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아직 죽지 않았어.”
라고 무게를 잡는 건가요? 바쁘고 복잡한 세상 간단하게 넘어가면 안 되냐고요. 일하는 과정에서 그런다면 수정해야 할 일이 있나 보다 이해하겠지만 다결정 난 일을 가지고 미적거리며 당신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건가요. 당신 같은 인간이랑 다시 일하고 쉽겠냐고요. 실망했어요. 오히려 잘됐네요. 이번 계기로 당신을 걸러냅니다.
내 남편도 그런 인간 중의 한 사람이다. 그냥 Yes 아니면 No, 라고 간단히 대답하면 될 일을 일단은 No를 하거나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는 척 얼버무리려고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다.
“또 시작이구나.”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어 손이 올라가다가 이런 인간이랑 내가 왜? 하며 올라가던 손이 저절로 내려간다. 내가 해달라고 한 일도 아닌데 자기가 앞장서서 잘해주겠다고 열 올렸다. 막상 할 때가 되니 귀찮은지 좋지 않은 머리를 굴린다.
“생각도 해보지 않고 또 No로 대답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누군데 감히 쉽게 Yes를 하냐는 거야?”
결국엔 Yes가 될 대답을 왜 그리 복잡하고 힘들게 사냐고. 그래서 자신에게 생기는 이득이 뭔데.”
오래전 일이지만 윗사람이 다 결제한 것을 결제가 필요 없는 아랫사람이 홀드하면서 애먹인 적이 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윗사람에게 물었다.
“오래전에 결제했는데 아직도 받지 못했나요.”
아랫사람은 나에게도 뭔가 국물이나 약발이 있어야 결제된 것을 내줄 수 있다는 표정이다. 다시는 그 인간을 보지 않았다. Yes 할 일이면 빨리 Yes하고, 줄 것이 있으면 빨리 주지, 말 같지 않은 너절한 사족 다 걷어내고 앗쌀하게 하면 안 되냐고.
세상이 이렇듯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똑 부러지게 일하며 공치사하지 않고 다음 일에 집중하는 친구가 있다. 더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는 무조건 Yes만 하면 될 정도로 일을 잘한다. 그녀와 함께 일하면 나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올라온다. 그런데 그런 친구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종종 나를 뒤집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