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9, 2008

마리아의 목걸이

위층에 사는 마리아는 아흔 살이 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초인종 처럼 생긴 것이 그녀의 가슴에서 빛났다. 그녀는 그것을 구호의 신인 양 애지중지 광나게 닦아 훈장처럼 목에 걸고 있었다. 아마 남편 토니가 죽은 다음부터인가보다. 
"내가 쓰러지면 버튼이 자동으로 눌려 누군가에게 연락되어 나를 구하러 오는 알람이야”
라며 자랑스럽게 목걸이를 설명했다. 기분이 울적한 날엔 목걸이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무슨 일이 생기면 열쇠고리 체인을 따고 들어와 병원으로 데려가 줘”
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온종일 조각 이불을 만들며 집안에서 보냈다. 눈이 어두워 바늘귀가 빠지면 뀔 수 없어 나를 기다리며 지루한 나날을 보냈다. 바늘귀를 끼어주면 우리 아이들 덮어주라고 조각 이불을 줬다. 조각 천들은 마리아가 젊은 시절 바느질 공장에 다닐 때 모아 둔 천들이다. 너무 낡아, 빨면 찢어져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마리아는 예쁜 조각 이불을 열심히 만들었다. 

“거울이 갖고 싶니, 아니면 컵이” 
내가 찾아갈 때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가져가."
라며 이것저것 내놓았다. 
“내일이라도 죽을 것처럼 왜 그래요.”
사양해도 고마워서 뭐든지 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나보다 젊은 사람과 오래 있다 보면 왠지 그들의 젊고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듯해 미안하다. 마리아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마리아가 쓰러지던 날, 그녀가 굳게 믿던 초인종처럼 생긴 목걸이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나는 다음 날에야 문의 체인을 따고 들어가 쓰러져 있는 그녀를 보고 놀라 구급차를 불렀다. 마리아는 뒤로 넘어졌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침은 그녀의 키 길이 보다 더 길게 흘러 섬뜩한 흔적을 남겼다.

초인종 목걸이는 그녀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여전히 가늘게 숨 쉬는 그녀의 목에서 자랑스럽게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Wednesday, June 18, 2008

Maria's necklace

Maria, who lived upstairs, was over ninety years old. One day, something that looked like a doorbell began to glow on her chest. She carefully cleaned it, treating it like a precious badge, and proudly wore it around her neck. I think it must have been after her husband Tony passed away.

“It’s an alarm. If I collapse, the button automatically gets pressed, and someone will be contacted to come save me,” 
she explained proudly about the necklace. On days when she felt down, she would say with doubt, 
"If something happens, take the keychain off and come into my house to take me to the hospital."

Maria, who had difficulty moving, spent her days making quilt pieces at home. With poor eyesight, she couldn’t thread a needle on her own and would wait for me to come and help her. When I threaded the needle for her, she would give me quilt pieces to cover my kids with. The fabric she used was from when she worked at a sewing factory when she was young. The fabric was so old that it would tear when washed, but Maria didn’t know that, so she continued making beautiful quilts with it.

“Do you want a mirror or a cup?” 
Whenever I visited, she would ask, 
“If you want anything, take whatever you like.”
“Why do you act like you’ll die tomorrow?” 
Even when I refused, she seemed so eager to give me something, and I felt sorry for her. As I got older, I sometimes felt guilty spending time with younger people, thinking I was taking away their precious, youthful time. Was Maria feeling the same way?

The day Maria collapsed, the alarm necklace she so firmly believed in didn’t go on. I only found her the next day when I unlocked the door chain and saw her lying on the floor. Shocked, I called an ambulance. Maria had fallen backward, and the saliva that came from her mouth had flowed out longer than her height, leaving a chilling trace.

The doorbell necklace, as if it had nothing to do with her death, still proudly shined on her neck, gently glowing.

Thursday, June 12, 2008

윗층에 사는 마리아

아무리 두들겨도 대답이 없다. 돌아서려는데 슬리퍼 끄는 소리 나더니 열쇠 따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마리아와 평생을 같이 한 재봉틀이 보였다. 그녀 말대로100년이 넘은 재봉틀은 90이 갓 넘은 그녀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며 재봉틀을 자랑하는지, 아니면 그녀의 늙음을 아쉬워하는지, 알지 못할 푸념을 한다.

마리아와 나는 항상 거의 같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혼동하여 말하곤 한다. 과거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미래가 되다 결국엔 죽음을 말하는 씁쓸한 대화가 계속된다.

그녀는 1차 대전 후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오스트리아의 시골 산티아고를 떠나 배를 타고 미국에 왔다. 남편 토니는 부둣가에서 배 고치는 일로, 그녀는 맨해튼 28가, 바느질 공장에서 일했다.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돈을 모았다. 돈이 모이자 고향에 찾아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또 돌아갈까 하여 찾아가니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형제, 일가친척 그리고 친구들도 세상을 떠났다. 한 해 두 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미루던 부부는 끝내 아는 사람 없는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젊었었을 때, 마리아 부부는 코니아일랜드를 즐겨 가곤 했다. 토니는 바닷물에 들어가 피서객이 남기고 간 목걸이, 반지 등의 쥬얼리를 주워 부인에게 주는 재미로 여름을 보냈다. 어느 날, 도둑이 들어와 몇십 년 모아놓은 쥬얼리를 모두 훔쳐 갔다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그녀의 하소연 속에서 물건의 가치에 대해 아쉬움보다는 추억의 한 부분이 없어진 서운함이 서려 있다.

그녀는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수많은 날을 보냈다. 1930년 당시 뉴욕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거의 변한 것이 없지만, 자신만이 늙어 변했다며 되뇐다. 결국, 자신은 죽어도 맨해튼은 건재할 것이라며 늙어감을 아쉬워한다. 수양딸이 와서 머리를 잘라 주었다고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다른 여느 날과도 마찬가지로 그녀가 어릴 적 뛰어놀던 오스트리아의 산티아고를 그리워하며 죽어서 그곳에 묻히기를 바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멀리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멀어져 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그녀가 미국에 올 때는 14일이 걸렸는데 8시간이면 고향에 갈 수 있다고 좋아한다. 지금은 편지도 픽업할 수 없는 노인이 되어 누군가가 가져다주기를 기다리지만, 가끔 얼굴에 홍조를 띠며 내년엔 꼭 고향에 갈 거란다.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리아도 언젠가는 그녀의 남편 토니 곁으로 갈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소중하고 작은 향기로운 덩어리로 왔다가 무겁고 차가운 죽음으로 가는가 보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있었던 그 어느 때보다 편히 쉬다 어리고 예쁜 새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오늘도 마리아는 남편 토니의 침대 곁을 지나며 “Wake up Tony” 하며 깨운다. 그녀는 일 년 반 전에 죽은 남편의 죽음을 잊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