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 두꺼운 이불을 걷어차고
나온 듯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다.
보름간의 크루즈 안에서 하루에 30분씩 여섯 번 있는 댄스 레슨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흔들었다. 레슨 시간만 되면 몸이 근질거려 선생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무대로 나갔다.
보름간의 크루즈 안에서 하루에 30분씩 여섯 번 있는 댄스 레슨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흔들었다. 레슨 시간만 되면 몸이 근질거려 선생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무대로 나갔다.
“춤 배워서 뭐 하려고?
춤바람나려고? 예전 우리 동네 답십리에 남편 베트남이나 사우디에 보내 놓고 장바구니
들고 콩나물 사러 가는 길에 야메 댄스홀 드나들다 바람나 쫓겨난 여편네들이 하나둘인 줄 알아. 정신 차려.
조신하라고.”
잔소리하는 남편 심기 건드리기 싫어 배만 타면 공짜로 배울 기회를
참가했다가는 그만두고를 반복했었다.
“이번 배에서는 춤추는 것 말리지 마.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아이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배워야지. 여기 결혼식에는 춤추는 코스가 있더라. 내가 함께 추자는 것도 아닌데 왜 못 추게 하는데~”
레슨이 진행되다 보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부부들도 참가하지만, 대부분 여자
인원이 더 많다. 나처럼 파트너 없는 이탈리아에서 온 음악선생과 한 팀이 되었다. 덩치도 크고 킥복싱 했다는 그 여자는 굳이 작은 체구의 나더러 남자 역할을 하란다. 어쩌다
그 여자가 빠지는 시간엔 스페인에서 온 열 살짜리 여자아이와 파트너가 되었다. 오히려 어린아이는 분위기에
따라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나를 잘 리드해 줬다. 자연 풍광만 있는 무료한 노르웨이 여행에서 이마저도 없었으면
어찌했을꼬.
배에서 내려서도 여전히 흔들거리는 듯 피곤했지만 센트럴팍 110 가와 5에브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갔다. 음악이 시작되자 처음엔 서너 사람이 나와 추더니 조금 지나자 남녀노소가 흔들며 신이 났다.
그중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듯한 주홍색 원피스 입은 여자와 젊은 동양 여자가 어찌나 자유자재로 잘 흔드는지 ‘나도 저렇게 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넋을 놓고 쳐다봤다. 동양 여자야 젊어서 늘씬하다지만 춤으로 단련된 몸매의 할머니도 젊은이 못지않게 날씬했다.
배 나온다고 허리 운동하고, 팔 처진다고 철봉에 억지로 매달려 ‘하나, 둘’ 세느니 좋아하는 춤 추며 날씬하게 신나는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는데. 게다가 그 할머니 분위기 또한 예사롭지 않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듯 자연스러운 몸매에서 내뿜는 자신감을 보면서 처음 크루즈 탈 때부터 배웠으면 지금쯤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도 나가 출까?”
“나도 나가 출까?”
“조신하게 가만있어.”
내 옷자락을 잡는 남편만 아니면 그냥 흔들었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조신해야 하는 건지? 이 나이에도 조신이 과연 필요한 건가?
냅다 흔들면 좀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