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31, 2020

아리스토파네스의 딸꾹질

“나훈아의 ‘테스형’ 노래 틀어봐.” 
남편의 재촉에 샐쭉해진 나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 달라도 너무 달라. 곡조가 다 똑같잖아.” 
남편과의 저녁 밥상머리를 망치고 싶지 않아 듣기 싫지만, 꾹 참고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야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테스형이라는 노랜데 가사가 너무 좋아. 한번 들어봐.” 
친구가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내왔다. 받자마자 지워버렸다. 와! 짜증 나. 왜들 테스형인지 할아버진지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난리들인지. 순간, 과연 나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읽기나 했던가? 적어도 나훈아는 읽었으니까 노래 가사를 썼을 것이 아닌가? 

집마다 리빙룸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시커먼 피아노를 볼 때마다 ‘엄마가 피아노 연습하라는 소리가 나올까 봐 아이들은 그 주위를 잽싸게 피해 다닌단다. 나야말로 거물인 피아노를 피해다니 듯 소크라테스가 늘어놓을 난해한 변명이 읽기 싫었다. 결국엔 ‘테스형’ 노래가 나오고 나서야 ‘플라톤의 대화편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펴들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로 시작하는 책은 나의 예상을 뒤엎고 약간은 재미있게 술술 책장이 넘겨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으며 연인관계였다는 설이 있는 알키비아데스는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신들린 상태가 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눈물은 하염없이 줄줄 흘러내려 옆에 앉아 있다가는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어떤 글도 남기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만 철학을 했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포착하기가 난해했다. 

향연에서 술자리에 모인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들이 에로스에 관해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에로스가 자신의 반쪽을 찾아서 완전함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말한 아리스토파네스가 예기할 차례였다. ‘그가 딸꾹질을 계속하는 바람에 얘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아래쪽에 앉아 있던 의사인 에릭시마코스에게 자네가 내 딸꾹질을 그치게 해주던가 아니면 내 딸꾹질이 그칠 때까지 나 대신 얘기를 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해 주어야겠네. 그러자 에릭시마코스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두 가지를 다 해주겠네. 자네 차례에 내가 얘기를 할 것이니 자네 딸꾹질이 그치면 얘기하게나. 자네는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어. 그렇게 해도 그치지 않으면 물을 입속에 머금어서 입 안을 씻어내게. 딸꾹질이 심할 때는 어떤 것을 가지고서 콧속을 간지럽혀서 재채기가 나오게 해보게.’ 

책을 덮고나니 딸꾹질에 관한 희극적인 부분만 기억난다. 나 자신을 탓하며 숙제하듯 ‘플라톤의 대화편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간신히 끝냈다.

Aristophanes' hiccups

“Play Na Hoon-a’s ‘Mr. Tes’ song.” My husband's urging me “Your favorite song is different from what I like. All of his tunes are the same.” I don't want to hear the song but I don't want to ruin my dinner table with my husband, I held back and played the song on YouTube. 'I am grateful for today to come anyway, I am afraid of tomorrow also coming anyway. Ah! Mr. Tes, why is it so hard to live on, Why so hard Ah! Mr. Socrates, why is it so hard to fall in love.’ 

 "It's a song called Mr. Tes, the lyrics are so good. Listen.” A friend sent me a video via KakaoTalk. I erased it as soon as I received it. Wow! It's annoying. Why is everyone asking me to listen to a song called Mr. Tes? At the moment, did I ever read a book about Socrates? At least Na Hoon-a read the book, so wouldn't he have written the lyrics of the song? 

 Whenever I watch a big black piano that occupies a living room in each house, the children quickly avoid around the piano, because they are afraid that their mother will tell them to practice the piano. I also didn't want to read a book about Socrates as if children were avoiding the piano. In the end, only after the song Mr. Tes was released, I start read the ‘Plato's dialogue, Socrates' Excuse. Krypton.Phaidon.Feast. The book beginning with ‘Athens People’ overturned my expectations and the pages of the book turned over easily. 

 Alcibiades, who was a disciple of Socrates and was rumored to have been in a relationship, said that "whenever I hear Socrates' words, I feel like an inspired of god, my heart is pounding like crazy, and tears flow down. If I’m sitting next to him, I won't die of a natural death" But for me, the book is difficult to capture Socrates' idea of philosophy only through dialogue without leaving any writing. 

 At the Feast, Socrates and his friends gathered at a drinking party talk about Eros one by one. It was the turn of Aristophanes, who said that Eros was a desire to find his half and achieve perfection. 'He is the next in line to speak, but he is undergoing an attack of the hiccups and is unable to speak. He asks Eryximachus, the doctor, to speak in his place. Eryximachus agrees to make a speech now so that Aristophanes can speak afterward, when his hiccups are gone and he said to Aristophanes, you've been holding your breath for a while. If that doesn't stop, keep water in your mouth and rinse your mouth. When hiccups are severe, take something to tickle your nose and sneeze.' 

 As I blaming myself for remembering only the comical part about hiccups the moment I closed the book, I barely finished the ‘Socrates’ Excuse.Krypton.Phaidon.Feast,’ as if doing homework.

Saturday, October 17, 2020

점점 작아지는 엄마

“엄마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너는 점점 커질 때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니?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는 소리로 들렸단다. 내가 늙는다는 것이 서럽다기보다 너희들이 잘 자라는 것이 기뻤다.  

 너희들이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나라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이 엄마는 늘 작았단다.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이미 나는 너무 늙거나 아니면 이 세상에 없겠지. 살아있다 한들 희미해진 기억을 정확히 말해주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난 오래전부터 잊혀 사라질 날들을 잡아서 기록하고 있다. 

 내 아버지, 너희들의 외할아버지는 방과 후 집에 오는 버스 정류장에 나를 마중 나오곤 하셨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아 흔드시며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하라고 재촉하셨지. 또한 저녁 전 반주 하시며 당신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워낙에 건강한 할아버지는 늙지도, 죽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내가 부르면 반갑게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작아지고 늙었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슬펐다. 
“아버지, 나에게 못다 들려준 지난날의 이야기를 적어 놓아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그가 남긴 노트북을 틈틈이 들여다보며 살아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탁했지. 물론 나는 미국 온 후에도 할아버지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서 일주일에 한 두통씩 오랜 세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를 할아버지가 모았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보내와서 간직하고 있다. 어제 일을 이야기하듯 할아버지와의 기억이 생생하게 적혀있는 소중하고 애틋한 기록이다. 

 너희들은 엄마가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걸프렌드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느라 나의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줄 안다. 그러나 너희들도 언젠가는 나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가 있을 거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억들이 소중해진단다. 문자로 써 놓지 않으면 희미해져 사라진다. 못하는 영어지만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다 번역했다. 너희들이 한국말은 곧잘 하지만 아무래도 읽기와 쓰기는 쉽지 않아서다. 

 사람은 20살 이전의 기억으로 산다고 한다. 나도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기억과 사랑에 의지해서 삶을 살았다. 기록은 단지 기록으로만 남지 않고 삶의 연장으로 함께 살아간다. 며칠만 지나면 예전 같지 않게 희미해지는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더 간절해지는구나. 너희들도 너희 삶을 기록해두기 바란다. 삶의 기록을 남기려면 아무래도 삶에 충실할 수밖에 없지 않겠니? 

 엄마의 기록이 너희에게 용기를 주고 행복한 삶에 보탬이 되기 바란다.

Mom is getting smaller

 “Mom, why are you getting smaller?” 
Remember you said, stroking my head every time you got bigger? Whenever I heard that, it sound like, 'Mom, why are you so old?' I was happy that you guys were growing up well, rather than being sad that I was getting old. 

 I was always short when you guys were born and raised in Greenpoint, Brooklyn, graduated from school, worked in another country, and returned home. By the time you guys read this, I'm either too old or I may be not in this world. I don't think I can accurately tell the fainted memories even if I'm alive. So I have been recording the days that will be forgotten and disappear from a long time ago. 

 My father who is your grandpa used to pick me up at the bus stop when I came home after school. Your grandpa grabbed my hand and shook and urged me to tell the story of what happened at school. He also told me his turbulent story while drinking before dinner. 

 I had believed such a healthy grandfather did not grow old or die, and only believed that he would gladly tell me the story whenever I called him. Then one day, I felt very sad when I realized that your grandfather was small and old. 
"Daddy, do you write down the stories that you didn't tell me?" 
Even if grandfather died, I asked for the idea that it would be nice if I could live by looking at his notebook he left behind. Of course, I wanted to continue the conversation with your grandfather even after I came to America, so I sent a long letter, one or two times a week. The letter was collected by grandfather and sent to me before he died. As if talking about yesterday's incident, it is a precious and affectionate record with vivid memories of your grandfather. 

 You guys think I am healthy and you don't have time to read my writings because you spend time with a girlfriend or dog. However, there will be times when you also want to recall memories of me one day. Those memories become more precious as we get older. If we don't write it in text, it will fade and disappear. Though I am not good at English, I translated all my writings I had written, because you guys speak Korean well, but it is not easy to read and write. 

 It is said that people live with memories before the age of 20. I also lived my life based on the memories and love I had with my mother and father when I was a child. Records do not remain only as records, but live together as an extension of life. I feel more and more desperate that I don't want to miss the fading memories. I hope you guys also write down your life. If you want to keep a record of your life, you have no choice but to be faithful to your life. 

 I hope my records give you courage and help you guys live a happy life.

Saturday, October 3, 2020

그때는 그랬다

그 여자 이름은 상숙이었다. 성은 모른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중학교 삼학년이었다. 어른들이 ‘상숙이가’, 이모들이 ‘상숙이 년이’라고 수군덕거려서 귀에 박혔나 보다. 이상도 하지.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아버지 내연녀 이름은 평생 잊지 못하다니!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극성스러운 이모들이 엄마를 끌고, 나를 밀며 도착한 아파트 단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짙은 회색 아파트 건물을 올려다보자 거대한 괴물과 맞닥뜨린 듯 섬찟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며 어디론가 숨고 싶어 두리번거렸다. 그때 오른쪽 둔덕에 파란 용달차 서너 대가 눈에 띄었다. 내 눈에 왜 용달차 대여점이 눈에 띄었을까? 

아파트 번호를 모르는 이모들은 건물 1층 오른쪽부터 벨을 누르라며 내 등을 쿡쿡 떠밀었다. 
“아픈 엄마를 돌봐야 해. 앞장서지 않고 뭘 해. 아파트마다 벨을 눌러. 찾을 때까지.” 
이모들이 번갈아 내 등을 철썩철썩 내려치며 떠밀었다. 

키 작은이모가 발돋움해서 상숙이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큰이모가 아귀처럼 달려들어 패던 장면은 선명하지만, 지면상 독자들이 상상하시길 바란다. 

“이제 그만해. 사람 죽이겠다. 고만하지 못하겠니?” 
힘없는 목소리로 엄마가 이모들에게 소리쳤다. 
“너도 불쌍한 팔자구나. 우리 집에 함께 가서 나와 살자. 내가 병이 들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으니 네가 도와다오.” 
파란 용달차가 와야만 싸움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내 머리통을 쳤다. 
“엄마, 오다 보니까 가까운 곳에 용달차 서너 대가 있던데 용달차 아저씨보고 여기에 있는 짐을 싣고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할까?”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용달차 대여점으로 달려갔다. 용달차를 타고 아저씨와 함께 와서 대충 짐을 실었다. 그리고는 조수석에 앉아 우리 집으로 안내했다. 나의 단조로운 어린 시절은 그날로 끝났다.  

상숙이 아줌마는 우리와 얼마간 함께 살았다. 키가 크고 무척 말랐다. 그리고 착했다. 아침에 내 도시락을 싼 보자기 틈에 용돈을 넣어주며 학교에 잘 다녀오라며 슬픈 미소를 짓곤 했다. 덕 많은 엄마와도 잘 지냈다. 그러나 그녀와 사는 것에 저항하는 몇몇 사람이 있었다. 결국,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 그녀는 우리집을, 아버지를 떠났다. 엄마가 상도동에 전세를 얻어주고 다달이 생활비를 보내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그녀와의 끝이다. 

코비드-19를 통해 사람들이 삶의 지혜를 터득해 고난의 시간을 헤쳐나가듯 그 사건은 나에게 상처로 남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를 받을 때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비행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At the time I did

Her name was Sangsook. I don't know the last name. When I first heard her name, I was a junior in middle school. It must have stuck in my ears because adults said, 'Sangsook,' and aunts said, 'Sangsook bitch.' That's weird. I can't remember the names of the men I met before my marriage, but I can't forget the names of my father's mistress forever! 

The apartment complex, which was arrived by the enthusiastic aunts dragging my mother and pushing me, was not very big. When I looked up at the dark gray apartment building, I felt like I was encountering a giant monster. My feet couldn't be lift, so I hesitated and looked around to hide somewhere. At that time, on the right mound, three or four blue delivery vans stood out. Why did the delivery van rental shop stand out in my eyes? 

The aunts, who did not know the apartment number, pushed me on the back to press the apartment bell from the right side of the first floor of the building. 
"You have to take care of your sick mother. Do take the lead. Ring the bell for each apartment until find it," 
The aunts alternately slapped me on the back and pushed me. 

The scene where the younger aunt stood on tiptoe and grabbed Songbooks’ hair and the elder aunt rushed in and beat her like a beast is clear, but I hope readers will imagine it. 

"Stop it now. You guys are going to kill her. Can't you please stop?” 
In a feeble voice, the mother shouted to the aunts. 
"You're a poor fate, too. Let's go to my house and live with me. I'm ill and can't take care of the children properly, so you can help me." 
The thought that the fight would end only when the blue delivery van came, suddenly hit my head. 
"Mom, on the way here, there are three or four vans nearby. Shall I ask the driver to take the luggage here and go home?" 

Mom said nothing. However, she looked as if things would not be resolved without doing so. I ran to the delivery van rental shop. I came back with a driver in a van and roughly loaded Songbooks’ luggage. Then I sat in the passenger seat and guided driver to my house. My monotonous childhood ended that day. 

Aunt Sangsook lived with us for some time. She is tall and very thin. And she was good person. In the morning, she would put the pocket money in the crevices of wrapping my lunch box and smiled sadly saying to have a good day at school. She got along well with my virtuous mother. However, there were some people who resisted living with her. Knowing my mother's heart, she left my father. It was the end with her when I heard that my mom got her a lease in Sangdo-dong and sent her monthly living expenses. 

The incident did not leave a scar on me. These days, just as people have mastered the wisdom of life through Corona-19, rather, I have learned how to fly in a better direction whenever I get hu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