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로 살았다. 그 의미가 최소한의 간결한 삶,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생활 방식이란 의미를 뜻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글쎄?
내 경우는 결혼 초, 쪼들린 일상생활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가 조금씩 생긴 후에도 물건 없이 사는 삶이 습관으로 굳어졌는지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간다.
작년 겨울, 눈이 오기 전 차를 팔았다. 서류
정리며 값도 잘 쳐준다기에 코네티컷까지 끌고 가서 건네줬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양쪽 어깨가 날아오를
듯이 가벼웠다. 이렇게 좋은 것을 그동안 왜 애물단지를 끼고 살았던고! 차에 쏟아부은 근심 걱정과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간 비용을 후회했다.
파킹장이 없었다. 차를 한번 빼면 다시 파킹 할 곳을 야밤에 남편이 찾아 헤매는 동안 나는
조바심이 났다. 우리가 사는 맨해튼은 말할 것도 없고 스튜디오가 있는 브루클린도 재개발 붐으로 사방이 공사판이다. 차 세울 곳이 점점 없다. 그나마 간신히 찾은 파킹자리 놓칠까 봐 차를 뺄 수가 없었다.
길에 마냥 세워 놓고 지하철 아니면 왠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급하면 택시도 탔다.
오죽하면 맨해튼에 사는 어떤 사람은 운전기사를 두고
차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뉴저지에 사는 운전사가 아침에
출근해 길거리에 파킹해 놓은 주인 차를 빼고 자기 차를 그 자리에 넣는다. 주인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픽업하고 방과 후 과외 활동시킨 후 자기 차를 빼고 주인 차를 다시 파킹해 놓고 퇴근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택스 혜택을 보겠다고 너무 과분한 차를 샀다. 말썽 부리지 않고 돈도 들지 않은 효녀였던 먼젓번 싼 차를 팔았을 적에는
가슴이 쓰려 뒤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낡고 싼 것이 새 주인을 만나 잘 굴러다닐 수나 있을지 하는 마음에서다.
요번에 처분한 비싼 차는 새 주인이 신줏단지 여기듯 잘 관리 할 것이다.
차로 인해 내야 할 융자, 보험료, E-z pass, AAA 멤버십, 가스비 그리고 티겟 비용 툭하면 생기는 유지비용이 없어졌다. 여행 갈 적마다 JFK 롱텀 파킹 피도 내지 않게 됐다. 게다가 그 많은 서류를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리 좋을 수가. 뭔가 더 팔 것이나 없나 두리번거린다. 매달 내는 빌 내용을 훑어보며 없앨 것을 찾는다. 몇 군데로 분산해 놓은 은퇴 연금도 한군데로 모았다.
작년 말부터 2019년 새해를 부담 없이 시작하려고 애쓴 나에게 상으로 세일 기간에
옷 두 벌을 샀다. 옷이 자꾸 쌓인다. 긴 겨울 잘 보내고 봄엔 옷을
정리해야겠다. 사지 않으면 정리할 필요도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