제 일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만든 글 모임이 네 번째 (4년 차) 산봉우리를 올라가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북클럽 회원 몇몇이 선생님을 모시고 글쓰기를 배운다기에 얼떨결에 끼어들었다. 글쓰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대학 시절 큰맘 먹고 올랐던 구례에서 시작해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고개를 하나하나 넘는 듯하다. 등정을 시작할 때는 과연 저 높은 곳을 오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등반을 끝내고 내려와서는 다들 즐거워하며 기뻐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힘겹게 넘고 또 넘다 보니 열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나왔다. 이 단편 소설로 뭘 어쩌겠다는 계획은 없다. 2페이지 이상 쓰지 못했던 글쓰기를 14페이지 이상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신기하다. 쓰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글이 생겨났다는 자체가 기쁘다.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지난 일들이 넘어야 할 산봉우리 (글을 써야 하는) 앞에 서면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는 것이 이상하다.


처음 글쓰기 시작할 때는 그나마 신문에 오랫동안 글을 써서 구애받지 않고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회원들의 글은 점점 좋아지고 발전한다. 나는 내 매너리즘에 빠져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지 못하고 우물가에서 헤매는 개구리처럼 쳇바퀴 돌듯 같은 글쓰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 쓸까? 생각하다가도 산에서 내려와 쉬다 보면 다시 올라가고 싶듯이 또 쓰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태원 잠수교 가는 대로변에 있는 크라운 호텔에서 해밀턴 호텔 쪽으로 가는 길가에 내 화실 있었다.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둔 공터에 단층 하얀 건물을 지어줬다. 친구들은 하얀 집이라고 부르며 들락거렸다. 겨울이 끝나가는 맑고 청명한 날이었다. 화실 안에 석유 냄새가 밸까 봐 밖에 나가 붓을 빨고 있었다. 가녀린 여자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주춤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집에 사세요. 집이 너무 예뻐요.”

검은 코트 안에서 흰 셔츠가 살짝 빛났다. 그녀의 핏기 없는 작은 얼굴, 외로운 그늘이 가득한 큰 눈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녀를 화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차 한잔하고 가세요. 저도 지금 막 마시려던 참이었어요.”

“고마워요. 저도 한때는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크로키를 하러 왔다. 그리고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일 년 후, 나는 외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받았다. 미국의 한 신문사의 에디터로 서울에 파견된 외국인을 만나 결혼했단다. 오하이오주의 작은 도시에 살며 그녀가 꿈꾸던 그림에 빠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잠재의식에서 고개를 불쑥불쑥 내미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까마득히 잊힌 지난 일들이 낡은 영사기를 통해 되살아난 듯 계속 글을 쓰게 하는 것 같다.

As if it was yesterday

he writing group I started because I wanted to write well is climbing its fourth (fourth year) mountain peak. I joined because some of the book club members started learning to write from a teacher. Writing is not as easy as I thought. It seems that I have crossed the Jirisan Hills one by one, which I climbed with great enthusiasm during my college days. Will I be able to climb that high? I wasn't confident. I remember the days when everyone was happy when I came down after climbing.

After struggling over and over again, 18 short stories came out. I have no plans to deal with them. It's amazing that I can write more than 14 pages of writing that I couldn't write more than 2 pages. It's nice to have something that wouldn't have existed if I hadn't written it. It's strange that the past events that I hadn't thought of at all are remembered as if they were yesterday when I stand in front of the mountain peak I have to climb (I have to write).

When I first started writing, at least I wrote for the newspaper for a long time, so I didn't get stuck. Over time, other members' writing gets better and better. I'm stuck in my mannerisms, unable to find a way out, and repeating the same writing in circles like a frog wandering by a well. I think about stopping, but I want to write again, just like when I come down from a mountain and rest, I want to go back up again. 

After graduating from art university, my studio was on the side of the road from the Crown Hotel to the Hamilton Hotel. My father had built a single-story house white house on a vacant lot he had bought a long time ago. Friends walked in and out, calling it a white house. It was clear when winter was coming to an end. I went outside to wash my brushes, not wanting to smell the oil in the studio. A slender girl stopped, hesitated, and asked cautiously. 

"Do you live in this house? Your house is so beautiful."

Her white shirt shone through her black coat, and the sight of her small, bloodless face, her large eyes filled with a lonely shade, I involuntarily drew her into my studio.

"Have a cup of tea. I was just about to have one myself."

"Thank you, I wanted to go to art college too."

She came to do croquis once a week, and then, just as quietly as she had approached me, she disappeared one day. A year later, I received her letter from abroad. She had met and married a foreigner who was assigned to Seoul as an editor for an American newspaper. It was about her living in a small town in Ohio and making the artworks she wanted. The image of her suddenly comes to mind.

It seems that the indelible memories that pop up from the subconscious mind and the long-forgotten past seem to have been resurrected through an old movie projector, making me continue to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