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고 마냥 앉아 있었다. 아이 둘 다 떠난 집,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강아지라도 키울 걸 그랬나. 저녁때가 되면 고픈 배를 움켜쥐고 돌아오던 아이들을 위해 조급해진 마음으로 부엌에 들어가곤 했는데.
강아지라도 키울 걸 그랬나. 저녁때가 되면 고픈 배를 움켜쥐고 돌아오던 아이들을 위해 조급해진 마음으로 부엌에 들어가곤 했는데.
밥하기 싫어도 해야겠지! 랩탑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유튜브에서 젊은 시절 남편이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 놓고 촛불을 켰다. 와인을 곁들인 저녁상을 차렸다.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말이 많아졌다.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먹는 것도 며칠, 조용해진 남편이 노래 볼륨을 낮추란다. 드디어는 음악을 끄라며 먼저 상에서 일어났다. 부엌을 나가는 남편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보며,
‘과연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직도 함께 살고 있을까?’
저녁을 일찌감치 끝내고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집어 들었다. 충청도
대천을 무대로 한, 읽으면 읽을수록 감질나는 충청도 사투리에 빠졌다.
친구들 덕분에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에는 익숙했지만, 충청도 사투리는 ‘생각이 안 나유~’ 하고 늘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충청도 사투리와는 다르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한 충청도 사투리로 써 내려간 책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몰라 문장을
읽고 또 읽어야 했다.
밥상에 앉아 오만 인상을 쓰고 있는 남편에게
"왜 짜증이야? 또 왜 그러는데."
째지는 서울말로 한마디 하려다
“근디, 워째 그려? 승깔 나는 일 있는 가벼. 뭐가 문제여?”
물었다.
"거시기 사는 게
솔찮혀서리.”
책을 함께 본 남편도 사투리로 대꾸했다.
“암 그맴 이해하제.”
둘은 서로 쳐다보며 깔깔 웃었다.
쌀쌀맞은 서울말로 물으면 대답하기 싫어 저만치
가버렸던 남편이었다. 관촌수필을 읽고 난 후론 사투리로
투정하면
“마누라 되게 웃겨이. 그려, 그려 괜찬혀 질겨.”
웃으며 받아넘긴다.
열심히 충청도 사투리를 쓰다 도가 지나칠 때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썩어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충청도,
전라도를 넘나들며 남편 비위를 맞추느라 바쁘다. 언제까지 남편 비위를 맞추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확, 그냥
엎어버리려다 가도
“그려, 비위 맞추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 까졍 살껴.”
멀리 간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아덜, 어뗘, 괜찮은 겨? 살만 혀?”
잠시 말이 없던 아이가
“엄마 입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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