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부터 중앙일보 지면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왜 그리 힘들게 살던 기억이 떠오르든지! 어느 순간부터는 고달팠던 삶의 기억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따금 뒤틀며 올라올 적도 있지만, 힘든 기억을 다 뱉어내고 나니 상처가 치유된 듯 더는 생각나지 않았나 보다.
글 쓰는 일은 내면을 열어젖혀 자신과 대면하고 치유하며 생각을 깨우치는 일이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응어리진 실타래를 끌어내어 풀고 어두운 과거를 청산해서인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더는 아파할 일이 없어져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아픔과 슬픔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워졌다.
남편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 여사, 중앙일보에 글 쓴 지 몇 년 됐지?”
“올 6월이 오면 벌써 14년이나 썼네?”
“질기네.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 사백 개 글을 시간에 맞춰 보냈다는 것만도 대단해. 마누라에게 한번 걸리면 끝장나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아무튼 질겨. 수없이 망할 듯 말 듯 하던 조선 518년의 끈질긴 전주 이씨 조상의 DNA를 받았기 때문일 거야”
“원래 내가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을 선호하잖아. 지면에 거창하게 많은 것을 쓰려고 하면 오래 쓸 수 없어. 맛있는 것 한꺼번에 다 먹지 않고 아껴 뒀다가 조금씩 먹듯이 쓰니까. 심오한 글은 쓸 줄도 모르고 그냥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수다를 쓰니까 지금까지 버텼지.
예전엔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신문사에 제때 글을 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어. 지금은 그 걱정도 없어졌어. 산책하다가 문득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친구와 수다 떨다가도, 자다가도 탁 떠올라. 가만히 기다리며 소재가 문뜩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으려고 조금만 신경 쓰면 되니까.
솔직히 독자들에게는 미안해. 타성에 빠진 내 글이 지루할 수도 있잖아. 어떻게 개인사를 그렇게 까발릴 수 있냐는 말까지 지인들에게 여러 번 들었지만, 뭐 그런 소리 좀 들으면 어때. 내가 골방에서 광장으로 나간 듯 변화하고 좋아지는데. 글 쓰는 일이 나에게는 좋거든. 인간은 무척이나 이기적인가 봐.”
지난 14년 동안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이따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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