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8, 2016

이름없는 야생화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이스트 강가를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넓게 펼쳐진 쑥대밭이 나온다. 거친 쑥밭 사이사이로 작은 꽃들이 수줍은 듯 드문드문 피어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쑥들과 함께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를 가려 주듯 서로 포근하게 어우러진 채로.

쑥밭 사이로 노랑, 보라, 그리고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빠꼼히 고개를 내밀며 반긴다. 잡초 속에 숨어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정겨운 모습에 가던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그간 잘 있었니’ 하는 다정한 눈길을 건네며 한참을 들여다본다.

앙증맞은 야생화들과 작별하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오래되어 비어 있는 공장 건물들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공장 주변의 깨진 시멘트 바닥을 뚫고 돋아나느라 애쓴 잡초들이 눈에 밟힌다. 벽돌담 사이에 수북이 쌓인 먼지 더미 속에서도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지붕 위 거친 환경에서도 하늘을 향해 당당히 솟아오른다. 틈만 있으면 어떻게든 뚫고 나와 기어이 살아내고야 마는 그 경이로운 생명력에, 나는 또 한 번 걸음을 멈추고 ‘참 애쓰는구나!’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버려진 공장지대를 지나 동네 어귀로 접어들면, 집집마다 마련된 작은 텃밭에 화려한 꽃들이 “나 예쁘지!” 하고 자랑하듯 큼지막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선명한 색채와 화려한 자태가 눈에 번쩍 뜨인다. 하지만 잡초와 어우러져 자연 속에 동화된 소박하고 수줍은 야생화들과는 대조적으로, 자기가 제일 예쁘다는 듯 뽐내는 표정에 금세 싫증이 나 고개를 돌리고 만다. 마치 정성껏 손질한 성형미인을 마주한 듯,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어쩐지 편치 않다.

야생화여, 그대는 이름 없는 노마드로 떠돌며 누군가의 손에 길들지 않았기에, 바람결을 따라 흐르듯 그토록 자유로운 것이구나!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강이 바라보이는 넓은 들판에 그대를 닮은 야생화로 태어나고 싶다. 보일 듯 말 듯 피어 있다가, 바람이 불면 조용히 흔들리며 떨어지는 한 장의 작은 꽃잎이 되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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