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349-6510’은 30년을 함께한 집 전화번호였다.
“요새 집 전화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 돈이면 매달 옷 한 벌은 사 입겠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옛날 것만 고집하고.” 틈만 나면 남편에게 해대던 나의 잔소리가 뚝 끊겼다.
‘아니 이 전화번호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야?’ 하는 서울 서 온 지인들의 소리를 은근히 즐기는지? 아니면
‘그깟 전화 요금이 얼마나 된다고 난리냐 인지?’ 뭐가 그리도 아쉬워서
없애는 것을 거부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옛 애인의 전화를 기다리듯 못내 서울과의 연이
끊어질까 봐 오랜 전화번호를 무척이나 간직하고 싶어 했지만, 없애고 손에 셀룰러폰을
쥐여줬다.
현대문명이 만들어 낸 물건을 탐탁히 여기지 않은 남편은
툭하면 셀폰을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리고 사용하기 헷갈린다며 집 전화를 그리워한다.
집 전화가 없어지는 바람에 조용히 보낸다. 툭하면 방학이라고 안식년이라며 서울서 방문한 사람들의 연락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이메일도 할 줄 모르고 사람도 만나지 않는
남편은 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작업하다 지루하면 집수리하는
것이 고작이다. 나야 가끔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 다물고 있던 입 운동을 하지만 남편의 입을 열 상대라고는
저녁상에서 반주하며 떠드는 마누라 이외는.
측은한 마음에 술상 봐 놓고 ‘참말로 요로코롬 말 안 하고 살아도 괜찮은 겨? 오메 불쌍혀서 어짜쓰까!” "괜찮혀. 어차피 사람 사는
게 외로운 것잉게. 참고 살아야제 어쩌것소."
현대문명은 우리 남편을 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만들어 부부 사이를 더욱 솔찮게 만드는데 공헌한 셈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