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계속 외식하면 콜레스테롤이나 당뇨 수치가
올라갔다가 외식을 끊으면 죽~ 내려간다는 지인의 실지 경험
이야기를 들은 후 남편은 외식을 꺼린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집에서만 먹냐고? 가끔은 바람도 쐬고 밖에서도 먹어야지.
그래도 그렇지 어찌 집에서만 먹냐고? 가끔은 바람도 쐬고 밖에서도 먹어야지.
아침마다 e-메일로 들어오는 블로그, 뉴욕컬처비트 뉴스레터(catch of the day)의
음식점 추천을 들여다보고 군침을 삼키며 맛있다는 식당 주소와 메뉴를 적어 놓고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가자고 한다. 전혀 반응이 없다가도 ‘해산물’ 하면 반색을 하며 따라나선다.
차이나타운, 맨해튼 다리 근처 바워리스트릿 선상에 있는 '그레이트 뉴욕 누들타운(Great
NY Noodle Town)' 음식점에 갔다. 구운 새우에 검은 콩 소스 조개와 미나리 볶음을 시켰다. 술은 들고 가 마실 수 있다기에 와인 한 병을 챙겼다. 깨끗하거나 그럴듯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맛은 꽤 좋았다. 옆 사람들이 먹는 죽과 가자미 요리도 먹음직스러웠지만,
배가 불러서 곁눈질만 하며 또 오자고 주거니 받거니 즐거웠다.
기분이 좋은지 남편이 걷자며 손을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화창한 초 여름밤에 맨해튼을 걷는
것이다. 다운타운 135 그랜드 스트릿 건물 앞에 서서 우리가 신혼
때 살았던 2층을 올려다봤다. 7층 거의 전체가 바느질 공장이었던 건물
일 층은 부티크숖으로 위층은 모두 말끔한 콘도로 바뀐 모양이다. 힘든 시절 룸메이트와 함께 살며 집세를 내러
가면 지하실에서 콩나물을 키우던 중국인 집주인이 철벅 철벅 장화를 신은 채 콩나물 한 바가지를 봉지에 그득 담아주곤 했는데….
그랜드 스트릿을 지나 브로드웨이를 따라 올라가며 워싱턴
스퀘어로 향했다. 학창시절 점심 후엔 낮잠을 자던 교정 잔디밭, 수업이 끝난 후에도 밤늦도록 판화를 찍고 나와 서성이던 공원에 앉아 옛일을 되새기며 아픈 다리를 쉬고 싶었다. 내가 학생회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남편이 일어섰다. 자리를 옮기는 줄 알고 따라
나섰는데 14가 유니언 스퀘어 쪽으로 걷는 게 아닌가. 외식한답시고
차려입은 옷과 신발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자는데도 남편은 술이 깨면서 좋았던 기분이 흐트러지는지 빠른 걸음이다. 멀리 걷는 남편을 소리 질러 불러 세울 수도 없고 나도 술이 깨면서 슬슬 기분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집에 가자고 전철 쪽으로 손짓해도 남편은 유니온스퀘어
쪽, 그것도 초입도 아니고 17가
쪽으로 걸어갔다. 더는 다리를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다가 한참 후에 나타나 옆에 앉길래
"어찌 그렇게 눈치 없이 다리
아픈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 걷느냐?"
잔소리를 했다. 따라오지
못하면 다가와 물어보지도 않고 한다는 소리가
"왜? 다리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았어."
인간아, 꼭 말을 해야만 아냐고!
평생 상대방 생각은 하지 않고 사는 사람 탓을 해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 사람을 평생 따라다니는 나 자신이 오히려 지겹다는 생각을 하다 집에 가자고 했다. 대답이 없다. 자는 것이 아닌가! 슬그머니 일어나 전철을 타고 혼자 집에 왔다. 아직도 의자에 앉아 졸고 있겠지? 아이고, 내가 졌다. 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