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23, 2024

해운대에서 한라산까지


부산으로 갔다. 해운대 갤러리가 많은 달맞이 길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 해변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와 모래사장에 앉았다. 물색이 카리브해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부산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보다 옷을 심플하고 세련되게 입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녁에는 센텀 신세계 백화점에 갔다.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유명브랜드 스토어를 옮겨 놓은 듯 뉴욕에 있다고 잠깐 착각했다. 일 층에 찜질방이 있다. 시설이 어마어마해서 그야말로 신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외국인에게는 한 사람당 달걀 세 개를 무료로 주는 쿠폰을 받았다. 아이들은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 것만 받아먹다가 체한 듯 목이 메었다. ‘달걀을 한 사람당 무료로 3개씩 먹여 놓고 음료수를 팔려는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음료수 가격이 비싸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제주도 음식이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았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나마 아이가 운 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했다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방 크기와 시설은 괘나 좋았다. 호캉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호텔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모든 시설이 최고다. 야밤에 밖은 추운데 야외 온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돈이 좋긴 좋구나. 그래서 사찰도 찜질방도 돈을 벌려고 야단법석이구나.’ 나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게 아닐까? 


렌터카로 한라산 언저리와 바닷가 서너 곳을 드라이브했다. 파킹 자리가 너무 좁다. 차 옆면에 콕콕 찍은 것이 눈에 띄어서 차를 돌려줄 때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했다. 롯데 렌터카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젊은 남자가 쓱 둘러보더니 끝났다며 잘 가라고 했다. 일 처리를 빨리하는 놀라움에 감탄사가 나왔다. 8분마다 있는 공항으로 가는 무료 버스 서비스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일단 식당에 들어가면 그림이 있는 컴퓨터 화면으로 큰아이가 주문한다. 작은아이는 수저와 냅킨을 테이블에 붙은 서랍에서 꺼내 놓는다. 식당에 비치해 놓은 각자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기본 반찬은 깍두기를 많이 먹는 남편이 가져온다.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고집 센 남편의 기를 꺾지는 못하지만, 아이들과 남편 사이의 발란스를 유지하기 위해 추임새를 넣는다. 주문이 들어가면 벌겋게 달궈진 숯이 나온다. 숯에 구워 먹는 고기 맛이 일품이라며 아이들이 즐겼다. 내가 장단을 맞춘 덕에 해물을 좋아하는 남편도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자고 양보하고 아이들도 아빠가 좋아하는 생선과 해물을 먹자고 양보했다. 나는 김밥과 오뎅이 먹고 싶은데,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기회만 보고 참다가 결국, 떡볶이와 순대는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도 음식이 다 맛있다. 친절하다. 빠르다. 빵도 맛있고 커피는 진하다. 모든 시스템이 빨라서 “아니 벌써.”를 연발하며 돌아다녔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조용히 살던 나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왜 친구들이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나 비행기를 탈 때부터 빠른 친절함은 시작한 것 같다. 비행기에서 서울 갈 때는 비빔밥을 먹었다. 뉴욕으로 돌아올 때는 쌈밥을 먹었다. 쌈밥이라는 한국말이 뭔지 몰라서 먹지 못한 큰아이는 지금까지 아쉬워한다.

From Haeundae to Hallasan Mountain

We climbed the steep hill of Dalmaji Road, where there are many galleries in Haeundae, enjoyed the beach view, and then came down and sat on the sand. The color of the water was as dazzlingly beautiful as the Caribbean Sea. I got the impression that people in Busan dress more simply and stylishly than people in Seoul. In the evening, I went to Centum Shinsegae Department Store. For a moment, I thought I was in New York, as if the famous brand store on Fifth Avenue in Manhattan had been relocated. There is a sauna on the first floor. The facilities were so enormous that it truly felt like entering a new world. Foreigners received a coupon giving them three free eggs per person. The kids said they didn't want to eat, but I ate and I choked up as if I had an upset stomach. The prices of the drinks are so high that I wondered, ‘Couldn’t they have been trying to sell drinks by giving each person three eggs for free?’


We took a plane from Busan and went to Jeju Island. Jeju Island food didn't suit me that much. we were lucky enough to get a great deal on a room at the Grand Hyatt, and the room size and facilities were great. I think I understand why the term “staycation” came about. All facilities are top-notch without having to leave the hotel. It was cold outside at night, but as I was soaking in the hot water of the outdoor hot spring, I thought, ‘The money is good. That’s why temples and saunas are making such a fuss to make money.’ Shouldn’t I make more money too?


We drove around Halla Mountain and three or four beaches in a rented car. The parking space is too narrow. The marks on the side of the car were noticeable, so I was concerned that there would be a problem when we returned the car. As soon as we arrived at Lotte Rent-a-Car, a young man looked around the car as if he had been waiting and said it was over and bid us farewell. There was an exclamation of surprise and admiration at how quickly things were done. We also received free bus service to the airport, which runs every 8 minutes.


In Korea, once we entered a restaurant, my oldest son ordered using a computer screen with pictures. The younger son took out cutlery and napkins from a drawer attached to the table. The basic side dish that each person can bring was brought by my husband, who eats a lot of kkakdugi. I didn't stand still either. I can't break husban's stubborn spirit, but I did my best to keep the balance between the kids and him. When the order was placed, a red-hot charcoal was served. The children enjoyed it, saying that the taste of grilled meat was excellent. My husband, who loves seafood, gave in to the kids' request for meat, and the kids gave in to their dad's favorite fish and seafood. I wanted to eat kimbap and odeng rather than seafood and meat, but in order not to offend my husband, I just saw the opportunity and held back, but in the end, I returned without being able to eat tteokbokki and sundae.


No matter which restaurant we went to, the food was all delicious. The service was friendly and fast. The bread was delicious and the coffee was strong. This was quite a shock to me, who is used to living a quiet life in the middle of Manhattan, New York City, repeating the same routine every day. I can see why my friends visit Korea so often, and I think it started when I was on an Asiana flight. On the flight to Seoul, I ate bibimbap. On the flight back to New York, I ate ssambap. My oldest son didn't know what the Korean word for ssambap was, so he didn't get to eat it, and he still regrets it to this day.

Friday, February 9, 2024

작은 나무에 앉은 새

나는 나 자신을 작은 새에 종종 비유합니다. 허드슨강가에 앉아 뉴저지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날갯짓해도 저 넓은 강을 건너지는 못할 것 같다.’며 건너다보기만 하는 작은 새 말입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크게만 보입니다. 비디오 작품을 전시하는 어두컴컴한 커다란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출구를 향해 날개를 퍼덕거리다 밖으로 나옵니다. 대형 미술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거창하고 크고 많아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종종거리다 나와 계단에 앉아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센트럴 팍과 리버사이드 공원 주위만을 맴돌던 나는 어찌어찌하다가 차이나타운 캐널 스트리트까지 원정갔습니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순간, 작은 새는 허드슨강을 따라 내려오다 날갯짓을 멈추고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작은 작품들이 3면의 벽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왔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주 작은 작품들이었습니다.


Alexa Grace 작가의 작업입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사 그레이스의 일러스트 조각은 부드러운 말투와 절제된 재치가 돋보이는 연약한 작품입니다. 각 작품은 작은 만화 캐릭터가 배우로 등장하는 작은 무대 세트와 같습니다.’


작은 남자가 그 작은 공간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반겼습니다. 만약 커다란 남자가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오래 그곳에 머물지 못했을 것입니다. 갤러리 겸 본인의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짙은 회색 작은 상자 속 상자 그 안에 더 작은 상자 작업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다고도 할 수 있지만, 느낌은 전혀 다른 미니멀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분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술품 보관 및 보호를 위한 상자 제작을 26년간 했습니다. 임기가 끝나자, 미술품 전시, 창작,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 갤러리 겸 작업장인 공간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분과 헤어지면 서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입니다. 내 이름 ‘수임’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예전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그날은 그 작은 모든 것에 매료되었던지 

“기억해 줘요. 내 이름은 swim, 수영하는 것 말이에요.” 

양손으로 수영하는 시늉까지 곁들였습니다.

“나 수영하는 것 좋아하는데. 이제는 하지 못해요.”

그분이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어머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할 정도면 다리가 튼튼하지 않나요?”

“아니 무릎을 구부릴 수는 없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 같은 다리예요.”

“어머!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새로 나무인 당신의 가지에 종종 놀러 와 쉬었다 가도 괜찮겠어요?”

라고, 툭 튕겨 나오려는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 

그는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우리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있다가 들어가겠다며 배웅했다.

A bird perched in a small tree

I often compare myself to a little bird. A small bird that sits by the Hudson River and looks out over New Jersey, thinking, 'No matter how hard I flap my wings, I don't think I'll ever cross that wide river.' Everything around me looks big. When I walk into a large, dark gallery displaying video works, my chest feels tight. I can't focus on the artwork and keep flapping my wings towards the exit. The same goes for large art museums. It was so grand and big that I had no idea where to start, so I went outside and sat on the stairs.


Last Saturday, after wandering around Central Park and Riverside Park, I somehow ended up going to Canal Street in Chinatown. I opened the gallery door and entered. For a moment, the little bird stopped flapping its wings as it came down the Hudson River and felt that it could rest for a while in a cozy space. Small works filled the walls on three sides. Everything was visible at a glance, but the pieces were so small that I had to look closely.


These are the works of artist Alexa Grace. Here is her introduction to the artist:

'Alexa Grace’s illustrated sculpture is soft spoken and fragile with an understated wit. Each piece is like a small stage set with little cartoon characters as the actors.'


A short man greeted us in the middle of that small space. If there had been a big man occupying a small space, I wouldn't have stayed there as long as I did. He was using it as a gallery and his own workshop. He continued his story by showing the small dark gray box-within-a-box-within-a-smaller-box work he had made. So, to put it simply, they can be said to be similar to Russian Matryoshka dolls, but they are minimal pieces with a completely different feel. He worked a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for 26 years making boxes to store and protect art pieces. After retirement, he created a space to display, create, and preserve art..


The reason I've been talking at length about that gallery-workshop space is because the image of me breaking up with him never leaves my mind. Strangely, when I introduced my name ‘Sooim’ to him.

“Remember me. “My name, Sooim, sounds like swimming. .”

I even pretended to swim with both hands.

“I like swimming. But I can’t do it anymore.”

He looked down at his legs and said,

“Oh my, aren’t your legs strong enough to stand and talk for this long?”

“No, it can’t bend its knees, it’s just a leg like a tree.”

"Oh! do you mind if I, a little bird, come and rest on your tree branches often?”

I swallowed the words that were about to come out.

He rode the elevator down with us and stood until we were out of sight, then said he would go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