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0, 2018

타향살이


내가 집과 가족을 떠났을 때
난 그저 아이에 불과했지.
낯선 사람들 틈에서
적막한 기차역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
몸을 웅크리고, 가난한 동네를 찾아다녔어.’

이것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1969년 히트송권투선수의 가사다. 내가 사춘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노래다. 그 당시는 가사 내용도 제대로 몰랐다. 빠른 리듬 속에서 폭죽 터지듯 나오는 슬픔, 깊은 수면에서 몽글몽글 떠오르는 슬픈 곡조가 무작정 좋았다. 다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종이에 ‘The Boxer’라고 적어 신청하곤 탁자에 턱을 괴고 라일라 라이, 라이 라라라’.

막 노동꾼 임금만 달라면서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날 쓰려고 하지 않았어.’

몇십 년이 지나서야 가사의 내용을 자세히 음미하면서 들어봤다. 힘들고 고달픈 우리들의 타향살이와 진배없는 애절한 하소연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다. 철없던 시절 사람들 말만 믿고 예술의 도시 뉴욕에 덜컹 혼자 왔다. 유학자금이 거덜 날까 봐 싼 곳을 찾아 헤맸다.

겨울옷들을 늘어놓으며
떠나기를 바랐어.
고향으로.
뉴욕시의 겨울이 내 살을 에지 않는 곳으로

낡은 외투 속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직장을 찾아 헤맸다. 살을 에는 뉴욕의 혹독함이 견디기 힘들어서 짐을 쌌다가는 풀기를 여러 번.  
  
빈터에 권투 선수가 서 있어.
글러브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어
분노와 수치심으로
난 떠나요. 난 떠난다고요.’
그러나 권투 선수는 여전히 남아있죠.’

온갖 수모와 상처를 받았다. 권투선수처럼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뉴욕을 떠나지 못하고 허탈하게 앉아 여전히 라일라 라이, 라이 라라라’.

이민 살이 리허설 곡이었던 이 노래를 왜 그리도 좋아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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