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5, 2020

'집콕' 블루스

눈을 떴다. 아침 7시다.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려고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시계를 봤다. 7 30분이다. 눈이 감겼다. 일어나야 한다. 후려쳐져 나동그라진 벌레 몸통이 바닥에 들러붙은 것처럼 팔과 다리만 허우적거린다. 일어나려고 용을 쓸수록 더욱 늘어진다.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릴 때는 벌레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등을 떼려고 하자 뒤집힌 거북이 등이 바둥거리듯 매트리스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머리통도 몸통에 짓뭉개져 짜부라진 뻐근하다.

어느 아침, 출근해야 하는 남자가 갑자기 벌레로 변한 카프카 소설 변신 주인공이 생각났다. 주인공은 벌레로 살며 방을 떠나지 못하고 식구들에게 구박받는다. 나도 구박받지 않으려면 일어나야 하는데

 

맨해튼 거리 거리를 활개 치고 누비던 다리는 코비드로 이방 저방만 왔다 갔다 뿐이다. 스케줄이 짜인 달력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음식은 무얼 먹을까 궁리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대충 때우며 와인이나 홀짝거리다. 이젠 한계에 부딪힌 같다.

 

엎친 덮친 격으로 보름 전부터 팝콘이 부풀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긁다가 자다가 깨서 긁고 새벽녘에 잠든 몸이 무거워서 일으킬 없다. 산책을 여러 걸렀다. 몸이 늘어져 생활의 루틴이 깨졌다. 알레르기약을 먹은 놀랍게도 툭툭 튀어나왔던 두드러기가 그동안 미안했다는 듯이 슬그머니 들어갔다. 약을 먹지 않으면 심통을 부리듯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약에 취해 비몽사몽의 시간을 보냈다. 그냥 이대로 누워 것이냐? 아니면 일어날 것인가?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습관으로 연장될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안간힘을 쓰며 간신히 일어났다. 실내에 있다가는 도로 누울 같은 두려움에 공원으로 내달았다.

 

개의 나무토막 위에 몸통을 올리고 걷는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허드슨강이 보이는 리버사이드 공원 노천식당 의자에 주저앉았다. 식당 문이 열리기 전이다. 히스패닉 남자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왜소한 위에 걸친 바지는 너무 길다. 여러 접은 바짓단 밑으로 검은 운동화 코만 빼꼼히 보인다. 주방용 셔츠도 얻어 입은 커서 어깨선이 팔꿈치까지 내려왔다.

 

커다란 하얀 속에 묻혀 자기 키만 빗자루를 들고 차분히 쓰레질하는 그를 보는 순간, 동자승이 고요한 이른 아침 마당을 쓰레질하듯 보였다. 지난밤 식당 문을 닫고 한쪽 구석에 쌓아 식탁은 하나씩, 의자는 4개씩 오른쪽 어깨에 메고 와서는 자리에 놓는다. 식탁과 의자들을 꼼꼼히 닦는다. 10개의 식탁 중앙 봉에다 붉은 파라솔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꽂고 줄을 당겨 꽃피우듯 우산을 편다. 노천식당 주위 5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비우고 검은 쓰레기 봉지를 씌운다.


담담한 그의 움직임이 늘어진 나를 일으킨다. 남자처럼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재촉하며 생기를 서서히 찾는다. 이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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