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마운틴에 가자. 가기 전에 절에 들렀다가. 내가 픽업 갈게. 준비하고 있어.”
지난밤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구토증이 나는 것이 심상치 않다. 산책하면 나을 것 같아 공원에서 걷고 있었다.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을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아플 때 친구들과 놀면 낫는 체질인 나는 신이 났다. 다운타운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도 함께 간다고 우리 집으로 오는 중이다. 셋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절로 가는 거야.”
운전하는 친구에게 내가 물었다.
“백림사.”
“사랑방 마운틴이 그 사찰 근처에 있어? 내가 오래전에 그곳에서 템플 스테이 했는데. 꽤 멀어.”
“그 절에서 조금만 가면 사랑방 마운틴이야.”
11시경에 떠났는데 백림사에 도착하니 2시경이었다. 사찰 마당이 횅하니 비어 아무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우리가 식당 안을 기웃거리자, 비구니 두 분이 들어오라고 했다. 콩나물밥을 먹으라며 김치와 상추와 양념장과 된장국을 꺼내주셨다. 신도들을 점심 봉양하시고 다 치운 상태에서 우리가 들이닥쳤는데도 반가이 맞아주셨다. 한국인만이 베풀 수 있는 마음 씀씀이에 미안하고 고마워서 나는 문밖에서 우물쭈물했다.
산사에서 새우와 오징어를 넣은 콩나물밥을 상추에 싸서 양념장을 얹어 먹는 맛이란! 정신놓고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대학 선배님이 들어오시는 것이 아닌가. 서로 껴안고 반가워 어쩔줄 몰랐다.
“사랑방 마운틴은 원각사 근처에 있어. 여기서 뉴욕 가는 길로 한 시간 되돌아가야 해.”
선배님이 말했다. 원각사에 가야 하는데 친구가 내비게이터에 백림사를 찍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뵙지 못한 선배님을 만나려고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일까? 길을 잃을 때마다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 까닭은 부처님 은덕인가 보다. 선배님과 아쉽게 헤어진 후 우리는 원각사를 향해 또 달렸다. 너무 늦어 원각사는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고 그 근처에 사는 화가 조성모 작가 스튜디오 사랑방 마운틴에 도착했다. 돌고 돌아오다 보니 저녁나절 4시 30분이었다.
운전하는 친구는 꼬리뼈가 아프고 또 다른 친구는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아침에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팠는데 말짱해졌다. 보고 싶었던 선배를 우연히 만나고, 친구들과 마음껏 수다 떨고, 게다가 백림사 두 비구니 스님의 은덕으로 어릴 때 엄마와 자주 가서 먹던 사찰 음식이 나의 아픔을 말끔히 치료했다. 예상치 못한 즐거운 행복한 하루였다.