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재촉에 샐쭉해진 나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 달라도 너무 달라. 곡조가 다 똑같잖아.”
남편과의 저녁 밥상머리를 망치고 싶지 않아 듣기 싫지만, 꾹 참고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야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테스형이라는 노랜데 가사가 너무 좋아. 한번 들어봐.”
친구가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내왔다. 받자마자 지워버렸다.
와! 짜증 나. 왜들 테스형인지 할아버진지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난리들인지. 순간, 과연 나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읽기나 했던가? 적어도 나훈아는 읽었으니까 노래 가사를 썼을 것이 아닌가?
집마다 리빙룸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시커먼 피아노를 볼 때마다 ‘엄마가 피아노 연습하라는 소리가 나올까 봐 아이들은 그 주위를 잽싸게 피해 다닌단다. 나야말로 거물인 피아노를 피해다니 듯 소크라테스가 늘어놓을 난해한 변명이 읽기 싫었다. 결국엔 ‘테스형’ 노래가 나오고 나서야 ‘플라톤의 대화편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펴들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로 시작하는 책은 나의 예상을 뒤엎고 약간은 재미있게 술술 책장이 넘겨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으며 연인관계였다는 설이 있는 알키비아데스는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신들린 상태가 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눈물은 하염없이 줄줄 흘러내려 옆에 앉아 있다가는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어떤 글도 남기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만 철학을 했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포착하기가 난해했다.
향연에서 술자리에 모인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들이 에로스에 관해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에로스가 자신의 반쪽을 찾아서 완전함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말한 아리스토파네스가 예기할 차례였다.
‘그가 딸꾹질을 계속하는 바람에 얘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아래쪽에 앉아 있던 의사인 에릭시마코스에게 자네가 내 딸꾹질을 그치게 해주던가 아니면 내 딸꾹질이 그칠 때까지 나 대신 얘기를 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해 주어야겠네. 그러자 에릭시마코스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두 가지를 다 해주겠네. 자네 차례에 내가 얘기를 할 것이니 자네 딸꾹질이 그치면 얘기하게나. 자네는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어. 그렇게 해도 그치지 않으면 물을 입속에 머금어서 입 안을 씻어내게. 딸꾹질이 심할 때는 어떤 것을 가지고서 콧속을 간지럽혀서 재채기가 나오게 해보게.’
책을 덮고나니 딸꾹질에 관한 희극적인 부분만 기억난다. 나 자신을 탓하며 숙제하듯 ‘플라톤의 대화편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간신히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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