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8, 2010

마음 속의 연인들

송혜교는 남편의 애첩, 이병헌은 나의 애님이다.

우리 부부는 누군가가 한번 보라고 던져준 송혜교와 이병헌이 나온 비디오 올인 여러 해 전에 봤다. 이후론 어떤 드라마도 없을 만큼 그대로 오직 올인에만 올인했다. 그런지는 우리도 알래야 수가 없다. 우리 부부가 아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미국에서 처음 한국 드라마라는 이유밖에는 없다. 한마디로 첫사랑 같은 것이랄까.

이후 사람들이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아무리 권해도 수가 없다. 어느 드라마도 올인만큼 우리 부부를 빠져들게 할 수 없어서다. 더군다나 드라마 주제가 처음 그날처럼’ ‘괜찮아요. 에도 빠져 자주 듣곤 한다.

고백하자면, 결혼 이후 어느 남자에게도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다. 나라고 멋있는 남자를 볼 줄 모를까. 눈이 나빠 안경은 끼었어도 분위기 있는 남자를 멀리서도 금방 알아본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멋진 것은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것이 아닌 이상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랬다.’ 오히려 멋진 남자를 보면 눈을 돌리고 피해 간다

확인한 바는 없지만, 남편도 아직은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단정하며 살고 있다. 물론 우리 둘 다 누가 거들떠볼 만한 외모를 갖추지도 못했지만. 그래서 그냥 마음속의 애인을 하나씩 허락하기로 했다. 남편은 머리통 이병헌이 뭐가 좋냐. 바람둥이가 뭐가 좋아.”하며 놀리지만 그래도 좋다.

송혜교도 좋다. 요즈음 키가 최지우를 좋아하기 시작한 남편 때문이다. 예전에 남편이 첩을 두고 다른 첩을 찾아 나서면 본첩과 본처가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올인에서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햐얀 집을 제주도에 갔을 때 보러 갔지만, 집은 바람에 날아가 온데간데도 없고 송혜교가 있었던 성당만 둘러봤다. 이병헌이 바람에 날아가 없어진 듯 섭섭한 마음에 멍게와 해삼을 잘근잘근 씹으며 소주 한 병을 들이켰다. 기운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밑의 출렁이는 파도는 나를 삼킬 듯 가까이 있었다.

내가 하얀 집을 찾아 기웃거릴 일본 아줌마들도 집이 있었다는 자리를 두리번거리며 허전해 하던 표정이야말로. 내가 돌았지. 어쩌다 그리도 흉을 봤던 욘사마, 본사마하며 열광하는 일본 아주머니들과 함께 어울려 헤매다니.

좀 더 자극적이고 짜릿짜릿한 사랑을 나이에도 있다면 좋겠지만, 분명히 소리로 주례 섰던 목사님이 검은 머리 백발이  때까지 변치 않고 사랑하며 살겠느냐 물었을 때 라고 대답하지 않았는가. 실은 더는 결혼할 남자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졌다는 안도감에서 그리 크게 .’ 하지 않았을까.

결혼식 날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 떠나느라 경황이 없다. 그래서 주례가 물었던 서약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혼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신혼여행도 못 간 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변치 않고 마음속에 새겼다. 남편의 기억력이 희미해져 마음이 변한다면 그때 가서 나도 다시 생각은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드라마 올인 주제가 처음 그날처럼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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