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25, 2022

돌기 전에

 “며칠 전에 바꾼 침대보를 또 갈아. 빨래를 너무 자주 하는 것 아니야?” 
부지런 떨며 이일 저일 하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머리가 또 돌기 전에 해 놓지 않으면 안 돼.” 

 며칠 전부터 이석증이 오려고 어찔어찔하다. 눈을 감으면 파도가 내 이마를 향해 밀려오거나 뿌연 물체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한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는데. 면역이 떨어졌나? 1989년 12월 말에 이석증이 처음 왔다. 몹시 추운 날이었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 돌아오니 집안이 냉골이었다. 생활고로 밀린 청구서는 쌓였고 냉장고는 텅텅 비었다. 산후조리는 나와는 상관없는 먼 동네 이야기였다. 

 갑자기 머리기 핑 돌았다. 천정과 바닥이 파도치듯 위아래로 널뛰었다. 누군가가 나를 세탁기에 넣고 마구 돌리는 듯했다. 남편을 향해 두 손을 쳐들고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며 발버둥 쳤다. 세탁기가 속도를 올린 듯 머리가 더 빨리 돌았다. 나는 토하고 설사했다. 아이는 울고 남편은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했다. 앰블런스를 부르고 싶었지만 아이 분유 살 돈도 없었다. 병원 빌을 받고 또 도느니 차라리 죽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텼다. 

 그 이후로도 으스스 추운 날, 스트레스 받으면 이석증은 도진다. 멀미약 (meclizine)을 먹고 자다가 깨어나면 마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후 청명한 하늘이 ‘놀랬었지?’ 하고 약 올리는 듯 어안이 벙벙하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 이석증 전조증상을 눈치챌 수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돌기 전에 약을 먹는다. 

 자면서 좌우로 빨리 뒤척이면 어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도, 차를 타고 발밑을 내려다봐도 어찔어찔하다. 운전을 포기한 지 오래됐다. 스트레스 받지 않게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어지럼증 때문에 정신이 말짱할 때 미리미리 할 일을 해 놓는다. 내야 할 빌도 내고, 김치도 담그고 집안 정리도 바로바로 한다. 아파도 깨끗하게 정리 정돈된 집안에서 누워있고 싶어서다. 그런데 문제는 말짱할 때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일을 빨리하려다가 돌 때가 있다. 

 “나 건드리지 마. 머리가 돌려고 해.” 나의 서늘한 한마디에 집안 식구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휘둘릴 때가 있다. 나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한다. 대꾸하며 끼어들었다가는 머리가 돌기 때문이다. 이석증이 무척이나 괴로운 증상이지만, 죽을 날자 받아 놓은 심정으로, 정신 말짱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나는 빡세게 산다. 언제 올지 모르는 이석증을 대비하며 살다 보니 치열하게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왕 생긴 이석증을 몸의 일부로 껴 앉고 살며 좋은 쪽으로 이용하면 나쁜 것이 굳이 나쁘지 만은 않다.

Before the onset of vertigo

 "You've changed the bedspread again. Don't you do the laundry too often?" 
My husband asked me why are you working hard. 
"I must do it before I get vertigo again." 

 A few days ago, I started to feel dizzy. When I close my eyes, the waves come toward my forehead or a hazy object moves back and forth from side to side. Did I lose my immunity? At the end of December 1989, vertigo first came. It was a very cold day. When I returned home after giving birth to a child at the hospital, it was freezing cold in the house. The bills that were overdue due to living expenses piled up, and the refrigerator was empty. The postpartum care was a story about a distant town that had nothing to do with me. 

 Suddenly, my head was spinning. The ceiling and floor fluttered up and down like waves. It was as if someone had put me in the washing machine and turned it around. I struggled, raising my hands toward my husband and screaming for help. As if the washing machine had accelerated, my head turned faster. I vomited and had diarrhea. The child cried and the husband was at a loss for what to do. I wanted to call an ambulance, but even I didn't have the money to buy baby formula. I'd rather die than get a hospital bill and get dizzy again. I held out for life or death. 

 Since then, vertigo develops when stressed on a chilly day. When I wake up after taking meclizine, I feel dumbfounded as if the clear sky is teasing me after the storm, saying, "You were surprised, right?" Now I can notice the symptoms of vertigo. Stop what I am doing and take medicine before I get dizzy. 

 When I toss quickly while sleeping and even if I get up suddenly as soon as I open my eye in the morning, I feel dizzy.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gave up driving. I have to keep my composure so I don't get stressed out. I need to do my work in advance due to dizziness that I don't know when it'll come in. I pay my bills, make kimchi, and clean up the house right away. It's because I want to lie down in a clean and tidy house even if I'm sick. 

 "Don't bother me, I feel like my head is spinning." 
My family doesn't bother me with my cold words. However, there are sometimes I'm swayed by acquaintances. I don't want to be dragged into the quarrel, so I keep ignoring it. This is because if I cut in while answering back, my head will spin. 

 Vertigo is a very painful symptom, but with the feelings, I received on the day I die, I live a diligent life as if there is not much time left. I have developed a habit of working hard because I have been living in preparation for vertigo that may come. If I live with vertigo as a part of my body and use it in a good way, it is not necessarily bad.

Friday, March 11, 2022

멸치똥 블루스

 신기하게도 자다가 눈을 뜨면 새벽 4시다. 다시 잠들기를 기다린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려고 누워 있는 것도 힘에 부친다. 창밖의 새들이 조잘거린다. 부지런한 새들은 나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잠을 다시 자려고 누워서 버티는 것이 한심하다. 벌떡 일어났다.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봤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길바닥이 거무칙칙하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하얀 차 한 대가 물결치는 소리를 내며 길 건너 건물 앞에 멈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호기심으로 그 누군가를 나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차는 한동안 깜빡이등을 켜고 있다가 그냥 떠났다. 

 멸치 똥이라도 따자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동칸을 뒤적거렸지만, 멸치가 없다. 한국장을 간 지가 오래되었거니와 간다고 해도 비싼 멸치를 선뜻 집어 올 수가 없었다. 박스로 사다가 쟁여 먹던 예전과는 달리 작은 포장 멸치를 사 왔었다. 다듬을 틈도 없이 이미 바닥이 났다. 밥상 위에 수북히 놓고 멸치 배를 가르던 시절만 해도 여유로웠구나!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미국장에 비해서 한국장은 손님에게 겁주듯이 올린다. 지금 이시간에도 라벨기로 올릴 가격을 찍고 있겠지? 멸치가 뭐라고. 이젠 고만 먹자. 한국장도 가지 말아야지. 

 아침에 오트밀 죽을 손수 해 먹는 남편을 위해 빵이나 구워야지. 남편이 구수한 빵 냄새가 나면 환한 얼굴로 좋아하겠지. 오트밀 한 컵과 밀가루 한 컵에 베이킹파우더와 소금 그리고 설탕 대신 건포도와 호도를 넣어 훌훌 섞어준 다음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과 달걀과 우유를 넣고 슬슬 섞어서 오븐에 넣었다. 이스트를 넣고 숙성시켜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과정이 복잡한 빵은 이따금 아주 가끔 기분이 당길 때만 한다. 대부분은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 

 남편은 옥수수빵을 좋아한다. 어릴 때 학교에서 얻어먹던 기억 때문인듯하다. 60년대, 그 많은 학교에 아이들의 고픈 배를 채우라고 미국에서 잉여 농산물 옥수숫가루를 보내줬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을 되내이곤 한다. 미국에 와서 보니 이곳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는 콘 머핀이다. 옥수숫가루를 사야지 하면서도 깜박 잊고 밀가루만 사 온 것이 못내 아쉽다. 

 남편은 건강에 나쁘다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식당도 될 수 있으면 가지 않으려고 애쓴다. 집에는 설탕도 미원도 없다. 남들이 우리 집 음식을 먹으면 맛이 없다고 하겠지만, 건강식이라고 설거지하기 좋게 그릇을 싹싹 비운다. 마치 스님들이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공양 그릇 비우듯. 

 빵 반죽을 오븐에 넣고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허드슨강 저 멀리 뉴저지가 어둠을 뚫고 스멀스멀 밝아진다.

Anchovy poo blues

 Strangely, when I wake up from sleep, it’s 4 in the morning. I am waiting to fall asleep again. It's also hard to lie down trying to force myself to sleep that doesn't come. Birds are chirping outside the window. The diligent birds urge me to get up. I jumped out of bed. 

 I looked out the window with a cup of coffee. It rained last night, so the road is dingy. A white car stopped in front of a building across the street making a wavy sound on an empty street. It seemed to be waiting for someone. Out of curiosity, I waited for that someone too. But no one appears. The car waited for a while with the blinker lights on, and then just left. 

 I went into the kitchen to take anchovy poop off. I looked through the freezer compartment, but there was no anchovy.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went to a Korean market, and even if I went, I couldn't buy expensive anchovies. so I bought anchovies in small packages. It has already eaten without time to take off the poof. I miss back in the days. Even if prices rose, they rose too much. Compared to the American market, the Korean market raises the price as if it's scaring customers. what are anchovies? Let's stop eating. I shouldn't even go to the Korean market. 

 I'm going to bake bread for my husband who makes his own oatmeal porridge in the morning. If he smells like savory bread, he will like it with a bright face. Add baking powder and salt to a cup of oatmeal and a cup of flour. Then, add raisins and walnuts instead of sugar and mix well. Next, add olive oil instead of butter, add eggs and milk, mix gently, and put in the oven. Yeasted, aged, and kneaded bread, the complicated process, is only done occasionally, very rarely, when the mood is high. Most of them are simply made with baking powder. 

 My husband likes cornbread. I think it's because of the memories he ate at school when he was in elementary school. He often says it's amazing that the United States sent surplus agricultural corn powder for hungry children to many Korean schools. It's a pity that I forgot to buy corn powder and only bought flour. 

 The husband rarely eats food that is bad for health. He tries not to go to a restaurant if he can. There is no sugar or MSG at home. Others will say that our food is tasteless when they eat it, but the husband eats everything so that it is easy to wash dishes because it is healthy food. 

 I put the bread dough in the oven and approached the window. Beyond the Hudson River seen through the window, New Jersey slowly brightens through the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