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6, 2015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

멀리서 아련한 소리가 들린다. 의식이 서서히 깨어남과 동시에 소리도 점점 커졌다. 달콤한 잠을 간신히 밀어내고 눈을 떴다. 우리 집 벨 소리다. 새벽 1, 문을 열던 남편이 일본에 가 있는 작은 놈이라며 소리 지른다. 아니, 아이가 연락도 없이?

달랑 백 팩 하나 메고 들어서는 말라 비틀어진 아이를 보니 주체할 수 없이 울음보가 터졌다
"갑자기 무슨 일로 왔냐?"
"무작정 오고 싶어 왔어요."

어쩜 그리 나를 닮았을까? 유학시절 나도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연락도 없이 서울에 갔다. 새벽에 아버지가 남산 가느라 문을 열어놨는지 열린 문을 살그머니 밀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던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던 일을 계속하려다 불현듯 다시 쳐다봤다. 들고 있던 그릇은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지금의 나처럼
"아이고 내 새끼"  
기쁜 통곡을 내 뿜으셨다. 몇 날 며칠을 엄마 침대에 누워 엄마 냄새를 맡고 이야기하며 행복했었다.

아이도 일주일 내내 누워 있다 떠났다. 아이가 깰까 봐 살금살금 먹고 싶다는 베이글,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조용히 준비하고는 혹시나 일어났나 문을 살짝 열어보곤 했다. 잠에 곯아떨어진 아이, 직장생활이 재미있고 좋다지만 타국생활 안 봐도 삼천리지!

아이는 어릴 적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졌다. 그가 태어난 일본 문화를 알고 느끼려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잡아 떠나서는 2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정작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은 서구문화에 빠졌다는데. 그 어미인 나는 왜 아이가 하루키에 빠졌나를 알아보려고 구글을 뒤져 하루키 음악을 듣고 그의 책을 읽는다.

인제 그만 뉴욕으로 돌아오면 안 되겠니?” 
엄마, 나 코미디언 되고 싶어요.” 
코미디언 해. 
"코미디언 되기가 싶지도 않고 먹고 살기도 힘들잖아요?” 
너 어릴 때 코미디 상 많이 받았잖아. 소질 있어. 엄마가 응원해 줄게. 엄마 아빠도 그림 그리면서 너희 키우고 살았잖니. 힘들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 해. 엄마에게 시범으로 보여줘 봐.” 
아이는 웃겼고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쓰라릴까?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연락하고 와라.” 
친정엄마는 말했다. 다시 서울에 갔을 때는 친정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단 사실이 끊이지 않고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또다시 엄마를 놀라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Friday, September 25, 2015

Night guest

I heard the faint sound of bells in the distance. The sound was getting louder and was awaking me up slowly from unconsciousness. It was 1:00 am in the morning.

My husband is screaming that our younger son who is supposed to be in Japan is here without any prior notice. I break into tears as soon as I see his skinny self step into the apartment. “What brings you home?” “I just want to come home to see you.”

How could he take after me? When I was studying overseas long time ago, I looked out the window and suddenly I missed my mother. I went to Korea without any notice. I pushed the door that my father unlocks every morning when he goes to jogging and I crept into the house. My mom glanced at me slyly and continues to work on what she has been doing. Suddenly she realized who it was and dropped the dish that she was holding and started crying ‘oh my little lovely baby!’ same as how I am doing right now.

I was so happy to talk with mom lying on her bed. My son did same thing that I did. He rested on my bed and I tried not to disturb him and began preparing his favorite foods. How hard it is to make a living abroad! Even though he keeps saying he likes his job.

Since his youth, He has loved reading Haruki Murakami’s books. Therefore he went to Japan to get a job two and a half years ago. Actually Haruki fells in love with western culture. I read his books and listened to his favorite music to understand my son.

“Why don’t you come back and get a job in New York?” “Mom, I want to be a comedian.” “Whatever you want to do, you can do it.” “It is hard to survive being a comedian.” “I can support you. You have a lot of talent. If you work hard you can make it. Let me hear your comedy.

He makes me laugh and keeps me happy. But I feel sad because I remember what my mother said, “Please notify me before you come visit me next time. Don’t surprise me again.

I wish I could have surprised her again but the next time when I visited my hometown my mother was no longer there. She already died.   

Saturday, September 12, 2015

너 어딜 가니

포근한 이불 속에서 옆으로 누워 무릎을 한껏 구부리고 눈을 감으면 엄마 품에 안긴 듯 스르르 잠이 든다. 어쩌다 눈을 뜨면 옆에 잠든 남편의 커다란 얼굴을 보고 잠이 확 달아난다.

나는 자식과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엄마한테서 받았던 그런 애절하고 포근한 사랑은 없다. 엄마는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무척 애쓰셨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뭘 함께 하자고 하면 일단 뒤틀며 NO로 대답한다. 웬만해선 남편의 그런 성질을 알기에 참다가도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내가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YES’로 바꾸기도 하지만, YES로 바뀌는 과정에서 큰소리가 나서 지쳐 포기한다.

바닷가에서 혼자 산책 했다. 뒤에 남겨진 남편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가 보이지 않았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며 남편을 찾곤 했는데 오히려 홀가분 해 지는 게 아닌가!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걸어온 길로 되돌아가지 말고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이렇게 남편과 멀어져 계속 간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되돌아올 수 없을 때까지 가 볼까? 아니면 망망한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영원히 사라질까?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가 나를 삼킬 듯 점점 가까워졌다.

어린 시절, 다 저녁에 길을 가다가 갑자기 맞은편에서 오던 아저씨가 
너 어딜 가니
하는 게 아닌가! 동네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남이 어딜 가든 말든, 별 미친 사람이 다 있네.’
빠른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획 뒤 돌아다 보며 
아저씨, 나 알아요?” 
물었다
밤늦게 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어딜 자꾸 멀리 가니? 
하며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다. 뒤 돌아 무거운 발걸음을 타박타박 옮겼다. ‘NO’만을 외치는 남편을 향해서

Friday, September 11, 2015

Where are you going

When I lie on my side under a warm blanket, curling my knees and closing my eyes, I fall asleep gently, like I’m in my mother’s arms. If I open my eyes by chance and see my husband’s big face next to me, I wake up completely.

I am happy to have my children and my husband. But I don’t feel the deep and warm love that I received from my mom. My mom always listened to me and tried hard to do what I wanted. But my husband often says “NO” first when I ask him to do something with me. I usually stay quiet because I know how he is, but sometimes there are things we must do together! If I argue, he might change his answer to “YES,” but in that process, we argue loudly, and I get tired and give up.

One day, I walked alone by the beach. My husband, who stayed behind, looked smaller and smaller, and then I couldn’t see him anymore. In the past, I would look around to find him when I couldn’t see him. But this time, I felt free. My steps felt lighter. I suddenly thought, “What if I don’t go back? What if I just disappear?”

What would happen if I kept walking away from my husband like this?
These days, I hear that many people just disappear. Should I go until I can’t return anymore? Or should I walk into the wide ocean and disappear forever? The big waves were coming closer, as if they were going to swallow me.

I remember when I was a little girl, walking outside in the evening. A man walking toward me suddenly said,
“Where are you going?”
I didn’t know him. I thought, 
“Why does he care where I go? What a strange man.”
I started to walk faster, but then I turned around and asked,
“Mister, do you know me?”
He said,
“Don’t walk around so late. Go home early.”
He looked worried and walked away quickly. 

Now, I look around and want to hear someone ask,
“Where are you going? Why are you walking so far away?”
I want someone to truly care about me. But there is no one.
So I turn back and walk slowly with heavy steps, back toward my husband, who always says “NO.”

Saturday, August 29, 2015

무료를 위한 축배

남편이 움직이는 곳마다 물난리, 하수도 막힘으로 뚫개리와 무수리어쩌고저쩌고하는 글이 신문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크루즈에서 까지.

돈을 좀 얹은 발코니 선실인데 화장실 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아무 응답이 없다. 선실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 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상냥한 산쟈이 (청소와 서비스해 주는 남자)에게 점잖은 체면에 배에 타자마자 불평할 수가 없었다.

변기 물을 내리는 버튼을 누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누르고 또 누르다 포기하고 나오면 한참 있다 수시로 벌컥벌컥 물을 내리느라 변기도 바쁘고 청소해 보면 아는 산쟈이가 고치는 사람을 수시로 불러대느라 바빴다.

고치면 한두 번은 제대로 작동하다가 도로, 이건 뭐 쉬러 온 것이 아니라 변기 고치러 들락거리는 통에 남편과 나는 점점 신경이 예민해졌다. 남편은 자기가 가는 곳마다 물난리니 자기의 업보라며 참자지만 남편이 볼일 보고 난 후 내려가지 않아 대중 변기를 찾아다녀야 하는 내 신세는 어쩌고!

선실을 관리하는 높은 사람이 왔다. 물을 내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내려갔다. ‘작동이 잘되는 변기를 왜?’ 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분명히 산쟈이도 알다시피 작동이 안 된다.” “몇 시경에 작동이 안 되었니? 저녁이야? 아침이야?” 언제 작동이 안 되는지 기록했다가 알려 달란다.

야 내가 변기 작동이 잘되는지 안되는지 기록하고 보고 하려고 크루즈를 탄 줄 알아? 너희 이래도 되는 거야? 너희 배를 다시는 타지 않겠다.” 고는 문을 꽝 닫았다.

변기통은 새것으로 교체되고 과일 바구니에 와인 그리고 타월로 온갖 동물을 접어놓고 Complimentary(무료)라고 적힌 카드가 배달되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눈여겨보고 좋아하는 ‘Complimentary(무료)’, 배에서 무료 아닌 것에 관여하면 카드빌이 엄청 불어나기 때문이다. ‘무료라는 단어를 재삼 확인하고 남편과 잔을 높이 들어 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을 즐겁게.” 

Friday, August 28, 2015

Toast for complimentary

Everywhere my husband who is the year of the dragon moves, the water is poured and the sewer is blocked, all the way to the cruise.

It was a balcony cabin with more money on it, but when I flushed the toilet, it did not work. I could not complain as soon as I got on the cruise in a gentle Sansai (clean and service man) who told me that whatever I needed anything let him know.

I kept pressing the flush button and I gave it up, after a while the toilet was busy pouring water down. Sanjai who knew already the problem of toilet was also busy calling in the repairman.

My husband and I were getting more and more nervous because we had repairmen who came in and out. We could not take a rest in the cabin. My husband wanted to endure his karma that watering everywhere he goes, but what about me looking for public toilet because he can’t flush after has done his work

The high position woman who manages the cabin came. She wanted me to flush the toilet. I did. It worked well. She had a ridiculous expression of ‘why do you complained to a well-functioning toilet?' "No. It wasn’t. It certainly did not work." "What time didn’t it work? Is it evening or morning? Record when it doesn’t work and let me knows.”

"Hey, do you think I took a cruise to record and report whether the toilet is works or not? Can you do this to the customer? I will not ride your ship again," I slammed the door.

The toilets were replaced with new ones, and all kinds of animals were folded with towels, wine and fruit basket wear delivered with a card that said, ‘complimentary.’

It is because when I get involved in something that is not free of charge on the cruise, the card bill increases greatly. I carefully looked at my favorite word ‘complimentary’ again. l raised the wine glass with my husband and toasted. 'Let’s enjoy the trip that is not much left.'

Saturday, August 22, 2015

자연 밥상

나는 지난 한 달간 하루에 한 번은 상추쌈을 먹었다. 한국 상추 4장을 차곡차곡 포개 밥과 된장을 얹어 소가 되새김을 하듯 창밖을 내다보며 천천히 꼭꼭 씹었다. 왜 사람들은 숫자 4를 싫어할까? 를 생각하면서.

아주 오래전 내 룸메이트는 야채 가게에서 케셔일을 했다. 그녀는 퇴근길에 상추를 잔뜩 가져와 밤늦게 풀잎 뜯어먹는 소리를 냈다. 부엌을 기웃거리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 상추쌈이라며 멋쩍게 웃곤 했다.

상추쌈만을 먹기에는 뭔가 심심하고 지루하면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오랜 미국생활에서 양식에 익숙해지기는커녕 거꾸로 샌드위치는 꼴도 보기 싫다는 지인을 떠올렸다
"금방 뜸들인 흰 쌀밥에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제일 맛있어."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지인의 식탁 위에 올려진 초라한 고추장과 멸치를 상상하며 나도 따라 해 봤다.

만약 풋고추가 있었다면 멸치는 먹지 않았다. 상추를 공수해 준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사는 언니 말이 예년과는 달리 뜨겁게 달궈진 날이 드문 올여름 상추 농사는 그런대로 됐는데 다른 채소들은 별로란다.

작년에도 깻잎을 잔뜩 따 가지고 와서 깻잎 장아찌를 만들어줬다. 올해는 비 오는 날 브라운 백에 상추를 가득 담아 버스 타고 전철 갈아타고 와서는 현관으로 나오라고는 던져주고 갔다. 바삐 갈 일이 있다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하고 물에 흠뻑 젖은 브라운 종이 백을 안고 미안하고 고마워서 어쩔줄을 몰랐다. 로비에 황망히 서 있는 나를 보고  도어맨이 어깨를 으쓱하기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재빨리 눌렀다.

찌는 듯 무더운 날 또다시 상추를 공수한다기에 무료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에 앉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진득한 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것 같아 다녀왔다. 친언니도 아닌 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그 많은 상추 한 잎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마지막 시들시들한 것은 물에 한나절 담가 놓으니 신기하게 원상 복귀 씩 이나!

찌는 한여름에 서향인 커다란 부엌 창문으로 작렬하는 햇살과 오븐에서 뿜어대는 열기 때문에 부엌에 들어가기가 지독히 싫다.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를 박스로 사다가 시원하게 재 놓았다. 귀가하는 남편을 반기는 착한 마누라를 생각해서라도 지인이나 예전 룸메이트처럼 흰 쌀밥에 상추쌈과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해 주신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만 글쎄올시다?

쪄도 너무 찌는 날이다. 목줄 맨 강아지가 끌려가듯 부엌으로 들어갔다가 밥만 안치고 돌아 나왔다. 일단 맥주로 기분이 좋아진 남편에게 
날씨도 후덥지근해서 자연 밥상인데요. 서방님~” 
밥상 위에 놓인 상추와 멸치를 보고는 인상을 쓰려다 
좋지, 나 같은 남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마지못해 수저를 든다. 성질 많이 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